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황·구수담이 유세귀 등을 논계할 때의 일을 아뢰다
정언 정황이 아뢰기를,
"전에 유세귀 등을 논계할 때 신은 어미의 기일(忌日)이므로 의논에 참여하지 않았고, 보낸 글을 보고서는 신의 뜻에 미진한 데가 있으므로 곧 ‘이 조목은 뜻에 미진하나 모두의 의논이 이미 정해졌는데 집에 있으면서 어찌하겠는가?’라고 답하였으니, 미진한 뜻이 있다면 다시 의논하는 꼬투리가 은연중 그 가운데에 포함된 것입니다. 대저 아뢰는 것은 완의(完議)로 정한 것일지라도 참여하지 않은 동료가 있으면 반드시 서로 통하여 하나로 귀결된 뒤에야 아뢸 수 있는데, 정언 이담은 신의 뜻으로 다시 왕복하지 않고 곧바로 마음대로 아뢰었으니, 이것은 중대한 일에 관계되는 기틀이 아닐지라도, 그 서로 가부를 의논하지 않은 잘못으로 말하면 뒤폐단이 없지도 않을 것입니다. 이것은 실로 신이 직분을 다하지 못한 소치이니, 중대한 지위에 무릅쓰고 있는 것은 참으로 감히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어제는 어미의 기일이었으므로 곧 사퇴할 것을 아뢰지 못하였으니, 더욱 황공합니다. 신을 체직시켜 주소서."
하니, 답하기를,
"아뢴 뜻을 보면 서로 용납하지 않는 형세인 듯하므로 당연히 체직해야 하겠으나 절로 공론이 있을 것이니, 사직한다 하여 체직할 수 없다. 사직하지 말라."
하였다. 대사간 구수담이 아뢰기를,
"정언 정황은 접때 사중(司中)에서 글을 보냈을 때에 미진한 조목이 있다면 자기 뜻을 곧바로 알려서 다시 의논하여 아뢰게 해야 매우 온당할 것인데, 넌지시 하고 그 뜻을 드러내지 않아서 동료가 알아보지 못하게 하고서 이제 도리어 알아보지 못한 잘못을 가지고 동료에게 허물을 돌려 모두 체직되게 하였으므로 일이 매우 옳지 않으니, 교체하소서. 신은 병이 낫지 않아서 숙배(肅拜)도 못하였는데 곧바로 아뢰므로 체모에 어그러지는 듯하나, 동료의 거취는 가벼운 일이 아니므로 병을 무릅쓰고 아룁니다."
하니, 아뢴 대로 하라고 답하였다. 헌부가 아뢰기를,
"사간(司諫) 송세형(宋世珩) 정언(正言) 이담(李湛)은 아뢸 것을 정언 정황(丁熿)에게 글을 보내어 알렸을 때에 정황이 미진하다고 답하였다면 다시 알려야 마땅할 것인데 곧바로 아뢰었으니, 동료와 서로 의논하는 뜻에 매우 어긋났습니다. 정황은 이미 다시 의논하지 않은 것을 온편하지 못하게 여긴다면 형세가 서로 용납하기 어려울 것인데, 곧 아뢰지 않고 먼저 글을 보내어 알렸으니 대단히 체모를 잃었습니다. 모두 교체하소서."
하니, 다 아뢴 대로 하라고 답하였다. 구수담이 또 아뢰기를,
"접때 사중에서 글로 알린 것이 정황의 집으로부터 신의 집에 이르렀으므로 정황의 말을 신도 보았으나 분변하지 못하였는데, 이제 헌부가 아뢴 것을 보면 신과 송세형, 이담은 잘못한 것이 같으니, 신을 체직시켜 주소서."
하니, 답하기를,
"정황의 글이 돌아서 대사간의 집에 왔더라도 대사간은 집에 있었으므로 사중에서 의논한 사람과는 차이가 있다. 그러므로 헌부도 사간 이하로 이름을 들어서 아뢰었고, 대간(臺諫)은 사직한다 하여 교체할 수 없으니, 사직하지 말라."
하였다. 다시 사직하였으나 윤허하지 않았다.
- 【태백산사고본】 51책 101권 73장 A면【국편영인본】 19책 37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인사(人事) / 사법-탄핵(彈劾)
○癸亥/正言丁熿啓曰: "前者柳世龜等論啓時, 臣以母忌不與議, 及見通簡, 於臣意有未盡處, 故卽以: ‘此條未盡於意, 然僉議已定, 在家奈何?’ 答之。 苟有未盡之意, 則更議之端, 隱然於其中。 大抵所啓, 雖完議所定, 如有不與之僚, 則必須相通歸一然後, 乃可啓也。 而正言李湛, 不以臣意更爲往復, 徑自擅啓, 此雖不爲機關重事, 若其不相可否之失, 不無後弊。 此實臣之不職, 有以致之, 冒處重地, 實所不敢。 昨以母忌, 未卽辭啓, 尤爲惶恐。 請遞臣職。" 答曰: "以啓意觀之, 似有不相容之勢, 固當遞也。 然自有公論, 不可以辭職而遞之。 勿辭。" 大司諫具壽聃啓曰: "正言(丁璜)〔丁熿〕 , 頃者司中簡通之時, 若有未盡之條, 則當以己意直通, 更議以啓, 甚爲便當。 隱然不露其意, 使同僚不能解見, 而今反以不能解見之失, 歸咎同僚, 至使竝遞, 事甚不可, 請遞。 臣病未差復, 亦未肅拜, 而徑自啓達, 似爲失體, 然同僚去就非輕, 故力疾以啓。" 答曰: "如啓。" 憲府啓曰: "司諫宋世珩、正言李湛所啓, 通簡于正言(丁璜)〔丁熿〕 , 丁熿答以未盡, 則所當更通, 而徑卽啓之, 殊失與同僚相議之意。 丁熿旣以不更議爲未便, 則勢難相容, 不卽以啓, 先自通簡, 失體甚矣。 請竝遞差。" 答曰: "皆如啓。" 壽聃又啓曰: "頃者司中簡通, 自丁熿家到臣家, 丁熿之言, 臣亦見之, 而不爲分辨。 今以憲府所啓觀之, 臣與宋世珩、李湛所失同, 請遞臣職。" 答曰: 丁熿之簡, 雖回來于大司諫之家, 大諫在家, 與司中議論之人有間矣。 是故憲府亦以司諫以下擧名啓之, 臺諫不可以辭免遞之, 勿辭。" 再辭, 不允。
- 【태백산사고본】 51책 101권 73장 A면【국편영인본】 19책 37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인사(人事) / 사법-탄핵(彈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