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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종실록 94권, 중종 36년 2월 6일 계해 2번째기사 1541년 명 가정(嘉靖) 20년

시독관 윤현이 선비들의 기백이 날로 움츠러들고 참다운 관리가 없음을 아뢰다

석강에 나아갔다. 시독관(侍讀官) 윤현(尹鉉)이 아뢰기를,

"근래 조정이 여러번 변고를 겪었기 때문에 선비들의 기백이 꺾여 모두들 권한 있는 자리는 회피합니다. 대신 이하 모두가 국사에 힘을 쏟지 아니하고 대부분 자기의 몸이나 보존하기만 애쓰고 권한 있는 자리를 좋아하지 않으므로 선비들의 기백이 날로 움츠러들고 국사를 담당하는 자도 참다운 인물이 없습니다.

국가의 일은 마땅히 대신이 총괄해야 합니다. 음양(陰陽)을 조화시키는 일이 비록 대신의 임무이나 조화시키는 일이란 가만히 있어서 되는 일이 아니요, 반드시 모두를 화목하게 한 다음에야 음양이 고르게 되고 국사가 다스려지는 것입니다. 근래 대신들이 권한 있는 자리를 회피하는 흔적이 있어 아래 유사(有司)의 일은 침해해서는 옳지 않다고 하고, 유사 또한 한갓 문서(文書)나 봉행할 따름입니다. 그러므로 국사에 힘을 쏟는 사람을 볼 수가 없고 간혹 힘을 쏟는 이가 있으면 도리어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게 됩니다. 때문에 말하려는 이들은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본 다음 발언하는 것을 예사로 여기며 다른 이가 하는 것을 따라 하고 모두들 다른 사람과 달리하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여러 관사 중에는 혹 구법(舊法)을 폐기한 데도 있어 폐단이 생기는 것도 많습니다. 이와 같은 일들은 풍헌(風憲)을 맡은 관아가 그 잘못을 살펴 바로잡아야 되고 대신 역시 마땅히 총괄하여 다스려서 생긴 폐단은 없애야 하며 폐기하거나 해이해진 법은 다시 거행되게 해야 합니다. 우리 나라의 법령은 본디 오래 시행되지 않기 때문에 조종 때의 훌륭한 법과 아름다운 뜻이 하나도 펴지지 못했으며 왕왕 거듭 밝혀 거행하게 해도 그뒤에는 또다시 시행되지 않습니다. 속연(俗言)에, 조선(朝鮮)의 법은 사흘뿐이라고 하니, 이와 같이 법이 오래가지 못합니다. 때문에 법령을 봉행하는 자도 이 법령은 오래지 않아 폐기될 것이라고 생각하므로 이를 준수하는 데 마음을 쓰는 자가 없습니다. 허다한 법을 번번이 거듭 밝히는 것도 옳지 않은데 거듭 밝힌 일이 도리어 겉치레가 되고 맙니다. 유사로서 법령을 거행하지 않는 자는 정부(政府)에서 당연히 조사해 다스려야 하고 법사(法司)도 살펴 바로잡아, 조종조에서 이루어 놓은 법을 삼가 받들어 시행하지 않는 자가 있으면 엄히 다스려야 합니다. 법이 시행되지 않는 것이 지금의 큰 폐단이니 이것이 모두 기강이 무너진 데서 연유된 일입니다. 유사에서 분부하여 법령을 봉행하지 않는 자를 치죄하게 하면 법령은 저절로 거행될 것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이 말이 매우 합당하다. 근래 법이 부족한 것은 아니나 관리들이 태만하게 봉행하지 않아 마침내 폐기되었기에 부득이 거듭 밝히는 것이다. 거듭 밝히는데도 또다시 봉행하지 않는다면 무익할 것이다. 대신이 단속하고 살핀다면 비록 거듭 밝히지 않아도 시행될 수 있다. 오늘날 대신들이 국사에 힘을 쓰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지난날 권세를 잡은 간신이 용사(用事)하면서 일을 공적으로 처리하지 아니하고 사적으로 처리하다가 마침내 몰락하였으므로 국사에 힘을 쓰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권한이 자기에게 있게 될까 두려워한다. 만일 지극히 공평하게 일을 처리한다면 권한이 자기에게 있다 한들 무엇이 혐의스러울 것인가? 대신들이 권한을 회피하는 일 또한 그 폐단이 크지 않은가?"

