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가 자전의 배릉에 대해 아뢰다. 삼척 부사 최연이 체직을 청하다
정부가 자전에 아뢰기를,
"삼가 역대의 사적(史蹟)을 보건대, 명덕 마황후가 원릉을 참배하려다가 궁중에 불이 난 때문에 그만두었습니다. 지금은 천재와 지변이 계속해서 끊이지 않고 있으니 배릉할 시기가 아닙니다. 마황후는 궁중에 불이 난 일로도 그만두었습니다. 우리 나라 선후(先后)께서 참배하신 일이 있기는 하나 그 예(禮)가 아니므로 본받을 바가 아닙니다. 신들이 일찍이 이를 아뢰려 하였으나 간관(諫官)이 이미 논계한 때문에 윤허만을 기다려 왔는데, 지금까지 미결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감히 아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위에서 이를 행하려 하시는 것은 정이요, 불가하다 하는 것은 예입니다. 그 정을 억제하고 예를 따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고, 대전(大殿)에 아뢰기를,
"최연(崔演)이 지금 삼척 부사(三陟府使)로 나간 것은 그 노친(老親)을 봉양하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그의 문학이 쓰일 만하므로 내직에 두는 것이 매우 적합할 듯하니 체직시키소서."
하니, 아뢴 대로 하라고 답하였다. 자전이 답하기를,
"잇따르는 재변에 대해 밤낮으로 걱정하고 있으며, 배릉이 예에 부합되지 않는 것도 모르지 않는다.
사신은 논한다. 예가 아닌 줄 모르고 저지르는 것도 잘못인데, 이를 알고도 고의로 저지른다면, 그 실수는 매우 크다.
다만 주상의 춘추가 어리어 직접 참배할 수 없고 나 또한 국가에 일이 많은 시기라 아직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지만, 모든 것을 간략하게 거행하려고 한다. 망극한 정을 금할 길 없다."
하였다. 정부가 다시 아뢰기를,
"이 답이 비록 전교(傳敎)는 아니지만, 모든 신료(臣僚)가 어찌 이 답이 상의 뜻인 줄 모르겠습니까. 망극하신 정은 참으로 지성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재변이 이러하고 또 예에도 부합되지 않는 일입니다. 시기나 예에 부합되지 않으니 모든 사정을 종합해 볼 때 이번의 참배를 그만두는 것이 어찌 미덕(美德)이 아니겠습니까."
하니, 자전이 답하기를,
"아뢴 말이 지당하다. 그러나 지난해 4월 배릉하는 일을 인종(仁宗)에게 의논했더니 ‘위의 지극한 성의를 감히 저지할 수 없다. 참배한들 무엇이 방해로우랴. 다만 날씨가 더워서 거둥에 적합하지 않으니 서늘한 가을을 기다려 참배하는 것이 좋겠다.’ 하였다. 그래서 내가 가을이 되기를 기다렸는데, 마침 대환(大患)을 만나 아직까지 시행하지 못하고 있으니, 늘 마음속에 있는 슬픈 생각이 마치 지병(持病)과 같다. 이번에는 반드시 시행하여야 나의 정을 풀 수 있다. 하루 왕복하는 데 무슨 큰 폐가 있겠는가?"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책 4권 5장 B면【국편영인본】 19책 431면
- 【분류】왕실(王室) / 정론(政論) / 인사(人事) / 역사-사학(史學)
○乙丑/議政府啓于慈殿曰: "伏覩歷代之史, 則明德馬皇后欲拜園陵, 而以宮中失火, 不能行之。 今則天災地變, 連仍不絶, 拜陵亦非其時。 馬后以宮中失火, 猶不能行之, 我朝先后, 雖有此擧, 亦非其禮, 不可取法。 臣等曾欲來啓, 而諫官論啓, 故竚待允兪, 今尙留難至此, 不得已敢啓。 自上欲爲此擧者, 情也, 其所不可者, 禮也。 抑甚情而從其禮何如?" 啓于大殿曰: "崔演今爲三陟府使, 是必爲老親而爲之也。 然其文足以有用, 在內甚關, 請命遞。" 答曰: "如啓。" 慈殿答曰: "災變連仍, 日夜憂懼, 拜陵之不合於禮, 亦非不知。
【史臣曰: "不知而爲之過誤也, 知其非禮而强爲之, 其失甚矣。"】
但主上年幼, 未能展拜, 予亦以國家多事, 尙未爲之, 決欲從簡行之。 不勝罔極之情也。"
政府再啓曰: "雖非傳敎, 臣僚誰不知上意乎? 罔極之情, 固出於至誠。 然災變如是, 且不合禮。 以時之不可, 禮之不合, 揆之於情事, 以停此擧, 豈不爲美德乎?" 慈殿答曰: "所啓至當。 然前年四月間, 以拜陵事, 議于仁宗, 則以爲: ‘自上誠意之至, 未敢强止。 雖爲之何妨? 但日熱不合御輦, 待秋涼可爲之。’ 云。 予待秋涼, 而適遭大患, 迄未行之, 常懷哀念, 正如疾痛。 今必行之而後, 予情可抒。 往復於一日間, 有何重弊?"
- 【태백산사고본】 4책 4권 5장 B면【국편영인본】 19책 4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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