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현감 홍서린의 파직과 농사철 민정에 대한 폐단을 아뢰다
헌부가 아뢰기를,
"전 현감 홍서린(洪瑞麟)이 포천 현감으로 있을 때 탐욕스럽고 혼탁하기가 말할 수 없어 사람들의 심한 비난을 받았는데도 사성(司成) 이약빙(李若氷)이 구차하게 이 사람을 천거했습니다. 때문에 본부가 논계하여 추고했는데 약빙의 함사(緘辭)038) 도 억지로 자신을 변명할 말이 대부분입니다. 그가 ‘서린이 포천에 부임한 뒤 겨우 5∼6개월을 넘기고 어미의 상을 당해 체직되었으나 수령을 맡을 만하기에 망령되어 천거했다.’라 하였으나 관직에 머문 지가 비록 5∼6개월이라고 하더라도 법을 사실처럼 어긴 일이 공론에 파다하게 퍼져 있습니다. 약빙이 서린을 굳이 비호하여 자기 말을 꾸미려고 갖가지로 칭찬하고 도리어 본부의 논계를 사실이 아니라고 했는데 그 말이 너무나 오만하였습니다. 파직시키소서.
경기 각 고을은 해마다 흉년인데 지난해가 더 심하여 백성들의 주림과 고생이 다른 도보다 배가 됩니다. 따라서 급하지 않은 일은 마땅히 일으키지 말아야 합니다. 더구나 지금은 봄 농사일을 서두는 때이므로 더욱 백성들의 사간을 빼앗아서는 안됩니다. 낙천정(樂天亭)039) 을 수리할 일에 대해서는 지난해 이미 판하(判下)하여 각 고을에 분정(分定)하였습니다. 지금 바야흐로 민정(民丁)040) 을 징발하여 그 역사(役事)에 나가게 하는데 이는 밭갈고 씨뿌리는 시기를 놓칠 뿐만이 아니라 주린 백성들도 휴식하지 못하니, 그만두라고 명하소서."
하니, 답하였다.
"약빙(若氷)의 함답(緘答)을 보니 사체에 어긋난다. 그러나 어찌 다른 의도야 있겠는가. 파직하는 것은 지나치니 송서(送西)하라. 낙천정을 수리할 일은 다시 생각하니, 이것 역시 공해(公廨)이다. 병조가 유위군(留衛軍)만으로 수리하려 하는데 군인들이 부족하여 역사(役事)를 마치지 못하기에 각 고을로 하여금 수리하라 한 것이다. 지금 수리하지 않아 전부가 허물어지게 된다면 그 역사가 커질 것이다. 비록 기전(畿甸)의 백성에게 풍년들기를 기다려 하게 하더라도 올해 풍년이 들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판부(判付)를 고쳐 전례대로 하라."
- 【태백산사고본】 48책 94권 61장 A면【국편영인본】 18책 444면
- 【분류】사법-탄핵(彈劾) / 정론-간쟁(諫諍) / 재정-역(役) / 구휼(救恤) / 건설-건축(建築)
- [註 038]함사(緘辭) : 관원이 공무상 중대한 과오를 범한 경우나 또는 필요에 의하여 서면으로 추문(推問)했을 때 이에 대한 서면 답장의 내용을 말함.
- [註 039]
낙천정(樂天亭) : 지금은 동잠실(東蠶室)이라고 부른다.- [註 040]
민정(民丁) : 부역(賦役) 또는 군역(軍役)에 소집되는 남자. 장정(壯丁)이라 일컫기도 함.○戊寅/憲府啓曰: "前縣監洪瑞麟, 爲抱川縣監時, 貪濁無狀, 人所唾罵, 而司成李若氷, 苟薦此人, 故本府論啓請推, 而若氷緘答之辭, 多有强卞自明之語, 至以瑞麟 抱川赴任後, 纔過五六朔, 母在喪而遞, 可堪守令, 故妄薦云。 在官雖五六朔, 而不法之事, 播在公論, 若氷苟護瑞麟, 欲實其言, 多般虛美, 反以本府所啓爲不實, 而辭甚傲慢, 請罷。 畿甸各官, 連歲凶荒, 前年尤甚, 民生飢困, 倍於他道。 不急之務, 所當勿擧, 而況今春務方張, 尤不可奪民之時, 樂天亭 【今稱東蠶室。】 修理事, 前年已判下, 分定各官, 時方調發民丁, 以赴其役, 非徒耕種失時, 飢饉之民, 亦不得休息, 請命停罷。" 答曰: "見此若氷緘答, 則異於事體, 然豈有他情乎? 罷職則過矣, 送西可也。 樂天亭事, 更料之, 彼亦公廨, 兵曹以留衛軍修理, 而以其軍人不足, 不能畢役, 故令各官修理矣。 在今不修理, 而若盡破, 則其役大矣。 雖使畿甸之民, 待年爲之, 而年之豐歉, 未可知也。 改判付, 依前例爲之可也。"
- 【태백산사고본】 48책 94권 61장 A면【국편영인본】 18책 444면
- 【분류】사법-탄핵(彈劾) / 정론-간쟁(諫諍) / 재정-역(役) / 구휼(救恤) / 건설-건축(建築)
- [註 0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