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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종실록90권, 중종 34년 4월 5일 임인 2번째기사 1539년 명 가정(嘉靖) 18년

원접사의 서장을 내리며, 실화에 힘쓴 것을 치하하고 물품을 보내라 전교하다

원접사(遠接使)의 서장(書狀)을 윤은보 등에게 내리면서 이르기를,

"지금 서장을 보니 산대의 실화로 천사가 애를 많이 썼으니 의당 위문을 해야겠는데 ‘빈 터에서 불이 나서 연소(延燒)된 것이 없으니 놀라실 것이 없습니다.’라고 말한다면 어떻겠는가? 또 천사가 화염이 치성한 것을 보고 두목들로 하여금 구제하도록 하면서 ‘의당 상품을 주겠다.’라고 했다니, 객지에 있는 동안 무엇으로 상을 줄것인가? 반급할 물품들을 보내 주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하니, 윤은보 등이 회계하기를,

"산대의 실화로 두 사신이 애를 쓰고 마음이 편치 못했으니 관원을 보내 위문하시겠다는 상의 하교는 지당하십니다. 불을 끈 두목들에게 또한 물품을 보내 나누어 주는 것도 매우 합당합니다."

하였는데, 전교하였다.

"오늘 당장 우부승지 하계선(河繼先)을 보내 애썼다는 뜻을 전하고 분급할 물품을 보내도록 하라."

