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간원이 정업원의 수리가 부당함을 간하였으나 불윤하다
간원이 아뢰기를,
"신들은 처음 정업원 수리에 대한 전교를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습니다. 정업원은 세속에서 말하는 안일원(安逸院)으로 일찍이 승니와 사도(邪徒)의 소굴이 되어 있다가, 선왕조(先王朝)에 이르러 그 무리를 축출하고 그 건물을 비워 그대로 폐기된 지 40년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므로 그 터는 있으나 건물이 없고 쓰러진 담과 주추가 잡초에 묻혀 사람들이 이단의 뿌리가 영원히 끊어졌음을 알게 되었으니, 선왕이 정(正)을 숭상하고 사(邪)를 억제하신 뜻을 여기서 엿볼 수 있으며, 후사(後嗣) 또한 이를 의당 본받아야 할 것입니다.
지금 상께서 선왕의 후궁이 이우(移寓)할 곳이 없음을 진념(軫念)하여 정업원을 수리하려 하시니, 선왕의 후궁을 대우하시는 뜻은 지극하나 후궁이 이우할 곳이 없어서 어찌 꼭 정업원으로 해야 한단 말씀입니까. 중외의 신민들이 한창 유신(維新)의 치화(治化)를 우러러 바라고 있는 이때 갑자기 사원부터 먼저 수리한다는 말을 듣는다면 모든 인정(人情)이 어찌 의혹하지 않겠으며, 사도(邪徒)들이 어찌 갓[冠]의 먼지를 털고 대기하지 않겠습니까. 이는 정과 사가 소장(消長)하는 기틀에 큰 관계가 되는데, 어찌 집집마다 찾아다니면서 성심(聖心)이 그렇지 않음을 낱낱이 해명할 수 있겠습니까.
속히 성명(成命)을 거두고 선왕께서 정을 숭상하고 사를 억제하던 뜻을 따르시어 사람들의 의혹을 끊으소서."
하니, 답하기를,
"명목이 없이 수리한다면 사방이 의혹하겠지만, 선왕의 후궁을 위하여 수리한다면 무슨 의혹이 있겠는가."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책 4권 12장 B면【국편영인본】 19책 434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정론(政論) / 건설(建設) / 사상-불교(佛敎)
○諫院啓曰: "臣等初聞修理淨業院之敎, 不勝驚駭。 淨業院乃俗所謂安逸院也, 而曾爲僧尼邪徒之淵藪也, 在先王朝, 逐其徒空其舍, 廢棄不修, 將四十年。 故雖其有基, 無其舍, 頹垣毁礎, 鞠爲茂沒, 人知永絶異端之根本, 先王崇正抑邪之意, 於此可見, 而後嗣之所當取則也。 今者自上軫慮先王後宮, 避寓無其所, 欲令修葺此院, 其爲待先王後宮之意則至矣, 然後宮避寓之所, 豈無其處, 而必於此乎? 中外臣民, 方且顒望惟新之化, 而遽聞先修尼刹之說, 則人情豈不疑惑, 邪徒豈不彈冠? 其於正邪消長之機, 大有關焉, 豈能家到戶說, 以明聖心之不然乎? 請亟收成命, 遵先王崇正抑邪之意, 以絶群情之疑惑。" 答曰: "無名修理, 則四方亦或疑惑, 爲先王後宮則有何疑乎?"
- 【태백산사고본】 4책 4권 12장 B면【국편영인본】 19책 4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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