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안로가 세운 것을 혁파하라고 정원에 전교하다
정원에 전교하였다.
"어제 유생들의 상소를 보니 ‘김안로가 있는 줄만 알고 나라가 있는 줄은 모른다.’ 하였다. 이제 바야흐로 옛것을 고쳐서 유신(維新)하는 때에 김안로가 세운 것은 혁파하지 않을 수 없다. 조복(朝服)의 제도를 김안로가 중국을 모방하려고 했는데 관(冠) 위에 비록 이석(泥錫)을 사용했으나 여러 사람이 정반(庭班)에 서면 햇빛이 비추어 금빛이 찬란하다. 김미(金亹)가 전일 경연에서 아뢰기를 ‘금관(金冠)은 상께서도 쓰시지 않는데 하물며 신하들이 어찌 쓰겠습니까.’ 하였는데 나도 그렇게 여겼다. 이런 참람한 일은 시행할 수 없다. 사람들 마음이 착하지 못하게 된 것은 모두가 참람한 데서 연유한 것이다. 대국(大國)과 소국(小國)은 그 제도가 같지 않은데 배신(陪臣)이 금관은 쓴다는 것은 더욱 부당하니 우리 나라 제도를 지키는 것이 낫다. 다만 화(靴)는, 옛날에는 화 위에다 말(韈)을 붙였는데, 지금은 화와 말이 붙어 있어 오르내리기가 편한 듯하니, 이는 고칠 것이 없을 것 같다. 제복(祭服)의 제도는 아직 중국에서 도입해 오지 않았으나 선왕(先王)의 제도를 따르는 것이 마땅하다.
흥인문(興仁門)과 숭례문(崇禮門)에 종(鍾)을 다는 일 역시 불교를 물리치기 위해 그런 것이 아니라 시각을 알리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한꺼번에 세 종이 모두 울려 듣는 사람이 혼란하고, 나 역시 듣기에 불편하다. 시각을 전하는 데 착오가 있는 듯하고 또한 늦기도 한다. 그 종각은 이제 철거해서 영선(營繕)하는 데 쓰라. 그 종을 만약 옮기지 않으면 호소할 일이 있는 자가 혹 울릴 것이요, 다시 옛터로 가져다 두려 해도 전일 양문(兩門)으로 옮길 때에 경과했던 돌다리[石梁]가 다 무너졌으니 성 밑 한 곳에 두는 것이 어떻겠는가?
또 승려들을 부리는 일을 허흡(許洽)이 아뢰었는데, 김안로 역시 그 말을 거들어 ‘군사를 모으면 혹 난을 일으킬 염려가 있다.’ 하였다. 이 사람들은 스스로 참람한 일을 많이 했다는 것을 알고 누가 승군(僧軍)을 모아 자기를 해칠까 염려해서 그런 것이다. 그러나 승려들을 금하는 것은 본래 법이 있어, 도첩(度牒)이 없는 자는 금하여 마음대로 다니지 못하게 하고 있다. 견항(犬項)과 의항(蟻項)의 역사 때에 승려들이 도성 안에 출입하면서 백성들과 섞여 살고 있으니, 매우 부당하다. 이왕의 일은 소급해서 고칠 수 없으나, 고양(高陽)의 관사(官舍)를 지으면서 지금도 승군을 역사시키고 있는데 이는 군인들을 대신 시킬 수 없어서인가? 이런 뜻으로 사관(史官)을 삼공에게 보내 의논하라."
- 【태백산사고본】 43책 85권 93장 B면【국편영인본】 18책 120면
- 【분류】사상-불교(佛敎) / 건설-토목(土木) / 의생활(衣生活) / 외교-명(明) / 군사-관방(關防) / 과학-역법(曆法) / 사법-치안(治安) / 재정-역(役)
○甲戌/傳于政院曰: "昨見儒生之疏, 知有安老而不知有國云。 今方革舊惟新之時, 凡安老所建, 不可不革。 朝服之制, 安老欲倣中朝, 而冠上雖用泥錫, 群立庭班, 日色照耀, 金光燁然。 金亹於前日經筵啓云: ‘金冠自上亦不用御, 人臣豈宜着之?’ 予以爲然。 如此僭濫之事, 不可施也。 人心不善, 未嘗不由於僭也。 大國小國, 其制不同, 陪臣着金冠, 尤爲不當。 莫如遵我國之制也。 唯靴則古者靴上加韈, 今則靴與韈付, 似便於登降。 此則似不可改也。 祭服, 時未貿來, 然遵先王之制爲當。 興仁、崇禮兩門懸鍾事, 亦非爲闢佛而然也, 欲知時刻, 然一時三鍾俱動, 人聽混亂, 予聞之, 亦不便矣。 傳漏之間, 恐有差誤, 亦且遲晩, 其閣則今可撤毁, 用之於營繕。 其鍾若不移, 則恐有訴冤者或擊之, 若移還藏於舊基, 則前日移來兩門時, 所經石梁盡毁, 置之城底一處何如? 且役僧事, 許洽啓之, 而安老亦助辭曰: ‘恐有聚軍爲亂也。’ 此人等, 自爲汎濫之事甚多, 或慮某人聚僧軍害己也。 然僧人之禁, 自有制矣。 無度牒者禁之, 自不得行矣。 犬項、蟻項之役, 僧人出入於都下, 與民庶雜處, 至爲不當。 已往之事, 不可追改, 高陽官舍之作, 今方役以僧軍, 此不能以軍人代役耶? 此意遣史官議于三公。"
- 【태백산사고본】 43책 85권 93장 B면【국편영인본】 18책 120면
- 【분류】사상-불교(佛敎) / 건설-토목(土木) / 의생활(衣生活) / 외교-명(明) / 군사-관방(關防) / 과학-역법(曆法) / 사법-치안(治安) / 재정-역(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