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경 등이 좌찬성을 원상으로 삼는 일, 친제를 행하는 일 등에 대해 아뢰다
강원도 횡성현(橫城縣)에 사는 어떤 여자가 남아 세쌍둥이를 낳았는데, 어미와 자식이 살아 있다 하였다. 충청도 은진현(恩津縣)의 민간에서는 암소가 암송아지를 낳았는데, 한 몸에 머리가 두 개이고 이목구비(耳目口鼻)도 분명한데 역시 살아 있다 하였다. 전교하기를,
"이는 모두 듣기 드문 일이니, 원상(院相)들이 같이 상의하여 조처하라."
하였다. 원상 윤인경과 유관이 아뢰기를,
"남아 세쌍둥이를 낳은 일은 전에도 있었으니, 예조로 하여금 전례에 의해 조처하게 하고, 소가 한 몸에 두 머리를 가진 새끼를 낳은 일은 이른바 물괴(物怪) 가운데 큰 것이니, 홍문관으로 하여금 역대의 옛일을 상고하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고, 윤인경 등이 인하여 아뢰기를,
"성종 초에는 원상을 많이 두어서 숭품(崇品)인 자는 다 참여하였는데, 지금은 신들과 홍언필 3인뿐입니다. 사람의 일이란 무상(無常)한 것인데 끝내 무고하리라고 어찌 예측할 수 있겠습니까. 더욱이 예종 초년에는 찬성 김국광(金國光)도 원상에 참여하였으니, 지금도 좌우 찬성을 아울러 원상으로 삼으소서."
하니, 답하기를,
"아뢴 대로 하라. 또 찬성 이외에도 가합한 사람 【이기(李芑)를 가리킨 것이다.】 이 있거든 전례를 상고하여 원상으로 삼으라."
하였다. 윤인경 등이 또 아뢰기를,
"전례에 의하면 반드시 그 직위가 찬성에 있는 자라야 원상이 되었습니다. 비록 1품인 사람이더라도 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니, 알았다고 답하였다. 윤인경 등이 또 아뢰기를,
"내일 빈전(殯殿)에 망제(望祭)를 지내야 합니다. 모든 제사를 일일이 친행하신다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지만 내일은 곧 처음 행하는 제사이니 친행하시는 것이 합당할 것 같습니다." 하니, 답하기를,
"내일 친제(親祭)해야 한다는 말은 진실로 당연하다. 다만 근래 기후(氣候)가 순조롭지 못하여 행례하기가 어려울 것 같은데 또한 뒷날도 있으니 물려서 행하고자 한다. 그리고 혼전(魂殿)을 예조에서는 사정전(思政殿)에 그대로 설치하려고 하는데, 이 궁전은 대내(大內)와 가까울 뿐 아니라 중국 사신이 오면 또한 반드시 여기서 행례를 하게 된다. 창덕궁(昌德宮)의 서연청(書筵廳)은 혹 쓸 수 없겠는가? 대신들은 빨리 의논하여 조처하라."
하였다. 윤인경 등이 회계(回啓)하기를,
"다른 데는 혼전을 설치할 만한 곳이 없기 때문에 예조에서도 마지못하여 사정전으로 아뢰었던 것인데, 사정전이 불가하다는 것은 과연 전교하신 바와 같습니다. 그러나 서연청은 협착하여 할 수가 없습니다. 다시 생각하여 보건대 오직 창덕궁의 동궁 저승전(儲承殿)이 합당합니다. 또 외재궁(外梓宮) 본판(本板)의 일면(一面)에 미세한 틈이 있기 때문에 당초 세 개의 판자를 연이어서 쓰려고도 하였으나 이는 실상 미안한 바가 있습니다. 생각건대 필시 동궁을 짓고 남은 재목 중에 길고 커서 쓸 만한 것이 많이 있을 것입니다. 지금 그 재목을 켜서 살펴보아 쓸 만하면 쓰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영상·좌상 등이 바야흐로 의논하다가 결단을 짓지 못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는데 마침 승전 내시(承傳內侍) 박한종(朴漢宗)이 이 저승전을 말하였던 것이다.】 답하기를,
"저승전에 혼전을 설치하는 것이 과연 편리하겠다. 외재궁도 아뢴 대로 하는 것이 옳겠다. 널리 쓸 만한 것을 구하여 씀으로써 뒷 날의 후회가 없도록 하라."
하였다. 윤인경 등이 또 《문헌통고(文獻通考)》에 수록된 재이(災異)의 보응(報應)을 등초(謄抄)하여 입계하기를,
"진(晉)나라 건무(建武)013) 연간에 머리가 둘인 소가 있었는데 이는 천하가 양분(兩分)될 조짐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뒤 민제(愍帝)가 몽진(蒙塵) 중에 역호(逆胡)에게 살해당하고,014) 원제(元帝)가 강을 건너가 즉위함으로써 천하가 드디어 양분되었으니015) , 이것이 그 보응입니다. 태흥(太興) 연간에도 머리가 둘인 소가 있었는데 이는 정치가 사문(私門)에서 나와 상하의 분별이 없을 징조라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뒤 왕돈(王敦)이 정치를 어지럽혔으니, 이것이 그 보응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요망 괴이한 일이 옛날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늘의 마음이 혹 임금을 사랑하는 소치에서 나온 것인지 어찌 알겠습니까. 오직 임금이 그러한 요괴가 덕을 이기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두려워하며 덕행을 닦을 경우에는 요얼이 도리어 상서가 되었습니다. 후세의 임금은 그렇지 않아서 상서가 있으면 그 심지부터 교만해지고 재이(災異)를 보고도 소홀히 하는 마음을 지녔기 때문에 그 조짐이 있으면 반드시 그 보응이 있게 되어 혼란과 위망이 뒤따른 경우가 많았던 것입니다. 이를 거울삼아 경계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평상시라도 오히려 변괴와 재이를 경계하여야 될 것인데, 더욱이 이와 같이 국가에 어려움이 많을 때이겠는가. 위에 있는 자만이 경계와 성찰을 가할 것이 아니라 보좌하는 사람도 마땅히 국가를 위하여 두려워하고 근심해야 할 때인 것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11장 B면【국편영인본】 19책 270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왕실-의식(儀式) / 왕실-국왕(國王) / 정론(政論) / 행정(行政) / 인사(人事) / 농업-축산(畜産) / 호구-호구(戶口) / 역사-고사(故事)
- [註 013]건무(建武) : 진 혜제(晉惠帝)의 연호.
