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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종실록84권, 중종 32년 3월 14일 계사 6번째기사 1537년 명 가정(嘉靖) 16년

경회루에서 잔치를 열고 후원을 산보하다

미시(未時). 두 사신이 경회루 남문(南門) 밖에 이으러 가마에서 내리자 상이 섬돌 아래까지 나가 맞이하여 서로 사양하면서 들어왔다. 경회루 아래에 이르러 두 사신은 나란히 동쪽에 서고 상은 서쪽에 서서 각각 절을 하자고 청하였다. 그러자 두 사신이 말하기를,

"전하께서 힘드실까 싶으니 각각 읍하기를 청합니다."

하므로, 상이 말하기를,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하고, 즉시 각각 읍을 하였다. 상이 말하기를,

"여러 날을 만나지 못해 더없이 한스러웠습니다."

하니, 두 사신이 말하기를,

"한없이 감사합니다."

하고, 상사가 손수 쓴 대자(大字) 2장을 내놓았는데, 충효(忠孝) 2자를 쓴 것 한 장과 선화(宣化) 2자를 쓴 것 한 장이었고, 부사도 역시 손수 쓴 대자 3장을 내놓았는데, 외천보민(畏天保民) 4자를 쓴 것 한 장, 광렬이곡(光烈貽穀) 4자를 쓴 것 한 장, 고본당(固本堂) 3자를 쓴 것 한 장이었다. 두 사신이 또한 각각 시(詩)를 내놓은 다음 부채를 내놓았으며, 다음에 채단(綵緞)을 내놓았다. 상사가 또 시를 쓴 부채 한 자루를 내놓았다.

상이 각위에서 치사하는 절을 하기 청하니 두 사신이 사양하므로 각위에서 읍을 하고 나서, 종계를 바로 잡은 단자를 상사에게 내놓으며 말하기를,

"저번의 익일연(翌日宴) 때 《대명회전(大明會典)》에 관한 일을 고품(告稟)했고 오늘 다시 이 단자를 진정(進呈)하니 대인들께서는 잘 알아 주시기 바랍니다. 본국(本國)의 세계(世系)를 《대명회전》에 잘못 기록했기 때문에, 영락(永樂) 2년과 정덕(正德) 14년 및 가정(嘉靖) 8년에 실정을 펴서 주문(奏聞)하여 여러 차례 조정의 거룩한 은덕을 특별하게 입어 개정하도록 윤허하신 성지(聖旨)가 역력하셨지만, 《대명회전》의 글을 개정하여 편찬할 시기에 대한 기약이 없었습니다. 이번에 받은 은혜스러운 글에 ‘동수대명회전(同修大明會典)’이란 직함(職銜)이 있기에 반갑고도 다행함을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대명회전》을 다시 편찬하게 된 것도 천운(天運)이지만 수찬(修撰)하실 대인께서 우리 나라에 오신 것도 역시 천운입니다. 바라옵건대 대인들께서는 이 정문(呈文)을 보시고서 한 나라의 원통함을 깨끗이 씻어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하니, 상사가 답하기를,

"내가 과연 《대명회전》을 수찬하는 관원이니 마땅히 이 일을 힘써 변별하여 바로 잡아지게 하겠습니다. 또한 생각하건대 반드시 일찍이 개정되었을 것인데 다만 이 나라에서 아직 알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들이 상국(上國)에 돌아가면 상서(尙書) 및 각로(閣老) 등의 관원과 자세하게 주문해서 개정하여 전하(殿下)의 간절한 소망에 부응하겠습니다. 이 다음에 한번 주청하여 《대명회전》 전질(全帙)을 가져온다면 우리들의 말을 증험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하므로, 상이 말하기를,

"참으로 한없이 감사합니다."

하고, 이어 치사하는 읍을 하였다. 상이 또 말하기를,

"저번날 빈약하고 누추한 한강의 정자에서는 수고로우시게만 되어 황공스럽고, 또한 해당 관원들이 사체를 알지 못하여 잘못된 일이 많았기에 더욱 황공스럽습니다."

하니, 두 사신이 답하기를,

"현명하신 왕의 후의를 더없이 입어 강과 산의 좋은 경치를 한껏 구경하며 밤이 깊도록 즐거움을 다하다 돌아와 매우 감사합니다."

하였다. 말이 끝나자 각기 자리에 나아가 다례(茶禮)를 거행하고 나서, 상사가 종계에 관한 단자를 보며 말하기를,

"이인임(李仁任)의 임(任)자가 더러는 인(人)자로 되어 있으니 이는 반드시 잘못된 것입니다."

하므로, 상이 말하기를,

"임은 인과 발음이 같기 때문에 그처럼 바꾸어 쓰게 된 것인데 《대명회전》의 구본에도 역시 그처럼 잘못 썼으므로 단자에도 그렇게 쓴 것입니다."

하니, 상사가 알았다고 하였다. 상이 말하기를,

"듣건대 대인들께서 점심을 들지 않고 오셨다니 대인들을 모시고 함께 점심을 들까합니다."

하니, 두 사신이 말씀대로 하겠다 하므로, 상이 좌부승지 강현을 돌아보며 이르기를,

"내일의 근정전 초청 잔치와 모레의 종재가 초청하는 잔치에도 차차로 이렇게 해야 한다."

하였다. 상사가 통사 이응성을 불러 말하기를,

"종계에 관한 단자를 한 건 더 써서 부사에게도 주는 것이 지당합니다."

하므로, 상이 말씀대로 하겠다고 하였다. 점심을 절반이나 먹었을 때 두 사신이 두목을 시켜 반찬 세 그릇을 가져오게 하고, 이어 말하기를,

"전하께서 주신 반찬이 매우 좋습니다마는 우리들이 또한 아랫사람들을 시켜 반찬을 익히어 왔으니 바라건대 한 번 들어 보심이 어떻겠습니까?"

하므로, 상이 말하기를,

"매우 좋습니다."

하니, 두 사신이 모두 말하기를,

"대단히 감사합니다."

하였다. 두 사신이 더 들기를 청하자, 상이 말씀대로 하겠다고 하니, 두 사신이 말하기를,

"박한 음식을 물리치지 않으시니 매우 감사합니다."

하였다. 상이 말하기를,

"고기 잡는 사람을 시켜 경회루 못에서 고기를 잡으시지요."

하니, 두 사신이,

"좋습니다. 어찌 즐겁지 않겠습니까."

하며, 통사 이응성을 불러 말하기를,

"경회루 아래의 경치도 매우 좋지만 경회루 위의 경치도 한 번 구경했으면 합니다."

하므로, 상이 말하기를,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또 대인들을 모시고 후원(後苑)을 산보하려고 합니다."

하니, 두 사신이 말하기를,

"매우 감사합니다. 후원 산보는 매우 좋습니다. 다만 이는 예를 차리는 모임이 아니니 편복(便服)으로 나가고 싶습니다."

하므로, 상이 말하기를,

"대인들께서는 비록 편복 차림을 하시더라도 과인은 감히 하지 못하겠습니다."

하니 두 사신이 말하기를,

"전하께서 편복 차림을 하지 않으신다면 우리가 어찌 감히 편복 차림을 하겠습니까"

하였다. 사옹원 낭관이 고기를 가져다 올리니 두 사신이 말하기를,

"국왕께서 성의가 지극하시므로 연못의 고기가 또한 많이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매우 감사합니다."

