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시에 상의 증세가 극도로 악화되다
신시(申時)에 상의 증세가 극도로 위급하였다. 중궁이 어찌할 수 없으므로 손가락을 잘라 피를 바치려 하였다. 말이 밖으로 새나가 영상 윤인경 등도 눈물을 쏟고는 이어서 손가락을 자르는 것은 이 증세에 보탬이 되지 않는다고 청하여 멈추게 하였다. 잠시 후에 유지번이 나와서 말하였다. 【약방 제조와 승지·사관 등은 그때 아직도 충순당(忠順堂) 앞에 있었다.】
"지금 시각에 들어가 상의 맥후(脈候)를 진찰하였더니 더욱 희미하고 잦으며 중간에 끊어지는 것이 많으니 지극히 답답합니다. 앞 시각에 궁중에서 곡성(哭聲)이 있서 소동이 일어난 까닭은 중궁께서 입시(入侍)하셨는데 상께서 말씀하시되 혹 사생(死生)을 영결(永訣)하는 상황 같은 데다 기(氣)가 절로 끊어지는 것을 아주 깨닫지 못하시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고, 기가 끊어지려 하다가 이제는 되살아나셨습니다. 상께서 지번에게 ‘내가 잡언(雜言)을 잘못 듣고 망령되게 스스로 동심(動心)하였을 뿐이다.’ 하셨는데, 박세거가 들어가 아뢰기를 ‘상께서 어찌하여 스스로 너그럽게 하지 않고 너무 잗달게 슬퍼하고 상심하십니까? 애쓰실 것은 음식을 들고 빨리 조리하시는 데에 있을 뿐입니다.’ 하니, 상께서 윤임을 돌아보며 ‘그가 무슨 일을 말하였는가?’ 하자, 윤임이 사실대로 대답하였으나, 상께서는 오히려 기운이 쳐져 답하지 못하셨습니다."
- 【태백산사고본】 2책 2권 77장 A면【국편영인본】 19책 255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왕실-국왕(國王)
○申時, 上證極爲危急。 中宮無可奈何, 欲斷指以進之。 言洩于外, 領相尹仁鏡等亦泣數行下, 仍以斷指事無益於此證, 請止之。 俄而柳之蕃出 【藥房提調及承旨、史官等, 時猶在于忠順堂前。】 曰: "今刻入診上脈, 則尤爲細數, 或多間斷, 極爲可悶也。" 前刻宮中, 有哭聲而騷動者, 以中宮入侍, 上與之語, 或如死生永訣之狀, 而殊不覺氣之自絶而然, 氣將絶而今則蘇矣。 上謂之蕃曰: "予誤聽雜言, 妄自動心耳。" 朴世擧入曰: "自上何爲不自寬, 而太屑屑悲傷乎? 所可勉者, 只在進食飮速調治耳。" 上顧尹任曰: "彼言何事?" 任對以實, 上猶沈困不答。
- 【태백산사고본】 2책 2권 77장 A면【국편영인본】 19책 25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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