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간 권응정 등이 난적죄에 대해 귀양에 그치는 것은 실정임을 아뢰다
대사간 권응정, 집의(執義) 원계검(元繼儉), 사간 진복창(陳復昌), 장령(掌令) 이영현(李英賢)·윤우(尹雨), 지평(持平) 이추(李樞), 헌납(獻納) 강위(姜偉), 지평 이원록(李元祿), 정언(正言) 이감(李戡)·박민헌(朴民獻) 등이 【대사헌 윤원형은 병으로 불참하였음.】 아뢰기를,
"지난날 흉역(凶逆)의 무리가 윤임(尹任)·유관(柳灌)·유인숙(柳仁淑)과 결탁하여 은밀히 역모를 꾀하면서 택현설(擇賢說)을 외쳤으니, 그들의 음흉한 정적(情迹)이 환히 드러나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난적죄(亂賊罪)는 왕법에 있어서 용서할 수 없는 것이며, 신하로서 같은 하늘을 이고 살 수 없는 것인만큼 수종(首從)을 가릴 것 없이 마땅히 왕법으로 다스려야 합니다. 그런데도 관대한 은전을 베풀어 그 괴수에게만 형벌을 내리고 위협 때문에 따른 자는 다스리지 않아서 불순한 무리들로 하여금 지금껏 목숨을 보전케 하였습니다. 그래서 인심의 울분함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어, 소급하여 왕법을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될 형편입니다.
나식(羅湜)은 흉패(凶悖)한 사람으로 항상 반역할 마음을 품고 있었으며, 일찍이 중종 때에는 바꾸어 세우자는 말을 꾸며내고 이내 세자 【곧 인종 대왕을 이름.】 를 업고 경주(慶州)로 피하여 살자고 하였으니, 이는 이미 두 성상의 역신(逆臣)입니다. 그러고도 상께서 즉위하시던 벽두에는 역적 이휘(李煇) 등과 함께 택현설(擇賢說)을 외치는 등, 흉패한 언론이 역적 이유(李瑠)의 초사에서도 발설되었습니다.
정원(鄭源)은 유관과 한마을에 살면서 조석으로 서로 만나 음모(陰謀)를 함께 의논하지 않은 것이 없었으며, 바야흐로 인종께서 위중하실 때 승지(承旨)로서 정원에 있으면서 공공연히 동료들에게 ‘상의 병세가 위독하니 인심의 촉망이 누구에게로 돌아가겠는가?’ 하며 다른 사람들의 의사를 시험해 보기도 하였습니다.
나숙(羅淑)과 이약해(李若海)는 다 함께 유관·유인숙을 상전같이 섬기면서 모든 흉모를 일일이 품의(稟議)하였으며, 또 자전의 섭정(攝政)이 옳지 않다 하는 등 사특한 언론을 크게 외치면서 국모를 무시하였습니다. 이번에 이 네 사람은 그 죄가 난역(亂逆)에 관계되며, 그 흉악하고 참혹한 정상은 사람마다 다같이 격분해하는 바이므로 하루도 천지 사이에 구차하게 살려 둘 수 없습니다. 그런데 다만 외지로 귀양만 보냈으니, 실정(失政)이 막심합니다. 율에 의해 죄를 정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당초 역적을 제거할 때에 내가 너그러운 도량을 보였으나 지금까지도 인심이 이와 같으니, 다스리지 않을 수 없다. 모두 사사(賜死)하라. 세자를 업고 피하자는 말은 매우 놀랍다."
하였다.
사신은 논한다. 주상은 어리지만 자전은 생각이 깊다. 그러나 그럴 듯한 말로 임금의 귀를 현혹시키는데 저 참소의 진위(眞僞)를 어떻게 분간할 수 있겠는가? 택현설(擇賢說)을 주장하였다는 말을 가지고 사류(士類)를 함정에 몰아넣어 선량한 인사를 일망 타진하여 국가의 맥박을 끊어버렸으니, 간신의 죄는 만세의 주살을 면하기 어려우리라.
- 【태백산사고본】 4책 4권 69장 B면【국편영인본】 19책 463면
- 【분류】왕실(王室) / 정론(政論) / 사법(司法) / 변란(變亂) / 역사-고사(故事) / 역사-사학(史學)
○大司諫權應挺、執義元繼儉、司諫陳復昌、掌令李英賢ㆍ尹雨、持平李樞、獻納姜偉、持平李元祿、正言李戡ㆍ朴民獻等 【大司憲尹元衡病不來。】 啓曰: "頃者兇逆之徒, 與尹任、柳灌、柳仁淑交通締結, 陰圖不軌, 唱爲擇賢之說, 其兇陰情迹, 昭著無疑。 亂賊之罪, 王法所不赦, 人臣所不共戴天, 當不分首從, 以正王法。 而乃用寬典, 刑厥元魁, 罔治脅從, 使反側之徒, 迄保性命, 人心憤鬱, 久而愈激, 追正王法, 在所不已。 羅湜以兇悖之人, 常懷不軌之心, (當)〔嘗〕 在中宗朝, 構成易樹之說, 乃曰竊負東宮, 【卽仁宗大王。】 避居慶州, 是旣爲二聖之逆臣。 而及上卽位之初, 與逆賊李煇等共唱擇賢之說, 兇言悖論, 又發於賊瑠之招。 鄭源與柳灌, 同居一里, 朝夕相從, 陰謀秘計, 無不共議, 方仁宗大漸之時, 以承旨在政院, 公然唱說于同僚曰: ‘主上病革, 人心屬望, 當在于誰?’ 陰試他人之意。 羅淑、李若海, 俱以玉堂之官, 奴事柳灌、柳仁淑, 凡爲兇謀, 一一稟議, 且以慈殿爲不可攝政, 大唱邪議, 不有國母。 今此四人, 罪關亂逆, 兇慘之狀, 人所共憤, 不可(二)〔一〕 日苟容於天地之間, 只竄于外, 失政莫甚。 請依律定罪。" 答曰: "當初除逆賊之時, 予示寬仁大度, 至今人心如此, 不可不治。 竝賜死。 負東宮避居之言, 至爲驚駭。"
【史臣曰: "主上幼沖, 慈殿塞淵。 以疑似之言, 熒惑君聽, 彼讒之眞贗, 其何能辨別乎? 以擇賢之說, 設陷士之阱, 打盡善良, 斲喪國脈, 奸臣之罪, 難逭萬世之誅矣。"】
- 【태백산사고본】 4책 4권 69장 B면【국편영인본】 19책 463면
- 【분류】왕실(王室) / 정론(政論) / 사법(司法) / 변란(變亂) / 역사-고사(故事) / 역사-사학(史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