하였다. 상이 두 사신에게 막차(幕次)로 나아가 잠시 쉴 것을 청하니, 두 사신이 매우 감사하다고 하며, 각기 막차로 나아갔다. 좌부승지 강현에게 전교하기를,

"경회루에다 술자리를 베풀 적에 나이가 어린 기녀 4∼5명과 악공 3∼5명을 가리어 서쪽 계단으로 해서 올라오게 해야 한다."

하였다. 상이 막차에 나아가 두 사신에게 나오기를 청하니, 두 사신이 통사 이화종을 시켜 와서 청하기를,

"우리들이 편복 차림으로 나가고 싶으니 전하께서도 편복 차림을 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므로, 상이 말하기를,

"대인들께서는 비록 편복 차림을 하시더라도 과인은 감히 하지 못하겠습니다."

하였는데, 두 사신이 즉시 편복 차림으로 나서자, 모시는 신하들이 분개하고 한탄하지 않는 이가 없었고 비로소 사신들이 경박하고 부당한 짓을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상이 두 사신과 더불어 동쪽 계단으로 해서 경회루에 올라섰다. 두 사신이 사례하는 읍을 하겠다고 청하므로 상이 답읍(答揖)을 했다. 상이 술잔을 돌리기 청하니 두 사신이 말하기를,

"매우 좋습니다."

하였다. 상이 술 돌리기를 끝냈는데, 두 사신이 말하기를,

"이 경회루는 더없이 묘합니다. 다만 저 산 【백악(白岳)을 가리킴.】 의 위치가 조금 동쪽으로 되었다면 매우 좋을 것입니다. 내가 조금 지리(地理)를 알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것입니다. 또한 저 두 산의 북쪽에 있는 산 【백악임.】 은 이름이 무엇이고 서쪽에 있는 산 【인왕산임.】 은 이름이 무엇입니까?"

하므로, 상이 말하기를,

"북쪽에 있는 것은 백악이고 서쪽에 있는 것은 인왕인데, 대인들께서 이름을 고쳐 주시지요."

하였다. 두 사신이 오는 도중에 정자(亭子)나 산천(山川)을 보면 문득 이름을 고쳐 큰 글자로 써서 주면서 현판에 새기어 걸기를 청하여 이름을 남기기 바랐기 때문에, 상이 그런 뜻을 알고서 청한 것인데, 두 사신이 기쁘게 여기며 말하기를,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하고, 즉시 붓과 먹 및 종이를 가져다 두 산의 이름을 고쳤는데, 상사가 백악공극(拱極)이라 고치고 스스로 주(註) 달기를 ‘이 산은 북쪽에 있으므로 이렇게 말한 것이다.’ 하고, 부사는 인왕산의 이름을 필운(弼雲)이라 고치고 스스로 주 달기를 ‘우필운룡(右弼雲龍)의 뜻을 취한 것이다.’ 하였다. 두 사신이 큰 글자로 쓰려고 하다가 큰 붓을 찾지 못해 그만두었다.

이어 난간을 따라 산보하므로 모두가 예모를 표하였다. 정사가 상의 앞에 나아가 웃으며 말하기를,

"산수가 더없이 좋은 자리에 현명하신 왕께서 앉아 정사를 하시니 경하하는 마음을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하므로, 상이 말하기를,

"감히 감당하지 못하겠습니다."

하였다. 두 사신이 못 가운데의 섬을 가리키며 말하기를,

"두 주(洲)가 사랑스럽다."

하면서, 통사 이응성을 시켜 전하께 고하고, 이어 이응성에게 이르기를,

"주(洲) 자의 뜻을 네가 잘 알아듣는가?"

하니, 이응성이 대답하기를,

"물 가운데의 살만한 자리를 주(洲)라고 하는 것입니다."

하니, 두 사신이 크게 기뻐하였다. 상사가 말하기를,

"이 못의 이름을 지어도 되겠습니까?"

하므로, 상이 이름 짓기를 청하니, 상사가 서쪽 못을 가리키며 말하기를,

"환벽(環碧)이라 하면 좋겠습니다."

하자, 부사는 동쪽 못을 가리키며 말하기를,

"옥액(玉液)이라 하면 좋겠습니다."

하고, 또한 동쪽 못의 돌다리를 가리키며 말하기를,

"청홍(晴虹)이라 하면 좋겠습니다."

하였다. 두루 구경하고 나서 상이 두 사신과 함께 동쪽 계단으로 해서 내려왔는데, 두 사신이 바로 후원(後苑)으로 향했다. 이때에 당해서는 연향 차림이 모두 진설되고 모든 악공도 일제히 늘어섰으며 예모가 정돈되어 매우 엄숙하고 공경스러웠는데, 조사들의 경박하고 방자함이 이 지경이었다. 충순당(忠順堂)을 지나 북교(北橋) 위에 이르러 두 사신에게 말하기를,

"정원 속이라 꽃을 꽂을 만합니다."

하니, 정사가 말하기를,

"꽃도 응당 노인의 머리에 꽂히길 부끄럽게 여길 것입니다. 우리들이 비록 늙지는 않았지만 나이가 이미 많으니 싫어할까 싶습니다."

하므로, 상이 말하기를,

"두 대인께서는 모두 청년이므로 정원의 꽃이 오히려 대인들의 머리에 꽂히지 않을까 염려할 듯합니다."

하니, 두 사신이 크게 기뻐하며 각기 홍도(紅桃) 꽃을 가져다 모자의 좌우(左右)에 요란하게 꽂았다. 두 사신이 상께서도 꽃을 꽂기를 청하므로, 상이 즉시 중관(中官)에게 명하여 홍도 한 가지를 가져다가 익선관(翼善冠) 왼쪽에 꽂으니, 두 사신이 말하기를,

"우리들처럼 좌우에 나누어 꽂으십시오."

하였는데, 익선관이 왼쪽에만 꽃 꽂을 구멍이 있고 오른쪽에는 꽂을 만한 구멍이 없으므로 꽃가지를 임시 변통으로 익선관 위쪽에 꽂아 아래로 관자(貫子)에까지 닿게 되었다. 그러자 모시는 신하들이 두 사신의 무례함을 분개하고 한탄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두 사신이 무논[水田] 【취로정(翠露亭) 남쪽에 있음.】 을 가리키며 이응성(李應星)에게 묻기를,

"본디 현명하신 왕은 덕은 이미 알고 있지만 여기에서 농사가 어려운 것임을 알았습니다."

하므로, 상이 매우 감사하다고 말하였다. 부사가 길가의 꽃떨기를 가리키며 두목을 시켜 꺾어 오도록 하여 들고서 구경하며 말하기를,

"이 꽃 이름이 무엇입니까?"

하니, 이응성이 대답하기를,

"옥매화(玉梅花)입니다."

하니, 부사가 웃으면서 말하기를,

"이곳에도 또한 이런 꽃이 있구나."

하고, 이어 이응성을 시켜 상께 청하기를,

"정원 안의 잡다한 꽃들의 이름을 모두 기록하여 공 천사(龔天使)에게 주어 시를 짓도록 하십시오."