【서장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초하룻날 미시(未時)에 천사가 가산(嘉山)을 출발하여 공강정(拱江亭)에 도착해서 조금 머문 뒤에 신을 불러 함께 배를 타고 건넜습니다. 또 청천강(淸川江)에 도착하여 신과 함께 강을 건넜는데 고을 수령들이 강변까지 마중 나와 조서를 맞이했습니다. 두 사신이 말을 타고 관사에 든 뒤 신과 영위사(迎慰使) 윤인경(尹仁鏡)이 각각 술을 올렸는데 다른 사람을 시켜 한 잔만 마시게 하고는 파하였습니다. 막 잔치를 열 때에 두목이 한 사람을 데리고 들어 왔는데 갓을 벗겨 보니 바로 중이었습니다. 두 사신이 박지(朴址)를 불러 묻기를 ‘화상(和尙)이 불경을 욀 줄 아는가?’ 하니 박지는 ‘욀 줄 모릅니다.’ 했고, 또 묻기를 ‘너희 나라에 서로 면식이 있는 도사(道士)가 있는가?’ 하니 박지는 ‘없습니다.’라고 했습니다. 두 사신이 중을 보고 흔연히 웃고는 두목을 시켜 데리고 나가게 했습니다. 이 중은 바로 백상루(百祥樓)134)천오사(天五寺)의 중이었습니다. 두 사신이 기악(妓樂)을 자세히 보다가 부사가 통사 이앙(李昴)에게 묻기를 ‘너는 저 노래 소리를 알아 듣겠느냐?’ 하자 이앙은 모른다고 대답하였습니다. 또 풀피리[草笛] 소리를 듣고는 두목을 시켜 가서 보고 오라고 하니 두목은 풀피리 부는 형상을 와서 고했습니다. 초2일 해 뜰 무렵에 일어나 조반을 든 후 각기 시를 지어 내어 보이는데 상사는 5수였고, 부사는 9수였습니다. 즉시 백상루에 올라 경치를 관람한 뒤 말을 타고 길을 떠났는데 상사의 두목 유옥(劉玉)이 병이 들어 숙천(肅川)에 이르러서는 말을 탈 수 없게 되자 상사가 이화종(李和宗)을 시켜 청하기를 ‘가마에 태워 돌려보내야겠소.’ 하기에 신이 대답하기를 ‘비록 돌려보낸다고 해도 병이 더칠까 두려우니 이곳에서 조섭하게 하십시오. 수령으로 하여금 정성을 다해 치료하게 하겠습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두목이 뒤에 처져 있기를 원하지 않으므로 가마를 마련하여 메고 와서 의관(醫官)으로 하여금 약을 주어 치료하게 하였습니다. 두 사신 일행은, 다른 모든 일들을 염두에 두지도 않고 오직 시 짓는 것만을 일삼고 밤 늦게까지 자지 않다가 새벽에야 잠깐 눈을 붙이고는 곧 일어나 시를 썼습니다. 평양에 도착하기 전 5리쯤 떨어진 곳에서 배우들이 놀이를 베풀어 일행을 환영하자 가마를 멈추고 한참 동안 구경했습니다. 보통원(普通院)에 올라 관대(冠帶)를 고쳐 입고 가다가 산대(山臺) 앞에 멈춰 서서 구경했습니다. 고을 관사에 들어가 대청 앞에 나와 앉아 동기(童妓)의 춤추는 모양을 보고 대문 밖에서 오랫동안 잡희(雜戲)를 구경한 뒤, 문묘(文廟)를 배알하여 네 번 절하고, 또 기자묘(箕子廟)를 배알하고 네 번 절하였으며, 또 단군묘(檀君廟)로 가서 읍(揖)을 한 다음 연광정(練光亭)에 가서 무예(武藝)를 관람했는데, 주관(州官)들이 거의가 활을 잘 쏘았습니다. 두 사신이 즐거워하며 관람하다가 해 질 무렵에 돌아와 대동관(大同館)의 대문 밖 섬돌 위에 앉아 산대 잡희(山臺雜戲)를 구경하는데 날이 어두워졌으므로 횃불을 들어 밝히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때 갑자기 산대의 소나무 사이에서 불이 나 불꽃이 충천하여 풍월루(風月樓)의 서쪽 행랑으로 번졌습니다. 두 사신은 앉기고 하고 서기도 하면서 친히 불끄는 것을 독려하는데 불길은 더욱 치열해져 산대(山臺)의 대나무가 모두 불타 버렸습니다. 상사는 쾌재정(快哉亭)으로 오르고 부사는 대문에 나와 앉아 있을 때, 신이 직접 나아가 청하기를 ‘불길이 번질 집은 없습니다. 이러한 빈터의 산대는 불타더라도 아무 관계가 없습니다.’ 하고 이어 편히 쉴 곳으로 들어가기를 청하였습니다. 이 때 부사는 대청으로 들어가 상사와 함께 앉아 불길을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신이 또 취침 처소로 들기를 청하자 두 사신은 ‘불이 다 꺼지지 않았는데 어떻게 편안히 잠을 잘 수 있겠으며, 또한 내일 어떻게 길을 떠나겠습니까.’ 하고는 즉시 밖으로 나가 대문 밖 계단 위에서 두목들로 하여금 긴 밧줄로 산대를 끌어당겨 넘어뜨리게 했습니다. 또 두목들에게 말하기를 ‘너희들이 만약 공을 세운다면 상을 많이 주겠다.’ 하였으므로 두목들이 일제히 응낙하고 나가서 힘을 다하여 산대를 넘어뜨리고, 땅 위에 있는 불은 모든 사람을 몰아다가 한꺼번에 꺼버리고 나서 삼경(三更)에야 두 사신이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신이 통사를 시켜 말하기를 ‘존체(尊體)를 놀라시게 해서 송구함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하니 두 사신이 모두 고맙다고 답하였는데, 두 사신은 화재가 자기들 때문이라고 하여 깊이 후회하고 미안하게 생각했습니다. 신이 반복해서 안심시켰지만 전혀 석연히 여기지 않았습니다."】


  • 【태백산사고본】 46책 90권 10장 B면【국편영인본】 18책 266면
  • 【분류】
    외교-명(明)

  • [註 134]
    백상루(百祥樓) : 안주(安州)의 청천강가에 있는 누각.