하였다. 이 아뢰기를,

"친척을 천애한 뒤에 어진이를 존경하며 어진이를 존경한 뒤에 백성을 사랑하며 백성을 사랑한 뒤에 만물을 사랑해야 합니다. 이 가운데 친척을 친애하는 도가 가장 큰 것입니다. 근래 친척을 친애하고 일가와 화목하는 도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종실(宗室) 가운데 간혹 각궁(角弓)의 탄식021) 을 합니다. 종실이란 바로 선왕의 후예로서 다른 사대부의 예와는 다릅니다. 유달리 후하게 대우하고 조그만 허물은 용서하는 것이 바로 친척을 친애하는 도리입니다.

지난날 종실인 신성수(信城守)가 죄를 범하자 【노비 학지(鶴只)를 타살했다.】 전옥서(典獄署)에 내려 다른 수인(囚人)과 같이 옥에 가두었다가 계복(啓覆)한 뒤 사형을 감해주었습니다. 옛말에, 사대부는 다른 죄수와 달리 취급한다고 하였는데, 이 말은 사대부를 우대한다는 뜻입니다. 더구나 종실은 곧 선왕의 후손인데 이와 같이 대우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저지른 죄가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라면 후하게 용서하는 것이 좋을 것이며, 【학지(鶴只)가 밤에 신성수(信城守)의 집에 침입하자 신성수가 계집종의 남편인 돌산(乭山)을 시켜 매를 쳐서 죽게 했다. 돌산의 아내는 지난날 학지의 아내였다.】 그 죄가 종사(宗社)에 관계된 것이라면 죽이는 것이 옳습니다. 신성수가 결국 사형을 감하라는 명을 받았으니 친애하는 도를 볼 수 있습니다만, 종실을 대우하는 방법에 있어서는 미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이 말 또한 합당하다. 신성수가 사람을 살해하고 승복(承服)했기 때문에 관례에 따라 옥에 가두었다. 다만 종사에 관계되지 않았다면 마땅히 조정과 특별히 의논하여 처리해야 할 것이요, 일반 수인들과 같이 취급하지 않았어야 했는데 당시에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하였다. 이 아뢰기를,

"작지(作紙)022) 는 20권(卷)을 넘지 말라는 법이 법전에 실려 있는데도 그 법이 시행되지 않습니다. 경외(京外)의 관리들 대다수가 작지포(作紙布)를 지나치게 받아들여 10동(同)일 때도 있고 15동이 될 때도 있어 이를 준비해 바치는 사람들이 원망하여 괴로와하니 이것 역시 법령이 행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것만이 아닙니다. 송사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재판에 이길 수 없음을 알면서도 피고[隻]로 하여금 많은 작지(作紙)를 허비하도록 송사를 그치지 않습니다. 외방의 수령 또한 작지를 받아들이는 것을 이롭게 여기기 때문에 비록 삼도득신(三度得伸)023) 이 되었어도 혹 송사를 거는 자가 있을 경우에는 오히려 입안(立案)을 내주어 작지를 거두어들입니다. 따라서 4∼5번째에 가서야 소송에 이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 역시 법이 행해지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전일 이같은 폐단을 헤아리고서 이미 유사(有司)에게 법에 따라 받아들이라고 했는데도 오히려 봉행하지 않으니, 이는 모두 관리들의 잘못이다."