하고 나서 크게 웃으니, 정사도 따라 웃었다. 취로정(翠露亭)에 이르러 잠깐 쉬는데, 정사가 말하기를,

"만일 황제의 명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이처럼 좋은 데에 오게 되었겠습니까. 한없이 감사합니다."

하고, 부사가 말하기를,

"천년에 한 번 있을 기이한 만남입니다. 한없이 감사합니다."

하였다. 정사가 뜰앞 섬돌 위의 떨기진 꽃을 가리키며 두목으로 하여금 두어 가지를 꺾어오게 하여 들고서 묻기를,

"이 꽃의 이름이 무엇입니까?"

하니, 이응성이 대답하기를,

"출단화(黜壇花)입니다."

하니, 한 가지를 전하께 올리며 말하기를,

"아울러 꽂으시기 바랍니다."

하고, 또한 부사에게 나누어 주어 다 같이 꽂게 하였다. 상사가 웃으면서 말하기를,

"전하의 관 위에는 붉은 빛과 누른 빛이 서로 어울려 【홍도화는 빛이 붉고, 출단화는 빛이 누렇다.】 더욱 좋습니다."

하여, 그의 말투가 아이들 장난과 같았다. 상이 말하기를,

"이 정자에서 좋은 모임을 가질 만하니 한 잔 드시기 바랍니다."

하니, 두 사신이 말하기를,

"더없이 좋습니다. 다만 현명하신 왕께서 수고하실 것 없이 대신들로 하여금 술잔을 돌리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하므로, 상이 말씀대로 하겠다고 하고, 즉시 병조 판서 윤임(尹任)으로 하여금 술잔을 돌리게 하여 마치고서, 또한 각기 한 잔씩 돌리고 파했다. 서쪽으로 만경대(萬景臺)에 이르렀는데 소나무 한 쌍이 같은 뿌리에 자라 나란히 서 있자, 정사가 말하기를,

"이 소나무는 매우 기묘하여 괴이하기도 하고 구경할 만도 하니 쌍룡(雙龍)이라 하면 되겠습니다."

하였다. 또 수십 걸음을 가다가 경회루를 바라보니, 갑병(甲兵)들이 늘어서 있고 홍분(紅粉)이 뜰에 그득하고 붉은 난간과 흰 섬돌이 거꾸로 맑은 물결에 비치었다. 부사가 좋아하며 말하기를,

"국왕께서 현명하시고 온갖 것이 모두 아름다우니 진실로 신선의 지경입니다."

하였다. 길가에 또 소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정사가 가리키며 말하기를,

"매우 좋습니다."

하므로, 상이 이름 짓기를 청하니, 정사가 웃으며 말하기를,

"천천히 짓겠습니다마는, 오 천사(吳天使) 또한 물건 이름을 잘 짓습니다."

하자, 부사가 말하기를,

"공 천사가 본디 잘 짓는답니다."

하였다. 또 가다가 백자정(栢子亭)에 이르러 잠시 쉬며 술을 한 순배(巡杯)했다. 상이 중관에게 명하여 두 사신에게 취우선(鷲羽扇)을 내놓으니, 두 사신이 치사하기를,

"이는 반드시 신선들이나 가지는 물건이지 어찌 인간의 물건이겠습니까. 더없이 감사합니다."

하였으며, 정사가 더욱 좋아하여 만지며 폈다 접었다 하면서 금방 부치다 금방 만지다 하여 아이들 장난질 하는 것과 같았다. 정사가 이응성을 불러 묻기를,

"전하께서 왕자(王子)를 몇 분이나 두셨습니까?"

하므로, 상이 말하기를,

"사내 네댓이 있는데 아직 어립니다."

하니, 또 묻기를,

"공주(公主)는 몇 분이나 됩니까?"

하자, 상이 말하기를,

"또한 그만큼 됩니다."

하니, 두 사신이 말하기를,

"아들도 많고 딸도 많은 상서는 왕가(王家)를 누리고 국가를 누리실 복이니 전하를 위해 한없이 축하합니다."

하므로, 상이 말하기를,

"더없이 감사 합니다."

하였다. 정사가 소나무 그늘을 우러러 보다가 또 지형(地形)을 내려다 보기도 하고 사방을 돌아보며 두루 관람하여 마치 이름을 지으려는 듯한 기색이 있으므로, 상이 말하기를,

"이 정자를 이름 지어 주시지요."

하니, 정사가 웃으며 말하기를,

"응수정(凝秀亭)이라 이름 하십시요."

하였다. 두 사신이 말하기를,

"《등과록(登科錄)》을 보고 싶습니다."

하므로, 상이 말하기를,

"우리 나라에서는 본디 인출(印出)하여 반포하지 않기 때문에 모아 놓은 것이 없습니다."

하니, 정사가 말하기를,

"비록 인쇄한 것이 아니고 등서(謄書)한 것이라도 좋습니다."

하므로, 상이 말하기를,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하고서, 술을 두번 순배(巡杯)하고 일어나, 상원(上苑) 문이 있는 길로 해서 바로 경회루(慶會樓)로 향했다. 정사가 길가에 차려놓은 화포(火砲)를 보고는 웃으면서 말하기를,

"이 화포 기계는 설비가 매우 교묘합니다."

하고, 또 길가에 있는 단풍나무를 보더니, 정사가 그 밑에 나아가 가지를 휘어잡으며 묻기를,

"이 나무 이름이 무엇입니까?"

하므로, 이응성이 대답하기를,

"단풍나무입니다."

하니, 정사가 말하기를,

"이 나무는 서리를 맞으면 붉어지는 것입니다."

하였다. 충순당 앞에 이르니 소나무 두 그루가 나란히 심어져 있는데 그 형상이 더욱 기묘한 것을 보고서 정사가 서쪽에 있는 것을 노룡(老龍)이라고 이름하자, 부사가 동쪽에 있는 것을 반규(盤虯)라고 이름하고, 정사가 길가에 있는 반석(盤石)이 네모진 못처럼 움푹한데도 물이 없는 것을 보고서 말하기를,

"이 돌은 물을 담아 고기를 키우면 좋겠습니다."

하였다. 편액을 우러러 보며 말하기를,

"충순당이란 이름은 더없이 좋으니, 이는 하늘을 공경하고 백성을 보호하는 실상입니다."

하므로, 상이 말하기를,

"사대하는 정성이 있으므로 당 이름을 그렇게 지은 것입니다."

하니, 두 사신이 말하기를,

"더없이 아름답습니다."

하였다. 정사가 초화(草花)를 보더니 두목을 시켜 꺾어다 한참을 들고 구경하다가 전하께 내놓으므로 전하께서 받아 들자, 정사가 말하기를,

"이 꽃은 매우 행복하기도 합니다. 우리들이 이미 들고 구경을 했는데, 또한 전하의 수택(手澤)171) 을 입게 되었으니 이 꽃은 대단히 행복합니다."

하여, 정사가 스스로 이처럼 자신을 중한 체하였다.

