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주 전위사 정백붕이 복명하여 천사들의 행적을 아뢰다
안주(安州) 전위사(餞慰使) 정백붕(鄭百朋)이 와서 복명하니 사정전(思政殿)에서 인견하였다. 정백붕이 아뢰기를,
"천사가 지난달 그믐날 안주에 이르렀는데, 안주에 들어가기 전에 말하기를 ‘우리들이 백상루(百祥樓)에서 연향을 받는다면 도중에서 바로 백상루로 가겠다.’고 하였고 안주에 이르러서는 잠깐 고을에 들러 쉰 다음에 곧 백상루로 올라갔는데, 남향이기 때문에 천사의 자리가 북쪽에서 남쪽으로 향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천사가 누각으로 올라가 보더니 말하기를 ‘구경할 만한 것이 모두 북쪽에 있구나. 다만 이곳은 남쪽으로 향하고 앉게 되어 있어 매우 좋지 않다.’고 하며, 곧 탁자를 옮기도록 하여 남쪽으로 나아가 북쪽을 향하고 앉았습니다. 연향례(宴享禮)가 끝나자 의자를 치우고 평좌(平坐)하여 자그만한 과일 상을 차렸는데, 기녀(妓女)와 악공(樂工)을 모두 누각에서 내려가도록 하고 오직 어린 기녀 4명만 누각 위에 남겨 놓았습니다. 천사가 매우 즐거워서 밤이 깊도록 내려가지 않았으며 의자를 난간으로 옮겨놓고 강가에서 횃불을 들게 하였는데 강 복판에 거꾸로 비친 그림자가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한 것을 보고서 묻기를 ‘물 가운데의 횃불 그림자의 길이가 일정하지 않은 것은 무슨 까닭인가? 이도 또한 볼 만하다.’ 하였습니다.
누각에서 내려오려고 할 적에 신이 나아가 하직하겠다고 말하니, 천사가 ‘아직 머물러 있고 가지 말라. 내일 작별하는 시를 지어 주려고 한다.’ 하였습니다. 그 이튿날 신이 하직하겠다고 하니, 두 사신이 나와서 앉으며 신을 불러 앞으로 다가오게 하여 신에게 시를 주었고, 또 말하기를 ‘사은사는 모름지기 5월 초에 내보내는 것이 매우 좋겠다.’ 하였으며, 정사가 말하기를 ‘우리가 중국에서 나올 적에 고관들이 《황화집(皇華集)》을 보기를 바라는 사람이 매우 많았으니 많이 인출(印出)하여 보내주기 바란다.’하고, 부사는 ‘우리가 서울에 있을 적에 내놓은 사은시(謝恩詩)에, 「1품의 의복을 내리다.[賜一品服]」라는 말이 있었는데, 《황화집》에 수록할 적에는 이 말은 삭제하는 것이 좋겠다.’ 하였습니다.
또 천사의 회정(回程) 때에는 두목(頭目)들이 함부로 하고 방자하여 보이는 물건을 닥치는 대로 훔쳐서 숟가락이나 젓가락 같은 것까지 모두 남김없이 훔쳐 갔습니다. 숙천(肅川)에 이르러서는 천사의 방에 있는 벼루를 또 훔쳐 가려고 하였으나 숙천의 관속(官屬)이 빼앗아 달아났습니다. 이리하여 두목들이 앙심을 품고 분풀이할 데가 없던 차에 양덕현(陽德縣)에 사는 사람이 마침 오자 두목이 붙잡고서 ‘이 사람이 내 벼루를 훔쳤다.’고 했었습니다. 원접사(遠接使)가 듣고서 부사에게 【벼루를 잃었다는 사람이 곧 부사의 두목이므로 부사에게 말한 것이다.】 ‘고을 사람이 감히 대인(大人)의 벼루를 훔쳤으니 즉시 죄를 결단하여 강가로 옮겨 살게 하겠습니다.’ 하니, 부사가 간청하기를 ‘이 사람은 사실 벼루를 훔친 것이 아니니 죄주지 말기를 바란다.’ 했습니다. 올적에 들어보니 일대의 각역(各驛) 등 유숙했던 곳에서도 붓과 벼루를 훔쳐가지 않은 데가 없었고, 평산(平山)에 이르자 부사(府使) 이임(李霖)이 신에게 ‘이곳에서도 벼루를 훔쳐갔다.’고 하였으니, 숙천 사람의 일은 사실이 아닌 듯합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사은사는 천천히 천사의 뒤를 따라 강을 건너야 한다는 것을 이미 분부했다. 다만 천사가 요동 등의 곳에서 며칠이나 머무른다고 했는가?"
