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의 영위사 윤인경이 천사의 동정과, 서쪽 지방의 피폐함을 아뢰다
안주(安州)의 영위사(迎慰使) 호조 판서 윤인경(尹仁鏡)이 복명하니, 상이 사정전에서 불러 보았다. 윤인경이 아뢰기를,
"천사가 정주를 출발하여 가산(嘉山)에서 묵어야 할 것인데 가산을 지나서 안주에 도착했습니다. 청천강(淸川江)을 건너면서 배 안에서 다례(茶禮)를 행하고 고을로 들어올 때는 가마에서 내려 말을 타고, 문을 들어올 때는 말에서 내려 걸어서 들어왔습니다. 신이 공경스럽게 조서를 맞이하고 또 천사를 맞아들이자 두 사신은 서로 돌아보고 웃고 이야기하면서 들어와 대청에 앉았습니다. 신이 예를 행한 뒤에 전하의 문안을 말씀드리자 두 사신이 대답하기를 ‘만나서 사례하겠소.’ 하고 또 신에게 먼길을 와서 맞이하느라 매우 수고가 많다고 하였습니다. 천사가 방으로 들어간 뒤 신이 영위연(迎慰宴)을 청하자 상사가 먼저 나오더니 어지러이 꽂혀 있는 준화(樽花)136) 를 손으로 만져 보았습니다. 다음으로 부사가 나온 뒤 함께 읍례(揖禮)를 행하고, 신이 증정하는 물목의 초기(抄記)를 올리자 두 사신이 살펴보았습니다. 신이 술을 올렸는데 두 잔을 올리자 금잔[金杯]은 물리치고 은잔으로 신에게 술을 주었고, 부사 또한 그렇게 했습니다. 원접사가 술잔 올리는 일을 끝내고 난 뒤 신들이 다시 술을 들자고 청하자 천사는 밤이 이미 깊었고 또 정신이 피곤하다고 사양하고 단지 넉 잔만을 받아 마셨습니다. 신들이 다시 술을 권했으나 천사는 많이 마셨다고 사양하므로 원접사와 더불어 술을 나누었습니다.
조금 있다가 두 사신의 등 뒤에서 떠들며 웃는 소리가 나기에 물어보니 두목들이 중 한 사람을 이끌고 왔습니다. 두 사신이 통사에게 ‘이 중이 불경을 욀 줄 아는가?’고 물으니 중이 ‘산간에 살면서 비록 스스로 경을 외기는 하지만 언어가 다르니 대인들께서 알아듣지 못할 것입니다.’ 했습니다. 또 묻기를 ‘이 중은 고기를 먹는가?’ 하자 ‘안 먹습니다.’고 답하였고, 또 ‘너희 나라에 아는 사람이 있는가?’ 하자 ‘없습니다.’고 대답하였고, 또 묻기를 ‘너희 나라에 음양(陰陽)·지리(地理)를 말하는 자들이 있는가?’ 하자 ‘있습니다.’ 하였습니다. 또 들으니 천사가 두목들에게 이르기를 ‘만약 중을 보거든 꼭 데리고 오너라.’ 했다 합니다. 평안·황해 두 도는 인구가 적어 수리하는 일들은 오로지 중들로 하게 하고 심지어 준화(樽花)를 설치하는 일까지도 중들의 손을 빌리므로 그 중도 그로 인해 끌려온 것입니다. 그 날로 신이 하직하고 돌아오는데 두 사신이 위로하기를 ‘어두운 밤에 어떻게 갈 수 있겠습니까?’ 하므로 신이 통사를 시켜 복명해야 한다는 뜻을 고하자 두 사신이 돌아가거든 만나서 문안하겠다는 뜻을 전해 드리라 하고, 또 신이 멀리까지 온 노고를 위로했습니다. 상사는 체구가 깡마르고 말이 적어 유학자의 기풍이 있었으며, 부사는 몸이 부대(富大)하고 활달하게 생겼는데, 대체로 둘 다 온화하고 순후한 기품이 있었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천사가 시를 지었는가?"
하므로, 윤인경이 아뢰었다.