우리 전하께서 사대가 지성스럽기 때문에 정성껏 조사를 대우하여 지극하게 하지 않는 바가 없이 한 것인데, 어찌 경솔하고 무례한 조사가 평상복 차림으로 딴 나라가 대접하는 향연에 나올 줄 짐작이나 했겠는가. 한 나라의 임금을 끌고 정원 안을 두루 걸으므로 예복인 곤룡포(衮龍袍)가 초로(草露)에 질질 끌리게 되고 그 울퉁불퉁한 험한 구릉과 골짜기에서 옥보(玉步)172) 가 기우뚱거리게 되었으되, 시종 공경하고 근신하여 조금도 권태스러운 기색이 없으셨다. 이는 비록 성상(聖上)의 사대하는 지성에서 나온 것이기는 하지만, 조사(詔使)의 절제하지 않음이 한결같이 이러했으므로 모시는 신하 및 장사(將士)와 아래로 군졸(軍卒) 및 종들까지 분개하고 한탄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경회루 아래로 돌아와 각기 읍(揖)하고 자리에 나아갔다. 인정을 표하는 물건 단자를 두 사신 앞에 내놓으니 정사가 말하기를,

"예물이 너무 많아 감히 받지 못하겠습니다. 또한 인삼 30여 근은 너무 많으니 줄이시기 바랍니다."

하므로, 상이 말하기를,

"이는 곧 차를 끊이는 삼이니 물리치지 마십시오."

하니, 두 사신이 말하기를,

"우리들도 이미 물건을 드렸으니 마땅히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하였다. 상이 장차 술 대접하는 예를 행하려고 꽃 【은사화(恩絲花)임.】 을 내놓으니 두 사신이 말하기를,

"꽃 【홍도(紅桃) 등의 꽃임.】 을 버리지 마시고 섞어서 꽂으시기 바랍니다."

하므로, 상이 말하기를,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하고, 술잔을 돌려 부사의 앞에 이르렀다. 상이 말하기를,

"아침에 유사(有司)의 착오로 크게 사체(事體)를 잃게 되어 【송희온(宋禧溫)에 관한 일임.】 황공함을 견디지 못하겠습니다. 해당 관원(官員)을 즉시 하옥(下獄)하여 죄를 다스리게 했습니다."

하니, 부사가 말하기를,

"참으로 감히 감당하지 못하겠습니다. 내가 장차 이에 대한 말을 하려고 했었는데 전하께서 먼저 말씀을 하시니 매우 황공스럽습니다. 즉시 그 해당 관원을 놓아 주시기 바랍니다."

하므로, 상이 말하기를,

"죄가 무거워 가볍게 용서할 수 없습니다."

하니, 부사가 말하기를,

"그렇다면 우리들은 밤새도록 앉지 않겠습니다."

하므로, 상이 말하기를,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하고, 즉시 사역원 장무관을 놓아 주었다. 각기 자리에 나아갔다. 또 두목들에게 인정을 표하는 물품 단자를 내놓으니, 정사가 말하기를,

"입모(笠帽)173) 는 벌써 이미 주시었으니 다시 줄 필요가 없습니다. 유둔(油芚)174) 은 단지 주대(奏帶)한 두목 여덟 사람에게만 주고 그 나머지는 주지 마십시오."

하므로, 상이 말하기를,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하였다. 세자(世子)가 술잔을 돌리고, 사옹원이 또한 고기를 잡아 올리니 두 사신이 말하기를,

"매우 감사합니다."

하였다. 상이 말하기를,

"두목들에게 활과 화살을 주었으면 합니다."

하니, 두 사신이 말하기를,

"두 편 【정사와 부사 두 편이다.】 의 두목 각 30인에게만 각각 활 하나 화살 10개씩 주면 됩니다. 그러나 우리들이 이 활과 화살을 모두 거두었다가, 회정(回呈)할 때에 활을 잘 쏘는 사람에게 주겠습니다."

하였다가, 조금 뒤에 두 사신이 말하기를,

"활과 화살은 단자에 없으니 받을 수 없습니다."

하였다. 두 사신이 말하기를,

"청컨대 불꽃 놀이를 구경한 다음에 향연을 거행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므로, 상이 말하기를,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하고, 이어 각기 작은 막차로 나가 잠시 쉬었다. 좌부승지 강현에게 전교하기를,

"기녀와 악공들로 번잡하고 시끄러우니 기녀 20명과 악공 20명만 가리어 머물게 하고 그 나머지는 모두 도로 내보내라."

하였다. 상이 막차에서 나오니 두 사신도 나왔다. 상이 말하기를,

"교의(交椅)를 옮겨 조금 앞으로 다가가 앉아서 불꽃 놀이를 관람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두 사신이 말씀대로 하겠다고 하였다가, 다시 말하기를,

"처마 아래로 나앉아 관람하겠습니다."

하고, 즉시 일어서서 처마 아래로 나아가 다시 동서를 가리지 않고 한 줄로 줄지어 않았는데, 두 사신의 자리가 전하의 왼쪽에 있었다. 불꽃 놀이를 한참 구경하다가 해안군(海安君) 이희(李㟓)175) 에게 명하여 술잔을 돌리도록 하니, 두 사신이 말하기를,

"청컨대 술잔 돌리는 예를 할 것 없이 큰 잔을 각각 주어 마시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므로, 상이 말하기를,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하였다. 정사가 광대화(廣大火)를 일러 말하기를,

"이는 곧 두회화(頭盔火)입니다."

하고, 포도화(葡萄火)를 보고서는,

"만원포도일타홍(滿園葡萄一朶紅)입니다."

하고, 또 말하기를,

"포도가 정말 좋으므로 한 잔 마시고 싶습니다."

하므로, 큰 잔으로 한 잔씩 부어 각각 돌렸다. 상사가 이응성을 불러 말하기를,

"이 나라의 갖가지 해산물은 복건(福建)의 것과 같은데 다만 잘 조리하지 못했기 때문에 입에 맞지 않습니다."

하므로, 상이 말하기를,

"이곳의 주자(廚子)176) 들은 미욱하고 용렬하여 모두 조리(調理)를 잘하지 못합니다."

하니, 부사가 말하기를,

"상대인(上大人)177) 은 조리하는 솜씨가 있답니다."

하자, 정사가 웃으면서 말하기를,

"내가 조리하는 방법을 알고 있으니 글로 써서 드리겠습니다."

하였다. 불꽃 놀이 구경을 마치고 도로 연향청(宴享廳)으로 들어왔다. 두 사신이 말하기를,

"전하께서 우리를 위하여 크게 성의를 보이셨으니 사례하는 읍을 하였으면 합니다."

하였다. 읍이 끝나자 두 사신이 말하기를,

"우리들이 큰 글자로 글씨를 써서 드리고 싶습니다. 글씨를 쓴 다음에 술 마시는 예를 거행하였으면 합니다."

하므로, 상이 말하기를,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하니, 이에 두 사신이 좌우 사람들을 시켜 교의(交椅)를 가져다 한 줄로 늘어 놓고 남쪽을 향하여 앉았는데, 정사가 가운데에 앉고 어좌(御座)는 서쪽에 있었으며 부사는 동쪽에 앉았다. 정사가 큰 붓을 들고서 종이를 펴놓고 탁자(卓子)에 임하여, 요동 통사 강진(康鎭)을 불러 말하기를,

"나이 젊은 기녀 두 사람을 가리어 촛불을 들고 탁자 머리에 서도록 하고, 또한 나이 젊은 기녀 네 사람을 가리어 앞으로 들어와 춤을 추게 하라."

하였다. 정사가 춤을 눈여겨 보다가 말하기를,

"이는 선학(仙鶴)의 춤이다."