○遠接使書狀, 【"初一日未時, 天使自嘉山而發, 到拱江亭小留, 下船, 招臣同坐而涉。 又到淸川江, 與臣同坐而渡, 州官等到江邊迎詔, 兩使乘馬而入。 臣與迎慰使尹仁鏡各行酒, 只許令人傳杯, 飮一杯而罷。 方宴時, 頭目曳一人而入, 脫其笠, 卽僧人也。 兩使招朴址問曰: ‘和尙念經乎?’ 朴址曰: ‘不能。’ 又問: ‘汝國有相面人道士乎?’ 朴址曰: ‘無有。’ 兩使見僧人, 欣然而笑, 使令頭目, 還率出外。 此僧卽百祥樓前天五寺居僧也。 兩使細觀妓樂, 副使問通事李昂曰: ‘汝能解聽歌聲乎?’ 昂對曰: ‘不能。’ 且聞草苗聲, 令頭目往見之, 頭目來告吹之之狀。 初二日平明起寢, 朝飯, 各做詩出示, 上使五首, 副使九首。 卽向百祥樓立觀後, 騎馬而行。 上使頭目劉玉得病, 到肅川不能騎馬。 士使令李和宗請曰: ‘可以擔歸。’ 臣答曰: ‘雖擔歸, 恐加勞病, 請調于此, 當令州官盡心救治。’ 頭目不願退留, 造輿擔來, 令醫官給藥救療。 兩使一行, 諸事略不顧念, 唯以吟哦做詩爲事, 夜不眠, 曉頭暫睡, 卽起寫詩。 到平壤五里, 優人呈戲迎來, 兩使住轎久立觀之, 上普通院, 改着冠帶而行, 至山臺前, 佇立觀望, 入州, 出坐大廳前, 見童妓之舞, 大門外, 良久觀雜戲後, 往謁文廟, 行四拜禮, 又往謁箕子廟, 行四拜禮, 又往檀君廟, 行揖禮後, 往練光亭觀武才, 州官等皆多中。 兩使樂觀, 日暮還坐大同館大門外階上, 觀山臺雜戲。 日且昏暮, 令擧火明之, 忽於山臺松葉間失火, 火焰衝天, 連燒風月樓西廊。 兩使或坐或起, 親督滅火, 餘焰尙熾, 山臺立竹, 皆燃燒。 上使登快哉亭, 副使出坐大門。 臣親詣請曰: ‘連燒家舍處無之, 如此空地山臺, 燃燒無妨’, 因勸入安處, 副使入大廳, 與上使同坐以觀火勢。 臣又請入安處, 兩使曰: ‘火不盡滅, 則何以安寢? 明日亦安能發行?’ 卽出大門外階上, 令頭目等, 用長繩牽曳倒之, 且謂領目曰: ‘汝若有功, 多有賞物。’ 頭目等齊應而去, 須臾盡力倒之。 在地之火, 則令刷出居人, 一時敎滅, 三更兩使入房, 臣令通事語曰: ‘恐動尊體, 不勝惶恐。’ 兩使皆答謝。 兩使以火由己, 深懷不平, 雖反覆開說, 專不釋意。"】 下于尹殷輔等曰: "今見書狀, 山臺失火, 天使勞動。 當遣問慰曰, ‘空地失火, 不至延燒, 無以爲驚’ 云, 何如? 且天使見火之熾, 令頭目救之曰: ‘當有賞物’ 云。 客裏何以能賞? 下送所給之物何如?" 殷輔等回啓曰: "山臺失火, 兩使勞動不安, 遣官問慰, 上敎至當。 救火頭目, 亦送物分給, 至可。" 傳曰: "卽日發遣右副承旨河繼先, 致其勞動之意, 兼致所給之物可也。"


  • 【태백산사고본】 46책 90권 10장 B면【국편영인본】 18책 266면
  • 【분류】
    외교-명(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