- [註 014]
민제(愍帝)가 몽진(蒙塵) 중에 역호(逆胡)에게 살해당하고, : 민제는 진 무제(晉武帝)의 손자인 사마업(司馬鄴)인데 전조(前趙)의 유요(劉曜)에게 패하여 사로잡혔고, 건흥(建興) 5년 12월에 평양(平陽)에서 시해(弑害)당하였는데 그때 나이 18세였다. 《진서(晉書)》 권5 효민제기(孝愍帝記).- [註 015]
원제(元帝)가 강을 건너가 즉위함으로써 천하가 드디어 양분되었으니 : 원제는 진 선제(晉宣帝)의 증손인 사마예(司馬睿)이다. 민제가 시해된 뒤 양자강을 건너 건강(建康)에 와서 즉위한 것을 가리켜 하는 말이다. 영창(永昌) 원년 윤11월에 붕(崩)하였는데 향년 47세였다. 《진서(晉書)》 권6 원제기(元帝記).○甲戌/江原道 橫城縣有女, 一産三男, 後母子生存云。 忠淸道 恩津縣, 民間雌牛産雌犢, 一身兩頭, 耳目口鼻分明, 生存云。 傳曰: "此皆所罕聞之事, 院相等共議處之。" 院相尹仁鏡、柳灌啓曰: "一産三男, 前亦有之, 令禮曹, 依例處之。 牛産一身兩頭, 則所謂物怪之大者多, 令弘文館, 歷考古事何如?" 仁鏡等仍啓曰: "成廟初, 多置院相, 崇品者皆參, 今則臣等及洪彦弼只三人。 人事不常, 豈可預料其終必無故哉? 況睿宗初年, 贊成金國光亦參院相, 今亦以左右贊成, 幷爲院相。" 答曰: "如啓。 且贊成外, 又有可當之人, 【蓋指李芑也。】 如考例幷爲院相。" 仁鏡等又啓曰: "前例必以位在贊成者, 爲此院相。 雖有一品人, 似難爲之。" 答曰: "知道。" 仁鏡等又啓曰: "明日殯殿, 有望祭, 凡祭固難一一親行, 而明日則乃始事之祭, 親行似當。" 答曰: "明日親祭之言固當。 但近者氣候不調, 似難行禮, 亦有後日欲退行。 且魂殿, 禮曹欲於思政殿仍設, 但此殿, 非唯近大內, 而天使來則亦必於斯行禮矣。 昌德宮書筵廳, 顧不可用耶? 大臣等其亟議處之。" 仁鏡等回啓曰: "他無可設魂殿處, 故禮曹亦不得已以思政殿啓之, 而思政殿不可之意, 果如傳敎。 然書筵廳則隘窄, 不可爲。 更思之, 則唯昌德宮東宮儲承殿爲當。 且外梓宮本板一面, 微有罅漏處, 故初欲連三板用之, 實所未安。 想必於東宮造成餘材中, 多有長大可用者矣。 今當引鉅而視之, 若可用則用之何如?" 【領、左相等, 方議未決, 罔知所計, 適有承傳內侍朴漢宗, 以此儲承殿爲言。】 答曰: "儲承殿設魂殿, 果爲便當。 外梓宮亦如啓可也。 其廣求之, 得其可用者用之, 勿使有後日之悔。" 仁鏡等又以《文獻通考》災異之應, 抄書入啓曰: "晋 建武中, 有牛兩頭, 天下將分之象也。 其後愍帝蒙塵, 見殺於逆胡, 元帝渡江卽位, 天下遂分, 此其應也。 太興中, 亦有兩頭牛, 政在私門, 上下無別之象也。 其後王敦亂政, 此其應也。 如此妖異之事, 古亦有之。 然安知天心, 或者仁愛人君所致乎? 惟人君知其妖不勝德, 側身修行, 則妖必轉而爲祥。 後之人主不然, 有祥而驕其志, 見災而忽於心, 故有其象, 必有其應, 亂亡隨之者多矣。 伏惟鑑此以爲戒。" 答曰: "雖常時猶可戒其變異, 況此國家多難之日乎? 非唯在上者, 更加警省, 輔相之人, 亦當爲國惕慮之時也。"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11장 B면【국편영인본】 19책 270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왕실-의식(儀式) / 왕실-국왕(國王) / 정론(政論) / 행정(行政) / 인사(人事) / 농업-축산(畜産) / 호구-호구(戶口) / 역사-고사(故事)
- [註 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