사간원에서 도승지의 체직과 김응두의 중가 취소를 수차 청하여 개정하다
간원이 아뢰기를,
"임금이 아랫사람을 접대함에는 본래부터 의도(儀度)가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경솔히 하면 그 당시에 구차할 뿐 아니라 또한 후일에 폐단을 남기는 일이 없지 않습니다. 어제 성상께서 신희복이 잠저 때의 사부라 하여 특별히 불러 보셨습니다. 이는 비록 무방한 일이지만 사관(史官)을 들어오지 말라고 명하였습니다. 희복은 조관(朝官)의 반열에 있는 사람으로 왕자(王子)·부마(駙馬)의 예가 아닌데 어찌 사관이 없이 인견할 수 있겠습니까. 정원(政院)은 후설(喉舌)의 역할을 하는 곳으로, 이와 같은 일이 있으면 마땅히 그 불가함을 아뢰어, 임금이 아랫사람을 접대하는 도리를 한결같이 정당하게 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데 정원은 한 번 아뢰고는 그쳐 구차히 책임만 면하고 진지한 의논을 거쳐 시행하려는 생각이 없었으니 몹시 잘못된 일입니다. 도승지(都承旨) 【한두(韓㞳).】 는 장관으로 그 책임이 더욱 중합니다. 도승지를 체직하여 그 나머지를 징계하소서.
고부 군수 김응두(金應斗)는 구황에 힘쓴 사람으로 상을 내릴 만합니다. 그러나 3품을 지내지 않은 사람에게는 함부로 당상(堂上)의 중가(重加)를 내릴 수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 수령 중에는 자궁(資窮)한 자가 많습니다. 만약 구황에 능한 자가 팔도에서 많이 나온다면 그들에게 모두 중가를 내릴 수 있겠습니까. 이는 더욱이 계속할 만한 방법이 아닙니다. 도로 성명을 거두소서."
하니, 답하기를,
"신희복을 인견할 때 정원이 사관(史官)을 입시시킬 것을 청하였다. 그러나 내 생각에 항상 출입하는 사람이 아니라 갑자기 엄한 군신의 예로 접대하면 공경하고 조심하느라 옛 정의를 다하지 못할 것이라고 여겨서 사관을 입시하지 말도록 한 것이다. 이 잘못은 나에게 있다. 그런데 어찌 승지를 책하겠는가. 옛날에 광무(光武)가 자릉(子陵)과 동숙(同宿)할 때119) 사관이 입시하였던가? 나는 자세히 모르겠다. 김응두의 일은 아뢴 뜻이 타당하다. 그러나 근래의 수령들이 모두 법령을 봉행하지 않는데, 이 사람처럼 구황(救荒)에 진력하는 자가 어찌 팔도에 많이 있겠는가. 어사(御史)들의 말을 들으니 또한 이와 같은 자가 없기에 중가(重加)로 포상하는 것이다. 윤허하지 않는다."
하였다. 뒤에 여러 차례 아뢰어 개정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책 8권 7장 B면【국편영인본】 19책 596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정론(政論) / 인사(人事) / 사법-탄핵(彈劾) / 구휼(救恤) / 역사-편사(編史)
- [註 119]광무(光武)가 자릉(子陵)과 동숙(同宿)할 때 : 자릉(子陵)은 후한(後漢) 때의 은사(隱士)인 엄광(嚴光)의 자. 그는 광무제(光武帝)와 어렸을 때부터 절친한 친구였는데, 광무제가 천자(天子)가 되자, 자취를 감추고 숨어버렸다. 광무제는 그를 애써 찾아 불렀으나 응하지 않다가 나중에 부득이 찾아왔는데, 워낙 서로 절친한 관계로 한 방에서 같이 잠을 자면서 광무제의 배 위에 발을 얹기까지 하였다. 《후한서(後漢書)》 권83.
○諫院啓曰: "人君接下, 自有儀度。 少或簡易, 則非徒苟且於一時, 亦不無貽弊於後。 昨日自上, 以愼希復爲潛邸時師傅, 特召引見。 此雖無妨, 而命勿入史官。 希復在朝官之列, 非王子、駙馬之例, 則豈可以無史官而引見乎? 政院居喉舌之地, 有如此之事, 則所當極陳其不可, 使君上接下之道, 一出於正, 而止於一啓, 苟塞其責, 殊無惟允之意, 至爲非矣。 都承旨 【韓㞳。】 以長官, 其責尤重。 請遞都承旨, 以懲其餘。 古阜郡守金應斗, 力於救荒, 雖爲可賞, 而堂上重加, 固不可濫授於未經三品之人。 今之守令, 資窮者多。 設使能救荒者, 多出於八道, 則其可盡授重加於人人乎? 尤非可繼之道。 請還收成命。" 答曰: "愼希復引見之時, 政院請令史官入侍。 予意以爲非常時出入之人, 遽卽嚴君臣之禮而待之, 則敬謹之際, 未能盡故舊之情, 故不令史官入侍也。 此失在上, 何責承旨乎? 昔光武與子陵同宿之時, 史官入侍乎? 予未詳知之。 金應斗事, 啓意當矣。 近來守令, 全不奉法, 乃能盡力救荒, 若此者, 八道豈能多得乎? 聞御史等之言, 亦未有如此者, 故賞以重加矣。 不允。" 後累啓, 改正。
- 【태백산사고본】 6책 8권 7장 B면【국편영인본】 19책 596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정론(政論) / 인사(人事) / 사법-탄핵(彈劾) / 구휼(救恤) / 역사-편사(編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