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대에 나가 검토관 박민헌에게 《맹자》의 호연지기를 묻다
상이 야대에 나아갔다. 《맹자(孟子)》를 강하였는데 상이 이르기를,
"호연지기(浩然之氣)에 대하여 대략의 뜻은 들었으나 더 자세한 뜻을 듣고 싶다."
하니, 검토관 박민헌이 아뢰기를,
"호연지기는 문자상(文字上)으로는 알기가 어렵습니다. 요컨대 마음의 공부를 하여야만 그 묘리(妙理)를 알 수가 있습니다. 만일 이 경지에 이르지 못하면 성현의 말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니, 참으로 천견 박식으로 감히 의논드릴 바가 아닙니다. 대략의 뜻으로 보면, 그 기운이 지극히 크고 강하여 곧음[直]으로 기르면 성현이 되고, 그렇지 않으면 그 기가 비게 되는 것입니다. 참으로 그 기운을 잘 길러서 자기 몸에 반성하여 항상 곧고 부끄러운 점이 없으면 호연의 본체(本體)가 생기는 것입니다. 생각하건대 그 공부는 격물(格物)·치지(致知)·성의(誠意)·정심(正心)의 공력에서 벗어나지 않아서, 없는 데로부터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성학(聖學)이 고명(高明)하시어 질문이 여기에 미쳤으니, 몸으로 체념(體念)한 공부가 없지 않은지라, 신들은 매우 기쁨을 감당치 못하겠습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책 7권 45장 B면【국편영인본】 19책 578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上御夜對。 講《孟子》, 上曰: "浩然之氣, 大槪則聞矣, 願聞其詳。" 檢討官朴民獻曰: "浩然之氣, 難於文字上識得。 要做心上工夫, 然後可知其妙。 如不能到此地位, 聖賢之言, 亦不能曉, 固非淺見薄識所敢容議。 以大槪見之, 其爲氣也至大至剛, 以直養之, 則爲聖賢, 不然則餒矣。 苟能善養其氣, 自反常直, 無所愧怍, 則浩然之本體生矣。 顧其功夫, 無出於格致誠正之功, 非自無而生也。 聖學高明, 問及於此, 不無身上體念之功, 臣等不勝喜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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