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에 유지번·박세거가 다시 들어가 진찰하다
오후에 유지번·박세거가 다시 들어가 진찰하고 나와서 약방 제조에게 말하기를,
"상의 맥도(脈度)가 더욱 희미하고 잦으며 중간에 끊어지는 것도 일정함이 없으니, 정신이 착란하게 되지는 않았으나 어찌 믿을 수 있겠습니까."
하였다. 지번과 세거가 상이 상기(上氣)의 증세를 일으키실 것이 염려되어 소시호탕(小柴胡湯)을 드시기를 굳이 권하였더니, 상이 굳이 물리치며 ‘유 주부(柳主簿)는 어찌하여 굳이 권하는가? 박세거도 소활(疎闊)한 사람이라 하겠다. 내 병이 어찌 이 약을 마시고 곧 낫겠는가.’ 하였다. 또 윤임 등을 돌아보며 ‘조광조(趙光祖)를 복직(復職)시키고 현량과(賢良科)를 부용(復用)하는 일은 내가 늘 마음속으로 잊지 않았으나 미처 용기 있게 결단하지 못하였으니, 참으로 평생의 큰 유한(遺恨)이 없지 않다.’ 하자, 윤임이 말리며 아뢰기를 ‘상께서 어찌하여 잡언(雜言)을 많이 하십니까. 병환이 빨리 나으면 무엇을 하고자 하여도 수행하지 못하시겠습니까.’ 하니, 상이 다만 혀를 차면서 탄식할 뿐이었다. 【이것은 곧 박세거 등이 전한 말이다.】
- 【태백산사고본】 2책 2권 76장 B면【국편영인본】 19책 255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인사(人事)
○午後, 柳之蕃、朴世擧更入診之, 出言于藥房提調 【時, 尹仁鏡等猶在忠順堂前。】 曰: "上之脈度, 尤爲細數, 間斷亦無常, 精神雖不至於錯亂, 安可恃乎?" 之蕃、世擧恐或發上氣證, 强勸進小柴胡湯, 則上牢拒之曰: "柳主簿何强勸也? 朴世擧亦可謂疎闊人矣。 予病, 豈爲飮此藥而卽愈乎?" 且顧尹任等曰: ‘趙光祖復職, 賢良科復用事, 予常不忘于懷, 而未及果斷, 實不無平生之一大遺恨也。" 任止之曰: "自上何多雜言? 疾若速差, 何所欲而不能遂乎?" 上唯咄嗟而已。 【此卽朴世擧等所傳說。】
- 【태백산사고본】 2책 2권 76장 B면【국편영인본】 19책 25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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