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양군 집에 든 도둑을 잡아 넘긴일에 관련하여 형옥관을 추문하라고 이르다
정원에 전교하였다.
"덕양군(德陽君) 이기(李岐)가 권소(權紹)의 빈집을 빌어 사는데, 강도가 여러 차례 와서 엿보기에 지난밤에는 덕양군은 장소를 옮겨 피하고 하인들이 감시해 잡아서 포도청(捕盜廳)에 고했다고 하고 복병 부장(伏兵部將)에게 고했다고도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잡지 않았으니 받을 수 없다.’고 답하고, 형조로 송부하려 했다 한다. 전일 포도장이 도둑을 포박하였는데 도리어 그들의 무리에게 약탈당한 일이 있었다. 또 그들의 무리에게 도중에 약탈당할까 하여 비록 사삿일이지만 문틈으로 와서 고하였기 때문에 속히 잡아 가두도록 전교하였다. 그런데도 형조에는 상직(上直)한 관원 【좌랑(佐郞) 안충달(安忠達).】 이 없었다고 한다. 평상시에 각사(各司)의 상직 관원들이 게으름을 피우는 것이 버릇이 되어 으레 숙직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형옥관(刑獄官)은 잠시도 숙직을 궐하지 말아야 하는데도 이와 같으니, 매우 부당하다. 먼저 파직시키고 조옥(詔獄)으로 하여금 추국(推鞫)케 하라.
또 포도장은 도둑잡은 것을 맡았으니 비록 사삿집에 도둑이 들더라도 힘을 다해 잡아야 하는데 제군의 집에서 도둑을 잡아 고했는데도 내가 잡은 것이 아니라면서 받아주지 않았다니, 이로써 본다면 여염 백성들의 집에는 도둑이 들더라도 잡으려고도 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에 도둑을 잡은 자가 포도청에 고했는지 아니면 복병장(伏兵將)에게 고했는지를 덕양군(德陽君) 집의 일을 잘 아는 노자(奴子)에게 묻고, 받아들이지 않았던 부장(部將)은 조옥으로 하여금 추국케 하라. 좌·우 포도 대장이 항시 아랫사람을 검속하지 않아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조 낭관(吏曹郞官)이 각사 상직을 적간(摘奸)할 때에도 단지 미관 말직만을 적간하여 아뢰기 때문에 징계하는 마음이 없다. 형옥(刑獄)에는 잠시도 숙직을 궐해서는 안 되는데도 궐하였으니, 아울러 헌부로 하여금 추문(推問)케 하라."
- 【태백산사고본】 48책 94권 1장 B면【국편영인본】 18책 414면
- 【분류】사법-치안(治安) / 사법-탄핵(彈劾)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乙丑/傳于政院曰: "德陽君 岐, 借寓權紹空家, 强盜累次來覘, 放去夜德陽君移避所, 下人等, 窺伺執捉, 告於捕盜廳, 或伏兵部將, 此則未可知也, 而答云 ‘非吾所捉’ 而不受, 欲付刑曹, 則前日捕盜將縛賊, 而猶且爲同黨劫奪。 恐於中路, 又被同黨打劫。 雖私事, 以門隙來告, 故速令捉囚事傳敎, 而刑曹無上直官員 【佐郞安忠達。】 云。 常時各司上直官員, 懶慢成風, 例不直宿。 刑獄之官, 尤不可斯須闕直, 而如此, 至爲不當。 先罷, 令詔獄推之。 且捕盜將, 以捕盜爲任, 雖私處入盜, 猶當極力捕捉, 而諸君之家, 捕賊告之, 則以爲非吾所捉而不受。 以此見之, 閭閻小民之家, 雖或有盜, 而必不肯追捕矣。 今捉賊者, 其告於捕盜廳乎? 抑告於伏兵將乎? 招德陽君家事知奴子問之, 而其不受部將, 亦令詔獄推之, 左右邊捕盜大將, 常時不檢下, 故如此, 而吏曹郞官, 各司上直摘奸之時, 只於殘司微官, 摘奸而啓之, 故無懲戒之心也。 刑獄, 不可斯須闕直, 而致令闕直, 幷令憲府推之。"
- 【태백산사고본】 48책 94권 1장 B면【국편영인본】 18책 414면
- 【분류】사법-치안(治安) / 사법-탄핵(彈劾)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