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강에서 이중열이 경연의 겉치레를 아뢰다
석강에 나아갔다. 검토관 이중열(李中悅)이 아뢰기를,
"중외(中外)의 모든 관사가 해이하지 않은 데가 없어서 모두 겉치레로만 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임금과 강론(講論)하는 중대한 일마저도 겉치레로 하고 있습니다. 근래의 경연(經筵)은 의례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두 번 강독하고는 나가버립니다. 그래서 위에서는 아래에 묻지 않고 아래에서는 위에 계달하지 않습니다. 묻는 일이 있다 해도 정사(政事)331) 에 대한 말뿐이요 경전(經典)의 문리(文理)에 대해서는 전혀 논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근래 야대(夜對)를 오랫동안 폐하였기 때문에 의영고(義盈庫)에서 으레 진봉하게 되어 있는 초를 모두 산천(山川)에 기도(祈禱)하는 데에 썼다고 합니다.
옛날 한 광무(漢光武)는 공경 대신(公卿大臣)과 사대부(士大夫)를 자주 인견하여 고서(古書)를 강론하다가 밤중이 되어서야 파하였는데, 명제(明帝)가 태자(太子)로 있을 때였으므로 건강에 무리가 갈까 우려하여 아뢰면, 내가 스스로 즐거워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피곤한 줄을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옛사람의 말에, 좋아하는 것이 즐거워하는 것만은 못하다고 했습니다만, 전하께서는 즐거워하는 마음이 아마도 미진한 것 같습니다."
하니, 상이 일렀다.
"경연 때에 과연 강론하는 일이 없었고 야대는 근래 역시 하지 않았었다. 의영고의 초에 대해서는, 내가 전혀 모르는 일로 지금에야 비로소 들었다. 정원에 하문하여 보겠다. 경연 때에는 좌우와 상하가 강론해야 되는데 지금은 단지 두 번 강독하고 나아가 버리니, 과연 말한 바와 같다."
사신은 논한다. 옛날의 참된 신하들은 덕 있는 이를 공경하는 것으로 국운이 영원히 이어가기를 하늘에 비는 근본으로 삼았었다. 그런데 지금은 산천에 기도하는 것만으로 귀신의 보답을 바랐으니, 개탄스러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 【태백산사고본】 50책 99권 47장 A면【국편영인본】 18책 629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재정-창고(倉庫) / 역사-사학(史學) / 역사-고사(故事)
- [註 331]정사(政事) : 인사 행정.
○丙午/御夕講。 檢討官李中悅曰: "中外百司, 無不解弛, 皆爲文具, 至於人君講論之大事, 而亦爲文具。 近來經筵, 蹈常襲故, 只讀二遍則出矣。 上不問於下, 下不啓之上, 雖有相問之事, 只政事間之言, 經典文理, 全不確論, 而夜對近又久廢。 聞義盈庫, 例進夜對之燭, 而其燭盡歸於山川祈禱之事云。 昔漢 光武, 數引公卿大臣及大夫之士, 講論古書, 夜分乃罷。 明帝以太子, 啓以恐傷, 乃曰: ‘我自樂之, 不知疲也。’ 古人有言, 好之者不如樂之者。 恐殿下樂之之心未至也。" 上曰: "經筵之時, 果無講論, 夜對, 近亦不爲也。 義盈庫燭, 則予全不知, 而今始聞之, 政院當問之。 經筵時, 左右上下相爲講論可也, 而今則只讀二遍而出, 果如所言。"
【史臣曰: "古之藎臣, 以疾敬德, 爲祈天永命之本, 而今者徒事於山川祈禱, 以求冥報, 可勝嘆哉!"】
- 【태백산사고본】 50책 99권 47장 A면【국편영인본】 18책 629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재정-창고(倉庫) / 역사-사학(史學) / 역사-고사(故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