하였다. 이 아뢰기를,

"진상(進上)하는 물건을 폐지할 수는 없으며 위를 받드는 일 또한 백성들이 해야 합니다. 매는 바로 왜완물이니 진상을 갑자기 폐지할 수는 없으나 매가 나지 않는 하삼도(下三道)024) 까지 진상하게 합니다. 더구나 진상한 매를 하패(下牌)만 하기도 하고 누구에게 내려 주기도 하는데 내려주시는 은혜는 가벼운 것이고 백성들이 진상하는 폐단은 무겁습니다. 하패는 명칭만 있고 실속은 없으니 이는 부득이한 일이 아닙니다. 매가 생산되는 곳은 그만이겠으나 생산되지 않는 곳은 진상하는 수량을 줄여 백성들이 조금이라도 은혜를 입게 해야 됩니다. 진상하는 매는 반드시 몸집이 큰 놈만을 고르니 그 값이 매우 높아 백성들이 원망스러워합니다. 이는 긴요한 일이 아니니 진상하는 수량을 줄이심이 지당합니다."

하니, 상이 일렀다.

"매는 지난날 진공(進貢)하는 숫자가 많았으나 지금은 벌써 그 수량을 줄였고, 조종조에서는 응방(鷹坊)025) 이 있었지만 지금은 폐지하였다. 그러므로 단지 하패(下牌)만 할 뿐이다. 이는 크게 중요한 일이 아니니 매가 생산되지 않는 곳은 진상하는 숫자를 줄여주도록 하라."


  • 【태백산사고본】 48책 94권 54장 A면【국편영인본】 18책 441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왕실-종친(宗親)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사법-법제(法制) / 물가-수수료(手數料) / 재정-진상(進上)

  • [註 021]
    각궁(角弓)의 탄식 : 《시경(詩經)》 소아(小雅) 각궁편(角弓篇)에서 나온 말. 각궁이란 뿔로 꾸민 활을 말하는데, 활이란 당기면 안으로 굽혀지고 놓으면 밖으로 펴져 마치 형제나 혼인(婚姻)·친소(親疎)의 관계와 비길 수 있다. 이 시는 유왕(幽王)이 구족(九族)인 친척을 멀리하고 간사한 이를 가까이하는 것을 각궁에 비유하여 노래한 것이다.
  • [註 022]
    작지(作紙) : 매매하는 물건에 대한 송사에 판결이 나면 관에서 입안(立案)을 내주고 그 입안의 종이 값을 거두는데, 이것을 작지라 한다.
  • [註 023]
    삼도득신(三度得伸) : 송사(訟事)의 판결에 불만이 있으면 세 번까지 신리(伸理)를 소청(訴請)할 수 있는 제도. 또는 노비나 전지 소송에 대하여 1심·2심·3심 모두 승소한 것을 말하기도 한다.
  • [註 024]
    하삼도(下三道) : 경상·전라·충청도.
  • [註 025]
    응방(鷹坊) : 조선조에서 매를 기르거나 매사냥에 관한 일을 맡아보는 곳.