하였고, 정사가 촛불을 들고 있는 기녀의 머리 위에 단장한 꽃이 촛불 가까이에서 디룽거리는 것을 보고 말하기를,

"불 붙게 될까 싶다."

하며, 빼버리도록 명했는데, 대개 그의 얼굴을 똑똑히 보려는 것이었다. 또 말하기를,

"이 두 기녀의 키가 같지 않으니 한 사람을 바꾸어야 하겠다."

하고, 정사가 촛불 든 기녀를 흘겨 보며 마음을 스스로 안정하지 못하여, 큰 붓에 적신 먹물을 그 기녀를 향해 뿌려 기녀의 옷과 얼굴에 먹물이 튕기었다. 또한 그 기녀에게 탁자 머리에 오래 서 있게 하고서 붓을 들고 헛 내둘러 마치 장차 글자를 쓰려는 형상만 하고 즉시 하필(下筆)하지는 않았으며, 한참동안 붓을 희롱하기도 하고 농담하기도 하다가 그만 두었다. 이로부터 전(殿) 위가 시끄럽고 소란해져, 상께서도 또한 어찌 할 수가 없게 되므로 좌우(左右)의 시종(侍從)들이 놀라며 어찌할 바를 몰랐다. 대사헌 권예(權輗)가 우승지 김미(金亹)를 통하여 아뢰기를,

"오늘의 사태를 동료들은 미처 알지 못하고 신(臣)만 술 대접할 재상으로 들어왔다가 듣고서 지극히 놀랐습니다. 오늘의 잔치는 곧 예를 차리기 위한 연향인데 밤을 무릅쓰고 차린 것부터가 이미 예가 아닌 데다, 처음부터 예로 접하지 않아 편복(便服) 차림으로경회루에 올랐으니 이미 크게 잘못되었습니다. 게다가 산보하며 유람하는 것을 재상들과 하는 것은 혹 있을 수 있지만 어찌 임금과 더불어 할 수 있겠습니까. 천자(天子)와 제후가 비록 대소(大小)는 다르지만 임금인 것은 같습니다. 역시 조정이 있고 또한 뭇 신하가 있는데 어찌 감히 임금과 더불어 정원 숲의 이슬 속을 산보할 수 있겠습니까. 천하 고금에 어찌 이런 일이 있겠습니까. 기녀를 불러다 촛불을 잡히고 글씨를 쓴다는 핑계로 외설(猥褻)한 짓을 멋대로 방자하게 하였고 앉기도 또한 공손하지 못했으니, 마침내는 더할 수 없이 설만한 짓을 하게 될까 싶습니다.

전하께서 사대에 지성스러우시기 때문에 중국 사신 접대를 한결같이 그들의 요청대로 하시는 것입니다. 그러나 임금의 거지(擧止)를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비록 사대를 성의있게 해야 하고 비록 천사(天使) 대접을 공경을 다해 해야 하지만, 어찌 예모를 잃는 것을 성의로써 하고 공경을 다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오늘의 사태는 크게 예의를 잃은 것으로서, 천사의 소행은 미치광이의 짓과 같습니다. 대소(大小)의 신민(臣民)들이 누가 통분하게 여기지 않겠습니까. 이 다음부터는 청컨대 예로써 접하여 설만해지지 않게 하신다면 이보다 다행함이 없겠습니다. 신이 통분함을 견딜 수 없기에 미처 동료들과 의논해 볼 사이도 없이 지금 감히 홀로 아뢰는 것입니다."

하니, 답하기를,

"아뢴 말이 지당하다. 다만 경회루에 올라간 일은 천사가 먼저 스스로 청했기 때문에 감히 사절하지 못한 것이고, 후원(後苑)에서 산보한 일은 이전 준례가 태감(太監)이 천사로 온 때는 더러 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또한 하게 된 것이며, 기녀를 시켜 촛불을 들게 한 일은 나도 역시 온당하지 못하다 여기면서도 억지로 한 일이다."

하였다. 영의정 김근사, 좌의정 김안로, 우의정 윤은보, 좌찬성 심언경, 이조 참판 허항 등이 아뢰기를,

"지금 천사가 한 일을 보건대 패려(悖戾)한 짓이 많으니 예로써 접하고 마는 것만 못합니다. 기녀와 악공을 쓰는 것은 단지 주악(奏樂)을 하기 위한 것인데, 촛불을 들리기까지 하고 또한 난잡한 춤을 추게 하였으니, 이와 같은 짓을 그치게 하지 않는다면 마침내는 예삿일이 아닌 짓을 하게 될 것입니다. 비록 중국 사신을 정성껏 대우해야 마땅하지만, 잔치 대접하는 예를 거행하면 그 뿐이고 다시 깊은 정을 표할 것은 없습니다. 내일근정전에서 초청하는 잔치는 모두 중지하기 바랍니다."

하니, 답하기를,

"당초에 이렇게 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던 것인데 지금 이렇게 되었으니 나 역시 조처하기가 곤란하다. 내일 근정전에서 초청하는 잔치는 아뢴 대로 거행하지 않는 것이 마땅하다."

하고, 권예가 재차 아뢰기를,

"신이 처음부터 보았습니다. 상께서 잘못 조처하셨다는 것이 아니라 다만 임금은 손님을 대하고 사람을 접하는 동안에 예를 잠시도 폐할 수 없는 법입니다. 신이 상께서 억지로 따르신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난잡하여 질서가 없음이 이러한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아직 논계하는 사람이 없으니 우리 나라에 사람이 있다고 하겠습니까. 이번의 일만 보더라도 그처럼 경솔하고 방자하게 구는 것 또한 우리 나라에 사람이 없는 것으로 안 것입니다. 신이 그들의 소위를 금지시켜야 한다고 여기는 것이 아니라, 대체로 예가 없으면 공경이 안 되는 법입니다. 당초에 전하께서 공경으로 대우하고 한결같이 예로써 연향을 하였다면 어찌 이 지경에 이르렀겠습니까."

하니, 답하기를,

"내가 대접함이 예를 잃은 것은 과연 아뢴 말과 같다. 대신들도 이미 말을 했었다. 놀랍게 여기는 뜻은 상하(上下)가 모두 같다."

하였다. 김근사 등이 재차 아뢰기를,

"사세가 이미 이렇게 되었으니 비록 갑자기 그만 둘 수는 없지만 힘써 권할 것은 없습니다."

하니, 답하기를,

"나의 뜻에도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겠다. 그가 ‘한잔 한 다음에는 그만 파하겠다.’고 하였으니, 나도 다시 권하지 않겠다."

하였다. 정사가 글씨 쓰기를 마치자, 사이 즉각 촛불 든 기녀 및 들어와 춤춘 기녀들을 물리치기를 명하니, 정사가 말하기를,

"나는 이미 썼지만 오천사(吳天使)도 반드시 쓰고자 할 것이니 바로 기녀들로 하여금 도로 들어와 춤추고 촛불 들기를 아까처럼 해야 합니다."

하자, 요동 통사 강진(康鎭)이 스스로 나가 재촉하니, 기녀들이 드디어 도로 들어왔다. 권예가 세 번째 아뢰기를,

"한결같이 그가 하는 대로 따라주면 우리 나라에 사람이 있다고 하겠습니까. 허물없이 기녀들과 희롱하는 짓 등은 모두 차마 볼 수 없는 일인데, 어찌 조사의 말이라고 해서 한결같이 예가 아닌 짓을 들어 줄 수 있겠습니까. 예로써 대하시기 바랍니다."

