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릉을 개장한 것을 이유로 사면과 가자를 내리다
삼공이 명을 받들어 대궐에 나아가니 전교하기를,
"희릉(禧陵)의 일은, 듣건대 내·외재궁이 다 물에 젖어 의복이 달라붙어 흑백을 구분 못하고 염습을 다시 할 때 백관이 낮부터 밤까지 괴롭게 서 있는 등, 상하가 모두 소동하였다고 한다. 지금은 이미 개장했으니 우리 나라의 경사가 어느 것이 이보다 더하겠는가. 이런 고로 조정에서 중외로 하여금 진하하도록 청한 것이다. 예로부터 아랫사람이 진하할 경사가 있으면 위에서 죄인을 사면하는 은혜가 없었던 적이 없다. 조종조에는 비록 이 같은 큰 경사가 아니더라도 1년 안에 다시 경사가 있으면 횟수가 많은 것을 계산하지 않고 사면령을 반포하여 가자하여 주었다. 금년에도 비록 사면이 있었지만 시추 죄인(時推罪人)으로 유(流) 이하를 사유했으니 이는 소방(疏放)과 다름이 없다. 지금은 임진년의 예에 의해, 죄가 국가에 관계된 것과 장도(贓盜)를 제외한 시추 잡범(時推雜犯)으로 일죄(一罪)443) 이하를 사유하며, 또 백관에게 가자해 주어 중외에 더할 나위없이 큰 경사를 보이고, 사판에 끼지 못한 인원은 잘못의 경중을 나누어 부표(付標)444) 하여 중한 자는 그만이거니와 가벼운 자는 파직만 하도록 하는 것이 어떠한가? 이런 일은 조용히 의론을 확정한 다음에야 되리라. 오늘은 일이 많으니 다음날 의논하는 것이 좋겠다. 학문을 흥기시키는 조목은 더욱 상세하게 해야 하니 역시 다음날 의논하라. 다만 장원 급제한 집에 정문(旌門)을 세우는 일은 마땅히 출방(出榜)445) 하기 전에 의논해야 한다."
하니, 삼공이 회계하기를,
"상의 분부가 지당합니다. 그러나 잡범으로 사죄(死罪)에 해당하는 자가 모두 사면 된다면 지나칠 것 같습니다. 단지 유(流) 이하만 방면하심이 어떻겠습니까?"
하였는데, 전교하였다.
"더할 나위 없이 큰 경사이므로 더할 나위 없는 은혜를 보이려고 한 것이다. 지금 대신이 아뢴 것이 마땅하니 유 이하만 사면하는 것이 옳다."
- 【태백산사고본】 43책 85권 49장 B면【국편영인본】 18책 98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왕실-의식(儀式) / 사법-행형(行刑) / 사법-탄핵(彈劾)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인사-선발(選拔) / 인사-관리(管理)
- [註 443]
○乙酉/三公承命詣闕。 傳曰: "禧陵事, 聞內外梓宮, 盡爲水濕, 衣服混合, 不辨黑白, 改斂時百官, 自晝至夜苦立, 上下皆駭動云。 今已改葬, 我國之慶, 孰有加於此者乎? 是故, 朝廷請令中外陳賀矣。 自古下有陳賀之慶, 而上不用赦宥之恩者, 無之矣。 祖宗朝, 雖不及如此大慶, 一年之內, 再有慶事, 則不計頻數, 而頒赦給加矣。 今年雖有赦, 流以下時推者赦之, 無異於疏放, 今欲依壬辰年例, 關係國家贓盜外, 時推雜犯一罪以下赦之, 亦給百官加, 以示中外莫大之慶。 不齒仕版人員, 分輕重付標, 重者則已矣, 輕者只令罷職何如? 此事必從容確論, 然後乃可。 今日多事, 後日議之可也。 興學之條, 尤當詳密, 亦於後日議之。 但及第壯元家, 立旌門事, 當及出榜之前而議之也。" 三公回啓曰: "上敎至當, 然雜犯死罪皆赦, 則似乎過矣。 只放流以下何如?" 傳曰: "莫大之慶, 故欲示莫大之恩, 今大臣之啓當矣。 流以下, 赦之可也。"
- 【태백산사고본】 43책 85권 49장 B면【국편영인본】 18책 98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왕실-의식(儀式) / 사법-행형(行刑) / 사법-탄핵(彈劾)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인사-선발(選拔) / 인사-관리(管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