○御夕講。 侍讀官尹鉉曰: "近來朝廷, 累經變故, 士氣摧挫, 皆避有權, 而自大臣以下, 皆不用力於國事, 率務保身, 不喜有權, 故士氣漸至摧沮, 擔當國事者, 無其人矣。 國家之事, 大臣所當摠理。 燮理陰陽, 雖大臣之任, 然燮理之事, 非無爲而然, 必庶政咸和, 陰陽調而國事理矣。 近來大臣, 有避權之迹, 以爲不可下侵有司之事, 有司亦奉行文書而已, 故未見力於國事者。 或有用力者, 則反致譏笑, 故有言者, 見他人之言, 而發言爲事, 從他人所爲而爲之, 皆不喜異衆之事矣。 百司之中, 或有廢置舊法者, 而有弊者亦多。 凡如此之事, 風憲之司, 可爲糾察, 大臣亦當摠治之, 有弊者使之袪, 而廢弛者使之擧行, 斯可也。 我國法令本不久行, 故祖宗良法美意, 皆無所施。 往往雖申明擧行, 而申明之後, 旋復不行。 俗語云: ‘朝鮮之法三日。’ 其無悠久之意如此, 故奉行者, 亦以爲此法不久還廢, 而無用意遵守者。 許多之法, 不可每爲申明, 而申明之事, 反爲文具。 凡有司不擧行者, 廟堂當檢治, 而法司亦糾正, 有祖宗成法, 而不謹遵行者, 痛治可也。 法之不行, 方今巨弊。 此皆由於紀綱之頹靡也。 付之有司, 而其不奉行者治罪, 則自然擧行矣。" 上曰: "此言至當。 近來法非不足也, 官吏慢不奉行而遂廢, 故不得已申明也。 申明而還不奉行, 則無益。 大臣檢察, 則雖不申明, 可行也。 今者大臣, 非不用力於國事也, 頃者權奸用事, 不以公而以私, 遂至於敗, 故欲力於國事者, 皆恐其權之在己也。 若以至公爲事, 則權之在己, 亦何嫌乎? 大臣避權之事, 其弊不亦大乎?" 曰: "親親而尊賢, 尊賢而仁民, 仁民而愛物, 親親之道大矣。 近來親親睦族之義未至, 而宗室之人, 或有《角弓》之嘆。 夫宗室, 乃 先王後裔, 非他士大夫之例, 待之優異, 而容其小過, 乃合於親親之道也。 往者宗室信城守犯罪, 【打殺奴鶴只。】 下于典獄署, 與諸囚同入, 至啓覆而減死。 古云: ‘士大夫不與諸囚同。’ 此言優待士大夫之意也。 況宗室, 乃先王之後, 則其待之不可如此也。 罪犯非關, 則優容可也, 【鶴只夜入信城守家, 信城守令婢夫石乙山杖之死。 石乙山妻, 曾爲鶴只妻者也。】 罪關宗社, 則賜之死可也。 信城守終得減死之命, 可以見親愛之道, 然待之之道, 恐未得盡也。" 上曰: "此言亦當。 信城守殺人而承服, 故例下于獄, 但不關於宗社, 則當與朝廷, 別議處之, 不與凡囚同可也, 而其時未及料之。" 曰: "凡作紙, 【凡決訟買賣之物, 官給立案, 收其立案紙價, 名曰作紙。】 毋過二十卷之法, 載在令典, 而其法不行, 京外官吏, 數多濫(奉)〔捧〕 作紙之布, 或至十同, 或至十五同, 備納者怨苦。 此亦法令不行之故也。 不獨此也, 好訟之人, 雖知理屈, 而欲使其隻, 多費作紙, 而呈訟不已, 外方守令, 且以收納作紙爲利, 雖經三度得伸, 而或有呈訟者, 則猶給立案, 收(奉)〔捧〕 作紙, 故至於四五度得伸者, 亦有之, 此亦有法不行而然也。" 上曰: "前日料此弊端, 已令有司, 依法(奉)〔捧〕 納, 而猶不奉行。 此皆官吏之過也。" 曰: "凡進上之物, 不可廢, 而(奉)〔捧〕 上之事, 百姓亦可爲也。 鷹子乃戲玩之具, 進上雖不可頓廢, 無鷹下三道, 亦封進上, 進上之鷹, 或只下牌, 或爲賜予。 賜予之恩輕, 百姓之弊重, 而下牌則徒有名而無實, 此非不得已之事也。 如産鷹之地則已矣, 不産之處, 量減其數, 使民蒙一分之賜可也。 進上之鷹, 必擇體大, 而其價甚高, 百姓怨咨。 此乃不急之事, 減數至當。" 上曰: "鷹子, 前者進貢之數多, 而今已量減矣。 祖宗朝有鷹房, 而今則廢焉, 故只下牌而已。 此非大關之事, 不産之處, 則量減可也。"


  • 【태백산사고본】 48책 94권 54장 A면【국편영인본】 18책 441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왕실-종친(宗親)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사법-법제(法制) / 물가-수수료(手數料) / 재정-진상(進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