하니, 답하기를,

"오래지 않아 마땅히 파하게 될 것이다. 이 뒤에는 그들의 소위를 알아서 대하는 것이 좋겠다."

하였다. 부사가 글씨 쓰기를 마치자 상이 술을 돌리니 두 사신이 회배(回杯)했다. 예가 끝나자 즉시 파했는데 밤이 이미 삼경이었다.김근사 등이 아뢰었다.

"천사들이 체모를 잃는 짓이 많아 지극히 통분합니다. 그러나 내일 근정전에서 초청하는 잔치 일은 이미 청한 것인데 다시 정지한다면 그들이 반드시 화를 내게 될 것이어서, 전일에 정성껏 대우한 일마저 허사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좋은 말로 대하는 것만 못할 것이니, 내일은 마땅히 임시 변통의 말로 고하기를 ‘당초에는 오늘 근정전에서 잔치를 대접하려고 했었는데 어제 우연히도 병이 나 일어날 수 없다. 그러니 오늘은 종재(宗宰)의 잔치만 거행하고 근정전에서는 내일 거행하고자 한다.’고 하여, 그들의 뜻을 떠보는 것이 합당할 듯합니다. 다만 이 사람들은 미욱하거나 용렬한 사람이 아니어서 중국 조정에 있어서는 곧 청현(淸顯)178) 한 사람들이니, 만일 혹시라도 화를 내게 된다면 일이 생기게 될까 싶습니다. 하물며 내일의 잔치 대접하는 일은 지금 이미 말을 했고 그들 역시 마땅히 오겠다고 했었으므로 정지할 수 없을 듯하니, 그때에 임해서 잠깐 거행하여 예를 이루는 것이 합당할 듯합니다."


  • 【태백산사고본】 42책 84권 24장 A면【국편영인본】 18책 47면
  • 【분류】
    외교-명(明) / 왕실-종친(宗親)

  • [註 171]
    수택(手澤) : 손때.
  • [註 172]
    옥보(玉步) : 임금의 걸음.
  • [註 173]
    입모(笠帽) : 갈모.
  • [註 174]
    유둔(油芚) : 넓은 종이 또는 무명베를 이어 붙인 것 다 들깨 기름을 먹이어 만든 우구(雨具).
  • [註 175]
    해안군(海安君)이희(李㟓) : 중종의 둘째 아들.
  • [註 176]
    주자(廚子) : 음식 만드는 사람.
  • [註 177]
    상대인(上大人) : 상사를 말함.
  • [註 178]
    청현(淸顯) : 청직(淸職)과 현직(顯職). 청직은 학식과 문벌이 높은 사람에게 시키는 것으로 규장각(奎章閣)·홍문관(弘文館)·선전 관청(宣傳官廳) 등의 벼슬. 현직은 지위가 높은 벼슬.

