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친히 기우제를 지내는 것에 대해 삼공과 의논하다
《사문유취(事文類聚)》 가운데의 ‘제경공(齊景公)이 들에 나가 사흘 동안 한데에 있었다.’는 곳에 부표하여 정원(政院)에 내리면서 이르기를,
"이 일은 대신이 모르는 것이 아니나, 명소(命召)하여 의논하라. 예조의 당상도 아울러 불러야 하겠다. 내가 날씨를 보니, 스무날 안으로 비가 내리지 않으면 지극히 근심되겠다. 내가 종묘와 사직에 친제(親祭)하려 하나, 이달에는 친제할 수 없는 일 【중궁(中宮)이 공주(公主)를 낳았다.】 이 있다. 여기 부표한 옛일은 지극히 옳다. 다만, 들에 나가 사흘 동안 한데에 있으면서 분향(焚香)하고 정성을 지극히 하면 될 듯하므로 지난해에도 하려 하였으나 경(卿)들이 무더위에 거행하기 어렵다고 하므로 멈추었는데 이제는 그리 덥지는 않다. 정성으로 비를 비는 데 있어서 서늘하고 더운 것을 헤아릴 것 없겠다. 사흘 동안 서 있는 것은 어려운 형세이니, 예조를 시켜 의주(儀註)를 써서 아뢰게 하라. 내가 땅에 앉더라도 근시(近侍)를 시켜 분향하고 백관(百官)이 뜰에 서면, 도당(都堂)에서 비를 비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오늘 시작하여 사흘 동안 하는 것이 옳겠다. 지난해에 흉년이 들고 이제 또 이러한 것은 예전에 듣지 못하던 일이다. 지난해에는 위아래가 황급하여 겨를이 없었는데 지금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니, 아마도 인심이, 지난해에 여러 가지로 비를 빌었어도 비를 얻지 못해서 그런다고 여길 듯하다. 이것은, 미리 게을리하는 뜻을 보이는 것이다. 내가 친히 백관을 거느리고 이렇게 한다면, 정성이 하늘에 이를지는 모르겠으나, 예전에도 어찌 생각 없이 이렇게 하였겠는가. 사흘 동안 비를 빌어도 비가 내리지 않으면, 다음달에 종묘와 사직에 친제하려 한다."
하니, 삼공(三公) 등이 아뢰었다.
"가뭄의 재변이 절박하므로, 성려(聖慮)가 어찌하여야 비를 얻을지 몰라서 옛일을 살펴 사흘 동안 한데에서 백관을 거느리고 빌려고까지 하시니, 성려가 지극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무더위에 옥체가 어찌 잠시라도 한데에 앉으시겠습니까. 이렇게 하면 틀림없이 비를 얻는다 하더라도 거행할 수 없습니다. 또, 근래에는 예전에 비를 얻은 일을 두루 거행하여 여러 가지로 빌었으나 아직 응험이 없으니, 한데에서 빌어서 비를 얻는 것도 어찌 반드시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뭇사람의 의논이 다 결코 하여서는 안 된다고 합니다."
사신은 논한다. 지난해에 헌의(獻議)한 자가 있어, 백관을 도당에 서서 빌게 하였더니, 다들 번갈아 분향할 때에 으레 끓어앉는 것을 견디지 못하므로, 분향을 천천히 하는 것을 체모에 맞는다고 하며, 스스로 버릇없게까지 하여 불가(佛家)의 일과 같은 데가 있었다. 그 말단의 일을 하는 것이 이러하여 사람들이 그 의논을 비평하므로 이렇게 아뢴 것이다.
답하기를,
"아뢴 뜻은 알았다. 세자를 시켜 백관을 거느리고 빌게 하여도 안 되겠는가? 그것도 거행하기 어렵다면, 백관을 모아 궐정(闕庭)에서 비를 비는 것이 오히려 도당에서 비를 비는 것보다 낫겠다. 의논하여 아뢰라."
하였는데, 삼공이 회계하기를,
"한데에 사흘 동안 앉아 있는 것을 세자 역시 어찌 할 수 있겠습니까. 백관이 뜰에서서 비를 비는 것이라면 오히려 빨리 해야 하겠습니다."
하니, 아뢴 뜻은 알았다고 답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0책 98권 36장 A면【국편영인본】 18책 583면
- 【분류】과학-천기(天氣)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왕실-의식(儀式) / 역사-고사(故事)
○壬寅/以《事文類聚》中, 齊 景公暴露於野三日處, 付標, 下于政院曰: "此事, 大臣非不知也, 然命召議之。 禮曹堂上亦可竝招也。 予觀日候, 二十日內不雨, 則至爲憂矣。 予欲親祭廟社, 今朔有未可親祭之事。 【中宮誕公主。】 此付標古事, 至可。 但出野暴露三日, 焚香至誠則似可, 故去年亦欲爲之, 卿等以爲, 苦熱難行, 故止之。 今則不至苦熱, 若以誠禱雨, 則不計涼熱也。 三日立則勢難, 令禮曹儀註書啓。 予雖坐地, 令近侍焚香, 百官庭立, 則與都堂祈雨有間矣。 雖今日始禱, 至于三日可矣。 去歲凶歉, 今又如此, 古所未聞也。 年前上下, 遑遑不暇, 而于今寂無所爲, 則恐人心, 以去年多般祈雨, 而未得雨, 故如是也。 此先示怠慢之意。 予親率百官, 如是爲之, 則未知其誠, 格于天與否也, 然古者豈無慮, 而若是爲也? 祈雨三日而不雨, 則來月欲親祭宗社矣。" 三公等啓曰: "旱災迫切, 聖慮不知何以得雨, 至考古事, 欲爲暴露三日, 率百官祈禱, 聖慮至 矣。 然如此炎熱, 玉體豈可頃刻露坐? 定以此得雨, 亦不可行也。 且近來, 歷擧古者得雨之事, 多般祈禱, 未有其應。 暴露得雨, 亦安能必乎? 衆議皆以爲決不可爲也。"
【史臣曰: "前歲有獻議者, 使百官立禱於都堂, 皆不堪相遞焚香時例跪, 故以焚香舒遲者爲得體, 自至於褻慢, 有同於佛家事, 其爲末節如是。 人譏其議, 故以是啓之。"】
答曰: "啓意知道。 令世子率百官祈禱, 亦不可爲乎? 其亦以爲難行, 則會百官, 闕庭祈雨, 猶勝於都堂祈雨, 其議以啓。" 三公回啓曰: "露坐三日, 世子亦豈可爲乎? 百官庭立祈雨, 則猶可速爲也。" 答曰: "啓意知道。"
- 【태백산사고본】 50책 98권 36장 A면【국편영인본】 18책 583면
- 【분류】과학-천기(天氣)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왕실-의식(儀式) / 역사-고사(故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