하니, 정백붕이 아뢰기를,
"천사는 다만 ‘우리들의 길이 빠르지 못할 것 같다.’ 했고, 두목들은 ‘나올 적에 노야(老爺)217) 가 요동 대인(大人)에게 「돌아올 때에는 한달쯤 머무르며 유람하겠다.」고 했다.’ 하였으니, 만일 천사가 요동에서 출발하기 전에 사은사가 들어가게 된다면 아마도 천사가 화를 낼 것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사은사도 이런 뜻을 알고 있는가?"
하니, 정백붕이 아뢰었다.
"사은사도 이미 알고 있습니다."
- 【태백산사고본】 42책 84권 51장 A면【국편영인본】 18책 61면
- 【분류】외교-명(明)
- [註 217]노야(老爺) : 천사를 가리킴.
○安州餞慰使鄭百朋來復命, 引見于思政殿。 百朋曰: "天使於去月晦日, 到安州。 其未入州, 則先言俺等於百祥樓受宴享, 當自〔直路〕 到百祥樓云, 而至安州, 則暫入州歇後, 卽登百祥樓南向, 故天使之坐, 在北向南。 天使登樓見之曰: ‘可玩可賞者, 皆在北也。 今向南而坐, 甚不好也。’ 乃命移卓, 就南北向而坐。 宴享禮訖, 去交倚而平坐, 設小果床, 妓樂皆命下〔樓〕 , 而唯兒妓四人, 留於〔樓〕 上。 天使歡甚, 夜深而不下, 徙倚於欄干, 命擧火於江邊。 見倒影於江心者, 或長或短, 問曰: ‘水中火影之長短不齊者, 何歟? 此亦可觀也。’ 將下樓時, 臣就而告辭, 天使曰: ‘姑留勿往。 明日欲製別詩以贈也。’ 翌日臣告辭, 兩使出坐, 招臣就前, 贈臣以詩, 且曰: ‘謝恩使, 須於五月初, 發送至當。’ 云。 正使曰: ‘俺等出來時, 朝中達官, 求見《皇華集》者甚衆, 請多印以送。’ 副使曰: ‘俺在王京時所進謝恩詩, 有賜一品服之語。 錄于《皇華集》時, 請削此語至當。’ 且天使回程時, 頭目橫恣, 所見之物, 皆攫取, 如匙筯等物, 竝皆偸去無遺。 到肅川, 天使房硯面, 亦欲偸去, 肅川官屬人, 奪取而走。 頭目等方怏恨, 無所肆怒, 陽德縣人適至, 頭目執之曰: ‘此人盜我硯矣。’ 遠接使聞之, 言於副使 【其失硯者, 乃副使頭目, 故言於副使。】 曰: ‘州人敢竊大人之硯, 卽決罪, 將遷居於江邊。’ 云, 副使懇請曰: ‘此人實非盜硯, 請勿罪之。’ 云。 來時聞之, 一路各驛止宿處, 筆硯無不偸竊而去。 至平山, 則府使李霖語臣曰: ‘此處硯面, 亦竊取而去。’ 云。 肅川人之事, 似不實。" 上曰: "謝恩使徐行, 隨後越江事, 已敎之矣。 但天使留於遼東等處, 幾日云乎?" 百朋曰: "天使則但曰: ‘俺等之行, 似不速矣。’ 云, 而其頭目等則曰: ‘出來時, 老爺 【指天使。】 言於遼東大人等曰: 「回程時, 則當留一朔遊觀」 云。’ 若天使未發於遼東時, 謝恩使入去, 則恐天使之發怒也。" 上曰: "謝恩使亦知此意乎?" 百朋曰: "謝恩使已知之矣。"
- 【태백산사고본】 42책 84권 51장 A면【국편영인본】 18책 61면
- 【분류】외교-명(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