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릉 문제에 대해 당시의 제조, 낭관 등에게 묻도록 하다
김근사가 의논드리기를,
"일반 사람의 장지도 물이 나거나 돌이 있으면 으레 버리고 쓰지 않는 법인데, 하물며 국가의 능이겠습니까. 이번에 정언 이문건의 말을 들으니 몹시 놀랍습니다. 과연 이말과 같다면 능을 옮기는 공역(功役)의 폐단은 논할 것도 없습니다. 그러나 경솔하게 할 수는 없으니 당시의 산릉 도감 제조(山陵都監提調)·낭관 및 감역관(監役官)·상지관(相地官)·장인(匠人) 등에게 자세히 물어본 다음에 다시 의논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고, 김안로는 의논드리기를,
"무릇 산맥에 돌이 있는 곳은 습기가 서로 연결되어 있어서 물이 날 염려가 있으므로 일반 사람들의 묘지를 쓸 때에도 깊이 꺼리는 법입니다. 당초에 능을 만들 때에 제조·낭관 등 감독하여 살핀 자가 한 사람만이 아닙니다. 만일 이와 같은 의심스러운 단서가 있었다면, 이보다 더 큰 일이 없는 것이므로 숨겼을 리가 없을 듯합니다. 그러나 지금 이와 같은 말이 있으니, 그 근원이 그때의 석공들 입에서 나왔다면, 반드시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여겨서도 안 됩니다. 이런 말이 한 번 나오자 뭇사람들이 몹시 의아해 하고 있습니다. 신자(臣子)된 사람의 마음에 어찌 차마 그 말을 듣고도 할 바를 다 해보지 않겠습니까. 관계되는 바가 매우 중대하니 능을 옮기는 공역이 많은 것은 따져서는 안 됩니다."
하고, 윤은보는 의논드리기를,
"오래 된 능침은 크게 방해로움이 없다면 옳기기를 의논하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러나 과연 돌뿌리가 이문건이 아뢴 것처럼 들어 있었다면 옮기지 않을 수 없으니, 공역의 폐해는 논할 것도 못됩니다. 그때의 산릉 도감 제조·낭관 및 감역관·상지관·사토장(莎土匠)250) ·석장(石匠) 등을 먼저 불러서 자세하게 사실을 알아 본 다음에, 능을 옮기는 것이 합당한지를 의논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정원에 전교하였다.
"삼공이 의논한 것을 이미 보았다. 그러나 큰 일을 각기 제집에 있으면서 의논하게 할 수 없으니, 즉시 삼공 및 예관 등을 불러 빈청에서 함께 의논하라. 그때의 제조·낭관과 감역관·상지관·사토장·석장 등도 모두 대궐 뜰로 불러 물어보라."
- 【태백산사고본】 42책 84권 64장 A면【국편영인본】 18책 67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註 250]사토장(莎土匠) : 묘를 만드는 사람.
○金謹思議: "大抵凡人葬地, 如有水石之變, 則例棄不用。 況國陵乎? 今聞正言李文楗之言, 至爲驚駭。 果若此言, 則遷陵功役之弊, 不可論也。 然不可輕率爲之, 其時山陵提調及郞官、監役官、相地官、匠人等詳問, 然後更議何如?" 金安老議: "凡山脈有石處, 濕氣相連, 必有水患, 故凡人營墓者, 亦深忌之。 當初起陵時, 有提調郞官監審, 非一員。 如有此疑, 則事固莫大於是, 似無隱蔽之理, 然今有言如此, 而其源出於其時石工之口, 則亦不可知其必不然。 此言一出, 群疑固深。 其在臣子之心, 何忍聞之而不爲之所歟? 所係極重, 遷陵功役之多, 恐不可計也。" 尹殷輔議: "年久陵寢, 不有大妨, 則議遷固難, 然果有石根, 如李文楗所聞, 則不得不遷, 其功役之弊, 不暇論也。 其時山陵都監提調、郞官及監役官、相地官、莎土匠、石匠等, 爲先詳加參覈後, 遷陵當否, 更議何如?" 傳于政院曰: "三公之議, 則已見之矣, 然大事, 不可各在其家而議之也。 卽招三公及禮官等, 同議于賓廳。 其時之提調、郞官、監役官、相地官、莎土匠、石匠等, 幷招之, 問于闕庭可也。"
- 【태백산사고본】 42책 84권 64장 A면【국편영인본】 18책 67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