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을 넘은 죄로 잡힌 중 은수를 국문하다
정원에 전교하기를,
"이번에 놀라운 일이 있었다. 동산색 내관(東山色內官)이 철마다 나는 과일을 올리는 예에 따라 오늘 아침 복분자(覆盆子)213) 를 따기 위하여 후원에 들어갔더니, 바깥성과 안 담장 사이에 어떤 중이 숨어 있기에 붙잡아서 물어 본 바 ‘함께 들어왔던 사람이 오늘 새벽에 도망가 버려서 갈 곳을 몰라 이러고 있다.’고 하였다고 한다. 선전관에게 군사를 많이 거느리고 가서 잡아 오게 하고, 잡혀 온 중은 정원으로 불러들여 서둘러 국문한 뒤에 아뢰어라."
하고, 전교하기를,
"이 초사를 보니 몹시 황당하다. 저번에 내탕고(內帑庫)와 궁방(弓房)에 도둑을 맞은 변이 있었는데, 혹시 이 자들의 소행이 아닌지 모르겠다. 또 중이 ‘지운(智雲)이 먼저 성에 올라가서 새끼를 내려뜨려서 매달려 올라갔다.’고 한다. 사관·내관 및 의금부 낭관은 중을 그가 올라왔다는 곳으로 끌고 가서 새끼를 내려뜨리고 매달려 올라오는 모양을 재연케 하여 그 진위를 알아보라."
하였는데, 사관 등이 아뢰기를,
"동신문(東新門) 수구(水口)의 군보(軍堡) 앞이 바로 중이 올라온 곳이었습니다. 사람을 시켜 새끼를 드리우게 하였더니 중이 잡고 올라왔습니다."
하고, 정원이 아뢰기를,
"중의 초사를 보면 처음 성을 넘고자 꾀한 자는 지운이었는데 몰래 빠져 나가고 말았습니다. 궁성 내의 의심나는 곳을 샅샅이 뒤져 보고 도성의 사대문(四大門)을 파수군사로 하여금 수상한 자를 살피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전교하였다.
"아뢴 뜻이 매우 마땅하다. 이 사건을 누가 놀라지 않겠는가. 이러한 큰 옥사에 위엄을 보이지 않는다면 진상을 알기 어려울 것이다. 친문(親問)하고 싶으니 삼공과 금부 당상을 불러들이라."
그 초사는 다음과 같다.
"소승 은수(誾修)는 김해(金海)에서 나와 정처없이 떠돌아 다녔는데, 한 달쯤 전에 다 떨어진 옷을 입고 빌어먹는 중 지운(智雲)을 소림굴(小林窟)에서 만났습니다. 그 후로 서로 헤어지기도 하고 함께 있기도 하다가 이달 17일에 소림굴에서 다시 만나 이틀 밤을 함께 잤습니다. 19일에 지운과 함께 대문 밖 집회처(集會處)에서 술과 밥을 빌어먹고 날이 저물어 창의문(彰義門)으로 들어왔습니다. 지운이 나를 이끌고 궁성 밖에 당도하자, 나에게 ‘이 성을 넘어 들어가서 할 일이 있는데 내 말대로 하지 않겠는가?’ 하였습니다. 내가 넘어 들어가기가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하자, 지운이 ‘내가 삭발하기 전에는 이 성에 자주 들어가서 한 일이 많이 있었다.’ 하고는, 성 위로 올라가서 긴 새끼를 내려뜨렸습니다. 이에 저도 올라가서 수풀 속에서 함께 잤는데, 새벽녘에 내가 곤히 잠 든 틈을 타서 걸망과 바리를 모두 훔쳐가지고 도망가 버렸습니다. 그가 간 곳을 찾았으나 방향을 몰라 동쪽을 향하여 뒤밟아 보았지만, 끝내 종적을 잃어 버리고 두리번거리다가 이렇게 잡히게 되었습니다. 지운의 속명은 장소명(張小明)인데, 일찍이 예조의 나장이었습니다."
- 【태백산사고본】 46책 90권 71장 A면【국편영인본】 18책 296면
- 【분류】사법-치안(治安) / 왕실-종사(宗社) / 사상-불교(佛敎)
- [註 213]복분자(覆盆子) : 산딸기.
○丁亥/傳于政院曰: "今有駭愕之事。 東山色內官, 例進節果, 今朝以摘覆盆子, 入于後苑, 則外城內墻之間, 有僧隱伏, 捉出問之, 則同入之人, 今曉逃去, 不知所之云。 令宣傳官, 多率軍士, (挨)〔搜〕 捕可也。 其見捕僧, 致于政院, 急速鞠問〔鞫問〕 以啓。" 【招辭云: "僧誾修出於金海, 雲遊無定。 日不記前一朔, 遇破衣乞糧僧智雲於小林窟。 其後或離或合, 本月十七日, 又遇於小林窟, 二夜同宿, 十九日與智雲, 乞酒食於門外會集處, 日暮時, 偕入彰義門。 智雲導我而行到宮城外, 語我曰: ‘越入此城, 有所爲之事, 盍從我言?’ 我以越入爲難, 智雲曰: ‘我未削髮前, 屢入此城, 多有所爲。’ 遂超登城上, 下垂長索, 我亦上, 同宿于林莽間。 及昧爽時, 因吾困睡, 盡取吾橐鉢而去, 失其所之, 尋蹤東向, 竝失其跡, 逗遛次被捉。" 且曰: "智雲俗名張小明, 曾爲禮曹羅將。"】 傳曰: "見此招辭, 至爲荒唐。 前者內帑庫及弓房, 有偸竊之變, 無乃此等人之所爲耶? 且此僧曰: ‘智雲先登城, 下索縋上’ 云。 史官、內官及義禁府郞官, 押去此僧于所登之處, 作下索縋上之狀, 觀其眞僞可也。" 史官等啓曰: "東新門水口軍堡之前, 乃此僧所登之處, 使人垂索, 則此僧能執而上矣。" 政院啓曰: "此僧招辭見之, 首謀越城者智雲, 而逃躱漏捕。 宮城內可疑處, 別爲搜索, 而都城四大門, 令把守軍士, 譏察荒唐之人何如?" 傳曰: "啓意至當。 聞此事者, 孰不駭愕? 如此大獄, 不示以嚴威, 難以得情。 今欲親問, 命召三公禁府堂上。"
- 【태백산사고본】 46책 90권 71장 A면【국편영인본】 18책 296면
- 【분류】사법-치안(治安) / 왕실-종사(宗社) / 사상-불교(佛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