"원접사의 말로는 ‘배에 올랐을 때 쉬지 않고 시를 읊더니 잔치가 파한 뒤에 부사는 방에 들어가서 또 시를 짓더라.’고 하였습니다. 서쪽 지방은 기근이 들어 피폐한데 정주 서쪽 지방은 더욱 심하여 갈아타는 말을 즉시 구할 수도 없고 가을의 수확은 절망 상태이며 민간에서는 콩이나 산나물을 주식으로 삼고 그 나머지는 초식(草食)도 잇지를 못한다고 합니다. 활을 쏜 수령들은 천사의 동정을 모르기 때문에 곧바로 고을로 돌아가지를 못하여 상평창(常平倉)의 곡식 또한 즉시 흩어주지 못했습니다. 원접사 역시 이것을 염려하여 간혹 뒤에 처지라고도 했는데, 천사가 안주(安州)에 들어온 뒤 연회가 파할 무렵 ‘공(龔)과 오(吳)도 활쏘기를 보았습니까?’ 하고 물으므로 원접사가 즉시 나아가 아뢰기를 ‘청하려고 한 지 오래였으나 황공하여 감히 아뢰지 못했을 뿐입니다.’ 하니 두 사신이 ‘지금은 날이 저물었으니 후일 일찍 들어가는 고을에서 활쏘기를 구경하겠소.’ 하였습니다."
- 【태백산사고본】 46책 90권 13장 B면【국편영인본】 18책 267면
- 【분류】외교-명(明) / 구휼(救恤)
- [註 136]준화(樽花) : 국연(國宴) 때 쓰는 화병에 꽂아 놓은 조화.
○安州迎慰使戶曹判書尹仁鏡復命, 上引見於思政殿。 仁鏡曰: "天使發自定州, 當宿嘉山, 而過嘉山至安州, 渡淸川江, 於舟上行茶禮。 入邑之時, 下轎乘馬, 入門之時, 下馬步行。 臣祗迎詔, 又(秪迎)〔祗迎〕 天使, 兩使相顧笑語, 而入坐大廳。 臣行禮後進曰: ‘殿下問安’, 兩使答曰: ‘當面謝’, 又謂臣遠來而迎勞之甚勤。 天使入房, 臣請行迎慰宴, 上使先出, 而見樽花亂揷, 手自探看, 副使次出, 而與之揖禮。 臣進贈物抄記, 兩使就見。 臣行酒, 行兩盃, 退金杯, 而以銀盃飮臣, 副使亦然。 遠接使行酒畢, 臣等更請行酒, 天使辭以夜深神疲, 只酌四杯, 傳飮於坐。 臣等更請行酒, 天使辭以飮多, 與遠接使各行酒。 俄而兩使坐後, 有喧笑之聲, 問之則頭目等, 曳一僧而來也。 兩使問通事曰: ‘此僧念經乎?’ ‘在山間, 雖自念經, 言語殊異, 大人不得聞也。’ 又問曰: ‘此僧食肉乎?’ 答曰: ‘否。’ 又問曰: ‘汝國有相面人乎?’ 答曰: ‘無有。’ 又問曰: ‘汝國有爲陰陽地理說者乎?’ 答曰: ‘有之。’ 又聞天使謂頭目等曰: ‘若見僧人, 必曳來’ 云。 平安、黃海兩道人物寡少, 修理等事, 專辦寺僧, 至於排設樽花, 亦須僧手, 其僧之見曳宜矣。 卽日臣辭還, 兩使勞之曰: ‘昏夜安能行乎?’ 臣令通事, 告以復命之意, 兩使還致問安面謝之意, 又勞臣遠行之勞。 上使體瘦而踈淡, 有儒者之氣; 副使體充而寬闊, 大抵皆有和厚之氣。" 上曰: "做詩乎?" 曰: "遠接使謂, 在舟之時, 吟哦不已, 宴罷後, 副使入房, 又做詩云。 西方飢困, 定州以西尤甚, 遞馬不得登時, 西成望絶, 民間以太斗山菜爲食, 而其餘則草食猶不繼云。 射官守令等, 不知天使之擧止, 而未卽還官, 常平之粟, 亦不得登時給散。 遠接使亦慮此事, 而令或落後, 而天使入安州, 宴將罷, 問曰: ‘龔、吳觀射乎?’ 遠接使卽進曰: ‘欲請之久矣, 惶恐未敢耳。’ 兩使曰: ‘今則暮矣, 後日早入之處當觀。’"
- 【태백산사고본】 46책 90권 13장 B면【국편영인본】 18책 267면
- 【분류】외교-명(明) / 구휼(救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