○未時, 兩使至, 下輿于慶會南門外。 上出迎于階下, 相讓而入。 至于樓下, 兩使竝立于東, 上立于西, 請各拜, 兩使曰: "恐殿下勞動, 請行各揖。" 上曰: "依命", 卽行各揖。 上曰: "連日闕會, 多恨多恨。" 兩使曰: "多謝多謝。" 上使進手書大字二紙, 忠孝二字書於一紙, 宣化二字書於一紙。 副使亦進手書大字三紙, 畏天保民四字書於一紙, 光烈貽穀四字書於一紙, 固本堂三字書於一紙。 兩使又各進詩, 次進扇, 次進綵段。 上使又進題詩扇一把。 上請各行謝拜, 兩使辭之, 乃行各揖訖。 以改宗系單子, 呈于上使, 仍告曰: "前者翌日宴時, 告稟《大明會典》之事, 而今日更以此單子進呈, 望大人知悉也。 本國世系, 誤錄於《會典》, 故永樂二年、正德十四年、嘉靖八年, 陳情奏聞, 特蒙累朝皇恩, 許令改正, 聖旨昭然, 而《會典》之書, 改纂無期。 今承惠翰, 有同修《大明會典》之銜, 不勝喜幸。 《會典》之改纂, 天也, 修撰大人之到小邦, 亦天也。 伏望大人, 覽此呈文, 雪一國之冤, 不勝至願。" 上使答曰: "我果是修撰《會典》之官, 當以此事, 力辨而歸之正也。 且想必曾已改正, 特此國尙未知也。 俺等回還上國, 則與尙書及閣老等官, 詳悉奏聞以改之, 仰副殿下之重望。 今後一度奏請, 《會典》一書全秩齎來, 則可驗俺等之言矣。" 上曰: "多謝多謝", 仍行謝揖。 上又曰: "前日淺陋江亭, 勞動惶恐。 且該官不知事體, 多有闕失, 尤爲惶恐。" 兩使答曰: "多領賢王厚意, 飽見江山勝景, 夜深極歡而還。 多謝多謝。" 言訖, 各就座。 行茶禮訖, 上使覽宗系單子曰: "李仁任之任, 或作人字, 此必誤也。" 上曰: "任與人音同, 故如此互言, 而《大明會典》舊本, 亦如此錯書, 故單子書之如是耳。" 上使曰: "知道。" 上曰: "聞大人不用晝飯而來, 請陪大人晝飯。" 兩使曰: "唯命。" 上顧謂左副承旨姜顯曰: "明日勤政殿請宴, 明明日宗宰請宴, 次次爲之可也。" 上使呼通事李應星曰: "宗系單子, 又書一本, 以呈副使至當。" 上曰: "如敎。" 晝飯將半, 兩使命頭目, 進饌三器, 仍曰: "殿下之饌, 甚美矣。 俺等亦令下人, 熟饌以進, 幸一下筯何如?" 上曰: "甚美矣。" 兩使皆曰: "多謝多謝。" 兩使請加進, 上曰: "唯命。" 兩使曰: "不却薄饌, 多謝多謝。" 上曰: "請使漁人, 捉魚於池中。" 兩使曰: "好的好的, 豈不樂哉? 豈不妙哉?" 兩使招通事李應星曰: "樓下之景, 極好矣, 樓上之景, 請一賞之。" 上曰: "唯命。 且欲陪大人散步於後苑中也。" 兩使曰: "多謝多謝。 散步上苑, 甚好甚好。 但此非禮會, 欲以便服行之。" 上曰: "大人雖便服, 寡人不敢也。" 兩使曰: "殿下若不便服, 則俺等何敢便服乎?" 司饔院郞官, 以魚進之, 兩使曰: "國王誠意至矣, 池魚亦多出見, 多謝多謝。" 上請兩使就幕次, 小歇, 兩使曰: "多謝多謝", 各就幕次。 傳于左副承旨姜顯曰: "樓上設酌時, 擇年少妓四五, 樂工三四, 從西階而上可也。" 上出幕次, 請兩使出, 兩使通事李和宗來請曰: "俺等欲以便服出, 殿下亦御便服何如?" 上曰: "大人雖便服, 寡人則不敢也。" 兩使卽以便服出, 侍臣無不憤恨, 始知其輕薄不中也。 上與兩使, 從東階而上樓。 兩使曰: "請行謝揖", 上答揖。 上請行酒, 兩使曰: "甚好甚好。" 上行酒畢, 兩使曰: "此樓最妙, 但彼山 【指白岳也。】 之座, 稍東則甚好。 我粗知風水, 故語及於此也。 且彼二山, 在北 【白岳。】 者何名, 在西 【仁王。】 者何名?" 上曰: "在北者白岳, 在西者仁王也。 請大人改名之。" 兩使於一路, 見亭榭山川, 輒改其名, 書大字, 請刻板而掛之, 要以流名, 故上知其意而請之。 兩使欣然曰: "唯命。" 卽索筆墨與紙, 而改二山之名。 上使改白岳拱極, 而自注曰: "此山居北故言。" 副使改仁王弼雲, 自注曰: "取右弼雲龍之義。" 云, 兩使欲書大字, 未得大筆而止。 因以循欄散步, 都表禮貌。 正使就上前笑曰: "山水絶勝之地, 賢王坐政, 不勝敬賀。" 上曰: "不敢當, 不敢當。" 兩使指池中小島曰: "雙洲可愛。" 令通事李應星, 告于殿下, 仍謂李應星曰: "洲字之義, 爾能解聽乎?" 應星答曰: "水中可居之地, 謂之洲也。" 兩使大喜。 上使曰: "此池可作名。" 上請名之, 上使指西池曰: "可名環碧", 副使指東池曰: "可名玉液", 又指東池面石橋曰: "可名晴虹也。" 周觀訖, 上與兩使, 從東階而下, 兩使直向後苑。 當是時, 享具畢陳, 衆樂齊列, 禮貌整肅, 至嚴可敬, 而詔使之輕肆至此。 行過忠順堂, 到北橋, 上告兩使曰: "園中可揷花。" 正使曰: "花應羞上老人頭也。 俺雖不至老, 年紀已衰, 恐有嫌也。" 上曰: "兩大人皆是靑年, 園花猶恐不上大人頭耳。" 兩使大喜, 各取紅桃花, 亂揷於帽之左右。 兩使請上亦揷花, 上卽命中官, 取紅桃一枝, 揷於翼善冠之左。 兩使請分揷左右, 如俺等所爲云, 而以翼善冠, 只左有花孔, 右則無孔可揷, 故以花枝假揷於冠右, 而下抵於貫子, 侍臣莫不憤恨兩使之無禮也。 兩使指水田, 【在翠露亭之南。】 問于李應星曰: "固知賢王之德矣, 於此知稼穡之艱難也。" 上曰: "多謝多謝。" 副使指逕傍花叢, 使頭目折之而來, 把玩曰: "此花何名?" 李應星對曰: "玉梅花也。" 副使笑曰: "此地亦有此花也。" 仍使李應星請於上曰: "悉錄園中雜花之名, 而進龔天使, 使之製詩。" 遂大笑, 正使亦笑。 至翠露亭暫歇, 正使曰: "若非帝命, 何得至此勝地乎? 多謝。" 副使曰: "千載奇遇也。 多謝。" 正使指庭前階上叢花, 使頭目折數枝而來, 執而問曰: "此花何名?" 李應星對曰: "黜壇花也。" 以一枝進于殿下曰: "請竝揷之。" 又分呈于副使, 同揷之, 上使笑曰: "殿下帽上, 紅黃相映, 【紅桃花色紅, 黜壇花色黃。】 尤好。" 云。 其言語, 有類兒戲。 上曰: "此亭可作佳會, 請進一杯。" 兩使曰: "極好, 但賢王不必勞動。 請令大臣行酒。" 上曰: "唯命", 卽令兵曹判書尹任行酒訖, 又各呈一杯而罷。 西行至萬景臺, 有雙松同根而竝立。 正使曰: "此松甚奇, 可怪可玩, 可名之雙龍。" 又行至數十步許, 望見慶會樓下, 甲兵羅立, 紅粉盈庭, 紅欄白砌, 倒映淸波, 副使欣然曰: "國王賢明, 百物皆美, 眞神仙之境也。" 逕傍又有一松, 正使指之曰: "甚好。" 上請名之, 正使笑曰: "徐名之。 且吳天使善名物。" 副使曰: "龔天使素能之。" 云。 又行至栢子亭暫歇, 酒一巡, 上命中官, 進鷲羽扇於兩使, 兩使謝曰: "此必仙人之玩, 豈是人間之物? 多謝多謝。" 正使尤爲耽玩, 或張或歛, 載揮載玩, 未免童心。 正使招李應星問曰: "殿下有王子幾位?" 上曰: "有男四五而尙幼。" 又問曰: "公主幾位?" 上曰: "亦此數。" 兩使曰: "多男多女之祥, 享家享國之福。 爲殿下多賀。" 上曰: "多謝。" 正使仰見松蔭, 俯視地形, 四顧周覽, 若有欲名之色。 上曰: "請名是亭。" 正使笑曰: "可名之曰凝秀亭。" 兩使曰: "欲見《登科錄》。" 上曰: "我國本不印行, 故無其集。" 正使曰: "雖非印本, 謄書亦佳。" 