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경이 어용을 계속 그릴 것을 아뢰다
대교(待敎) 이감(李戡)이 전지(傳旨)에 따라 좌의정 윤인경에게 가서 의논하니, 윤인경이,
"신이 예궐하여 응대하겠습니다."
하였다. 곧 정원에 나와서 아뢰기를,
"어용을 본떠 그리는 것은 본디 성자 신손(聖子神孫)이 추상하고 흠모하기 위하여 마련하는 것이므로, 선왕(先王)·선후(先后)의 영정(影幀)은 없는 세대가 없었습니다. 신이 전에 승지(承旨)로 있을 때 대행 대왕께서 친히 선원전(璿源殿)057) 에 나아가 선왕의 영정을 받들어 살피셨는데, 신들에게 다 우러러 보게 하신 것을 신은 이제까지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부터 서로 전해 오던 일을 하루아침에 그만두는 것은 매우 미안한 일입니다. 간원이 아뢴 것은 혹 진용(眞容)에 어긋나는 폐단이 있을까를 염려한 것으로 그 뜻은 진실로 옳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잘 그리는 자가 많으니 조석으로 곁에서 모시던 내관(內官)을 참여시켜 그리게 하면 진용에 핍진하지 않을 것을 어찌 알겠습니까. 그렸다가 닮지 않았을 경우 다시 의논하여도 될 것인데 미리 닮지 않으리라고 생각하여 드디어 그만두고 그리지 않는다면 신은 미안할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하니, 답하기를,
"아뢴 내용이 바로 내 뜻과 같다."
하고, 정원에 전교하기를,
"간관을 불러 대신의 의논을 이르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16장 A면【국편영인본】 19책 186면
- 【분류】왕실(王室) / 정론-정론(政論) / 예술-미술(美術)
- [註 057]선원전(璿源殿) : 역대 선왕(先王)·선후(先后)의 영정(影幀)을 모신 곳. 경복궁(景福宮)안 동쪽에 있었다.
○待敎李戡, 以傳旨往議于左議政尹仁鏡, 仁鏡曰: "臣當詣闕以對。" 尋至政院啓曰: "御容摹寫, 本爲聖子神孫, 追想欽慕以設, 故先王、先后影幀, 無世無之。 臣前爲承旨時, 大行大王親行璿源殿, 奉審先王影幀, 命臣等悉皆仰視, 臣至今未忘。 在前相傳之事, 一朝廢之, 至爲未安。 諫院所啓, 慮或有失眞之弊, 其意固是矣。 然方今善畫者多, 使朝夕侍側內官參畫, 安知不逼於眞乎? 若畫而未肖, 則更議可也, 逆料其未肖, 而遂廢不畫, 則臣以爲未安。" 答曰: "啓辭正如予意。" 傳于政院曰: "招諫官, 以大臣議諭之可也。"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16장 A면【국편영인본】 19책 186면
- 【분류】왕실(王室) / 정론-정론(政論) / 예술-미술(美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