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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종실록 6권, 명종 2년 윤9월 16일 갑오 4번째기사 1547년 명 가정(嘉靖) 26년

영의정 윤인경과 육조에서 이완의 사사를 청하다

영의정 윤인경 등과 육조가 아뢰기를,

"이완은 다만 구실로 삼았을 뿐이 아니고 역적이 촉망(屬望)하는 대상이 되어서 추복(推卜)하는 일이 한 집안에서 나왔고 대보(大寶)를 전한다는 말이 역적의 초사에서 나왔으니, 스스로 죄를 범한 것이 환하게 드러나서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입니다. 이는 귀신이나 사람이 다 같이 분하게 여기는 것이며 하늘과 땅 사이에 용납될 수 없는 것입니다. 전하께서 비록 사은을 베풀고자 하시나 신들이 어찌 다시 한 하늘밑에 함께 살 수 있겠습니까. 대의로써 단정하여 속히 왕법을 바로잡으소서."

하니, 답하기를,

"온 조정이 여러 날 주장한 의논의 뜻을 내가 어찌 모르겠는가. 내 마음이 미안할 뿐이 아니라 자전께서도 아주 슬퍼하며 애통해 하시니, 더욱 미안하다. 결코 따를 수 없다."

하였다. 윤인경 등이 다시 아뢰니, 답하기를,

"조정이 논한 것을 내가 어찌 믿지 않겠는가. 내가 따르지 않은 것은 인정과 법을 둘 다 온전히 하고자 함이고 골육 간에 죽이는 일도 차마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는 수 없이 조정의 의논을 따라 위리 안치시켜 자처하게 한다."

하였다.

【완은 성품이 상당히 총명하였다. 중종의 상(喪)을 당했을 때 슬퍼함이 얼굴에까지 나타나니, 보는 이들이 칭찬하였다. 여러 왕자 중에 가장 현명하였으므로, 을사년에 가장 참혹한 화를 만났다. 처음에 울진(蔚珍)으로 귀양갔었는데, 왕실의 지친이므로 목숨이 보존될 수 있을 것으로 여기고 밭을 사서 생활 대책을 세우며 장구한 계획을 마련했었다. 자살하라는 명이 내리자, 사람들이 차마 알리지 못하고 치상(治喪)의 준비를 마친 다음에 비로소 말해 주었는데, 즉시 목욕하고 옷을 갈아 입고 죽었다. 곧바로 관(棺)에다 염(斂)을 하여 발인(發引)해서 돌아가니, 고을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지 않는 이가 없었다. 뒤에 어떤 귀신이 무당에게 붙어서 스스로 완의 혼(魂)이라고 하며 서울로 돌아가고자 한다고 하였다. 삼척(三陟) 사람들이 비로소 사당을 지어 제사지내 주었다. 뒤에 점점 강릉(江陵)으로 옮겼다가 또 다시 횡성(橫城)으로 옮겼는데, 어리석은 백성들은 원통하고 억울함의 소치라고 하였다.】

사신은 논한다. 은 비록 역도(逆徒)들이 구실로 삼기는 하였으나 이 스스로 한 일이 없는데, 이 어떻게 알 수 있었겠는가. 은 사실 천륜의 지친이므로 비록 온 조정이 간쟁한다고 하더라도 죽이지는 않는 것으로 대우했어야 옳았을 것인데, 하교에 자처하라고 하였으니, 비록 드러내놓고 죽이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사실은 죽인 것이다. 춘추필법(春秋筆法)이라면 마땅히 ‘공자(公子) 을 죽였다.’라고 썼을 것이다.


  • 【태백산사고본】 5책 6권 35장 A면【국편영인본】 19책 536면
  • 【분류】
    왕실-종친(宗親) / 정론(政論) / 사법(司法) / 변란(變亂) / 인물(人物) / 역사-사학(史學)

○領議政尹仁鏡等及六曹啓曰: "非止藉口而已, 爲逆賊之所屬望, 而推卜之事, 出於一家, 傳寶之說, 見於賊招, 其爲自犯, 昭著無疑。 神人所共憤, 覆載所不容, 則殿下雖欲施私恩, 臣等豈復與共戴一天? 請斷以大義, 亟正王法。" 答曰: "擧朝累日論執之意, 予豈不知乎? 非但予心未安, 慈殿亦極傷痛, 尤所未安。 決不可從焉。" 尹仁鏡等再啓, 答曰: "朝廷所論, 予豈不信乎? 予之不從者, 欲使情法兩全, 而骨肉之間, 殘傷之事, 亦所不忍故也。 勉從朝廷之議, 圍籬安置, 使之自處。" 【岏性頗聰睿。 遭中廟之喪, 哀慼見于色, 觀者稱之。 在諸王子中, 最爲賢明, 故乙巳年得禍最酷。 初謫蔚珍, 以王室至親, 冀得保全, 買田營産爲久計。 及自處之命下, 人不忍告, 治喪已畢始語之, 卽沐浴更衣而死。 卽斂于棺, 發引而歸, 邑人莫不流涕。 後有鬼憑巫, 自謂岏魂, 將欲還京。 三陟人始設祠祀之, 後漸移江陵, 又移橫城, 愚民以爲怨鬱所致。】

【史臣曰: "雖曰逆徒藉口, 無自爲之事, 何得知? 實天顯之親, 雖擧朝爭之, 待以不死可也。 其敎曰: ‘使之自處。’ 云, 則雖不加顯戮, 實殺之也。 以《春秋》之法, 則當書曰: ‘殺公子。’"】


  • 【태백산사고본】 5책 6권 35장 A면【국편영인본】 19책 536면
  • 【분류】
    왕실-종친(宗親) / 정론(政論) / 사법(司法) / 변란(變亂) / 인물(人物) / 역사-사학(史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