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부가 경현 공주의 옛집을 개조하라는 명을 거둘 것을 아뢰었으나 윤허하지 않다
헌부가 아뢰기를,
"황해도 관찰사 김수성(金遂性)이 앞서 판결사(判決事)로 있을 때에 권수형(權守衡)의 송사(訟事)를 잘못 판결하였습니다. 이를 징계하지 않는다면 폐단이 반드시 끝이 없을 것이니 법에 의하여 죄를 다스리소서. 그리고 경현 공주(敬顯公主)047) 의 가사(家舍)를 다 짓자마자 또 옛집을 헐어 개조(改造)하고 단장하도록 명하셨는데 매우 온당하지 않습니다. 왕자(王子)와 왕녀(王女)의 제택(第宅)을 극도로 크고 사치스럽게 짓기에 힘쓰니, 백성들의 고달픔이 주로 여기서 말미암습니다. 따라서 성덕(聖德)에 누가 되는 것으로는 이것이 으뜸입니다. 아무리 날마다 백성들을 근심하는 교서(敎書)를 내린다 하더라도 한갓 빈말이 될 뿐이고 몸소 행하는 실상이 없으니, 백성들이 조금의 혜택도 받지 못할 것은 뻔한 이치입니다. 궁실(宮室)을 웅장하게 하는 것은 오직 자손들에게 교만하고 사치하는 마음만 열어 줄 뿐 털끝만큼이라도 보탬은 없습니다. 조종조(祖宗朝)에도 왕자와 왕녀의 제택이 있었습니다만, 지금처럼 극도로 웅장하고 사치한 것은 없었습니다. 이미 그렇게 큰 집을 짓고도 또 한 채의 집을 개조해서 편의대로 사용하고자 하는데도 위에서 금지시키거나 억제하지 아니하고 그 주청을 기꺼이 따르시니, 나라의 근본이 곤궁하고 초췌한 것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개조하라는 명을 거두소서."
하였는데, 모두 윤허하지 않았다.
- 【태백산사고본】 48책 94권 63장 A면【국편영인본】 18책 445면
- 【분류】사법-탄핵(彈劾) / 사법-법제(法制) / 정론-간쟁(諫諍) / 왕실-종친(宗親) / 주생활-가옥(家屋)
- [註 047]경현 공주(敬顯公主) : 중종의 네째 왕녀(王女).
○憲府啓曰: "黃海觀察使金遂性, 前任判決事時, 誤決權守衡訟事。 此若不懲, 弊必無窮, 請依法治罪。 敬顯公主家舍, 畢造成後, 又命連排舊家, 改造修粧, 至爲未便。 王子女第宅, 務極宏侈, 生民之困, 職此之由。 當今聖德之累, 此爲第一。 雖日下憂民之敎, 徒爲空言, 而無躬行之實, 民未蒙一分之惠, 理之然者。 宮室之壯, 適足皆啓子孫驕侈之心, 無有一毫之益。 祖宗朝, 亦有王子女第宅矣, 未有如今時之極壯侈也。 旣創其大家, 又搆一家, 以爲適便之所, 自上旣不禁抑, 而務從其請, 其奈邦本之困悴何? 請勿令造成。" 皆不允。
- 【태백산사고본】 48책 94권 63장 A면【국편영인본】 18책 445면
- 【분류】사법-탄핵(彈劾) / 사법-법제(法制) / 정론-간쟁(諫諍) / 왕실-종친(宗親) / 주생활-가옥(家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