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에 나가자 지평 남궁 침이 근친하면서 본 호남의 실정을 이야기하다
상이 조강(朝講)에 나아갔다. 지평(持平) 남궁 침(南宮忱)이 아뢰었다.
"소신이 세전(歲前)에 근친(覲親)할 일로 전라도를 다녀왔습니다. 【남궁 침의 아버지 남궁 익(南宮翼)이 동복 현감(同福縣監)으로 있었다.】 호남(湖南) 한 도는 본디 풍요한 땅이었는데도 근래에 흉년이 계속되어 백성들의 곤폐함이 극에 달했습니다. 지난 해의 수재(水災)는 전고에 없던 큰 재변이라 수확할 곡식이 전혀 없었으므로 백성들이 초가을도 나지 못하고 사방으로 떠돌아 안접(安接)한 자가 거의 없습니다. 수령(守令)은 반드시 조곡(糶穀)을 거두어 놓아야만 종자(種子)와 구황(救荒)에 대비할 수 있기 때문에 예(例)에 따라서 거두는 자도 있고, 혹은 독책해서 징수하는 자도 있어, 백성들이 모두 재화를 모조리 팔아 어렵게 그것을 마련해 내고는 더더욱 생활을 영위할 수가 없어 영원히 실업인(失業人)이 되어 버리는 상태입니다.
금년 봄의 종자는 대개 이미 거두어 놓은 곡식을 가지고 그런대로 공급할 수 있겠으나, 진구(賑救)하는 일은 어떻게 해야겠습니까? 목화[綿花]도 열매를 맺지 못하여 겨울옷을 준비하지 못하였으니, 추위에 얼고 굶주리다 병이 나서 서로 전염된다면 죽는 자 또한 얼마가 될지 모를 일입니다. 진구하는 방책은 참으로 조금도 늦추어서는 안됩니다."
- 【태백산사고본】 6책 7권 1장 B면【국편영인본】 19책 556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정론(政論) / 농업-권농(勸農) / 농업-면작(綿作) / 농업-농작(農作)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구휼(救恤) / 호구-이동(移動)
○壬午/上御朝講。 持平南宮忱曰: "小臣歲前以覲親, 往還于全羅道。 【忱之父翼爲同福縣監。】 湖南一道, 本以富饒之地, 近來凶荒連仍, 民生困瘁極矣。 去年水災, 振古所無, 野無收穫, 故民不經初秋, 流離散亡, 殆無安接。 守令必須收糶, 然後以爲種子救荒之資, 故或有循例而收之者, 或有督迫而徵之者, 百姓盡賣財, 艱難償之, 益無以自存, 永爲失業之民。 今春種子, 則大槪以已收之穀, 猶可給之, 至於賑救, 則其將何爲? 緜花亦不結實, 未備禦冬之衣, 凍餒生病, 轉相漸染, 而死者亦不知其幾許也。 賑救之策, 誠不可少緩。"
- 【태백산사고본】 6책 7권 1장 B면【국편영인본】 19책 556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정론(政論) / 농업-권농(勸農) / 농업-면작(綿作) / 농업-농작(農作)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구휼(救恤) / 호구-이동(移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