上曰: "唯命。" 酒二巡而起, 從上苑門路, 直向慶會樓。 正使見路傍火砲之具, 笑曰: "此火砲之機, 措設極巧。" 又見路傍有楓樹, 正使就其下, 攀枝而問曰: "此樹之名爲何?" 李應星答曰: "丹楓也。" 正使曰: "此得霜而紅者也。" 至忠順堂前, 見兩松列樹, 其狀尤奇, 正使名其在西者曰老龍, 副使名其在東者曰盤虬。 正使指路傍鑿石方池, 坎然而無水者曰: "此可儲水養魚也。" 仰見扁額曰: "忠順名堂, 極好。 此敬天保民之實也。" 上曰: "有事大之誠, 故名堂如此。" 兩使曰: "極美矣。" 正使見草花, 使頭目折之, 把玩良久, 進于殿下, 殿下執之, 正使曰: "此花之幸至矣。 俺等旣把玩, 又遭殿下之手澤, 此花之大幸也。" 云。 正使之自重其身類此。 我殿下事大至誠, 故款待詔使, 無所不用其極, 而豈期詔使之輕率無禮? 以燕居之服, 當異國之禮享, 引一國之主, 周步園中, 袞龍禮服, 垂曳草露, 崎嶇陵谷, 玉步傾側, 而終始敬謹, 小無倦色。 此雖發於聖上事大之至誠, 而詔使之不撿, 一至於此。 侍臣及將士, 下至卒隷, 莫不憤惋。 還至樓下, 各揖就坐, 進人情物件單子于兩使前, 正使曰: "禮物太多, 不敢受也。 且人參多至三十餘斤, 請減之。" 上曰: "此乃湯茶之參, 請勿却。" 兩使曰: "俺等亦已獻物, 當依命。" 上將行酒禮進花, 【恩絲花。】 兩使曰: "請勿去花而 【紅桃等花。】 雜揷之。" 上曰: "唯命。" 行酒至副使前, 上曰: "朝來有司誤錯, 大失事體, 【指宋禧溫之事。】 不勝惶恐。 其該官卽下獄治罪矣。" 副使曰: "不敢不敢。 俺欲將發此言, 殿下先言之, 惶恐惶恐。 請卽放其該官。" 上曰: "罪重, 不可輕宥。" 副使曰: "然則俺當終夜不坐也。" 上曰: "唯命。" 卽赦司譯院掌務官, 各就坐。 又以頭目人情物件單子呈之, 正使曰: "笠帽則曾已許之矣, 不必更給之也。 油芚則只給奏帶頭目八人, 其餘勿給。" 上曰: "依命。" 世子行酒, 司饔院又捕魚以進, 兩使曰: "多謝多謝。" 上曰: "請贈頭目以弓矢。" 兩使曰: "兩邊 【謂正使副使兩邊也。】 頭目各三十人, 各賜弓一丁, 矢十箇可也。 然俺等合此弓矢而收之, 回程時, 見其能射者而給之。" 俄而兩使曰: "弓矢無單子, 不可受也。" 兩使曰: "請於觀火後, 行享禮何如?" 上曰: "唯命。" 因各退小次暫歇。 傳于左副承旨姜顯曰: "妓工煩擾, 擇留妓二十、工二十, 而其餘悉還出之。" 上從幕次而出, 兩使亦出。 上曰: "請移交倚, 稍就前坐, 而觀火何如?" 兩使曰: "依命。" 兩使曰: "請出坐簷下而觀之。" 卽起立出就簷下, 不復分東西, 而以一行列坐, 兩使之坐, 在殿下之左。 觀火良久, 命海安君 行酒。 兩使曰: "請勿行酒禮, 而用大杯, 各呈以飮何如?" 上曰: "唯命。" 正使謂廣大火曰: "此乃頭盔火也。" 見葡萄火曰: "滿園葡萄一朶紅。" 又曰: "葡萄正好, 欲飮一杯。" 云。 酌一大杯而各呈之, 上使招李應星曰: "此國各種海物, 與福建同, 但不會整治, 故不適於口。" 上曰: "此處廚子迷劣, 皆不能調味。" 副使曰: "上大人有調羹手段。" 正使笑曰: "俺有調味方法, 當書以呈之。" 觀火畢, 還入宴廳。 兩使曰: "殿下爲俺等, 大示誠款, 請行謝揖。" 揖訖, 兩使曰: "俺等欲書大字以獻, 請於書後, 行酒禮。" 上曰: "唯命。" 於是, 兩使命左右, 取交倚, 列置一行, 南面而坐, 正使居中, 御座在西, 副使坐於東, 正使秉大筆, 展紙臨卓, 招遼東通事康鎭曰: "擇年少妓二人, 秉燭立於卓頭, 又擇年少妓四人, 入舞於前。" 正使熟規之曰: "此仙鶴之舞也。" 正使見秉燭之妓, 頭上粧花, 垂襯於燭曰: "恐其見爇。" 命拔去, 蓋欲灼見其面也。 又曰: "此兩妓, 長短不相似, 改其一可也。" 云。 正使睨視執燭之妓, 心不自定, 以大筆濡墨, 向妓而揮之, 墨濺于妓之衣及面上。 且要使妓, 久立於卓頭, 秉筆虛揮, 將若寫字之狀, 而不卽下筆, 弄筆談謔, 良久乃已。 自此殿上喧擾雜亂, 自上亦無如之何矣。 左右侍從, 驚駭罔措。 大司憲權輗, 因右承旨金亹以啓曰: "今日 之事, 同僚則未及知之, 臣獨以行酒宰相入來而聞之, 至爲驚駭。 今日之宴, 乃禮享也, 冒夜而設, 已爲非禮。 初不禮接, 便服登樓, 旣爲大失。 況散步遊觀之事, 與宰相爲之, 則容或有之, 豈可與人君而爲之哉? 天子諸侯, 大小雖異, 其爲君人則一也。 亦有朝廷焉, 亦有群臣焉, 彼安敢與之散步於園林草露之中乎? 古今天下, 安有如是者也? 至於呼妓秉燭, 託以書字, 翫狎自肆, 坐亦不恭。 恐終有褻瀆莫大之變也。 殿下事大至誠, 故接待華使, 一從其請, 然人君擧止, 不可如是。 事大雖以誠也, 待天使雖致敬也, 豈可失禮, 而曰以誠以敬哉? 今日之事, 大失禮儀, 天使所行, 有同狂生之事。 大小臣民, 孰不痛憤? 自今以後, 請以禮接, 毋致褻慢甚幸。 臣不勝痛憤, 不暇與同僚議之, 而今敢獨啓之。" 答曰: "所啓至當。 但上樓之事, 則天使先自請之, 故不敢辭也, 散步後苑之事, 前例太監天使時, 或有爲之之時, 故今亦爲之耳。 其命妓秉燭事, 予亦以爲未便, 而勉行耳。" 領議政金謹思、左議政金安老、右議政尹殷輔、左贊成沈彦慶、吏曹參判許沆等啓曰: "今觀天使所爲之事, 多有悖戾, 莫如接之以禮而已。 女樂之用, 只爲成樂, 而以至秉燭, 又令亂舞。 若此不已, 終致非常之事。 華使雖當款待, 只行享禮而已, 不須更致繾綣也。 明日勤政殿請宴, 請竝停之。" 答曰: "初不意至於如此也, 今至於此, 予亦處置之爲難也。 明日勤政殿請宴, 則當如啓而不爲可也。" 再啓曰: "臣自初見之, 非謂自上誤處之也。 但人君於待賓接人之間, 其禮不可斯須廢也。 臣非不知, 自上勉而從之也, 但雜亂無序, 至於如此, 而尙無論啓者, 則謂我國有人乎? 以今觀之, 輕肆如此者, 亦知我國之無人也。 臣非謂可禁其所爲也, 大抵無禮, 則非敬也。 當初殿下, 待之以敬, 而一以禮享, 則豈至於此乎?" 答曰: "自予待之失禮, 果如所啓。 大臣等亦已言之矣, 駭愕之意, 上下皆同耳。" 謹思等再啓曰: "勢已如此, 雖不可遽止, 不須强勸也。" 答曰: "予意亦不勝其支離也。 彼以爲一杯後當罷云, 予不更勸也。" 正使寫字訖, 上卽命退其執燭及入舞等妓, 正使曰: "俺則旣書之矣, 吳天使亦必欲書之也。 卽令妓還入舞, 秉燭如初可也。" 遼東通事康鎭, 自出而促之, 妓等遂還入。 三啓曰: "一從其所爲, 則謂我國有人乎? 狎翫妓生等事, 皆不忍見。 豈可以詔使之言, 而一從其非禮之事乎? 請以禮待之。" 答曰: "未久當罷矣。 今後可以知其所爲, 而待之耳。" 副使寫字訖, 上行酒, 兩使回杯。 禮訖卽罷, 夜已三鼓矣。 謹思等啓曰: "天使多有失儀, 至爲痛憤, 然明日勤政殿請宴事, 今已請之, 而又復停之, 則彼必發怒, 前日款待之事, 反歸於虛矣, 不如善辭而待之。 明日當權辭以告曰: ‘今日初欲請宴於勤政殿矣, 昨日幸得病, 未能起也。 今日請行宗宰之宴, 而勤政殿則欲於明日行之。’ 云, 以觀其意似當。 但此人, 非迷劣之人, 在中朝, 乃淸顯者也。 若或發怒, 則恐其生事也。 況明日宴享事, 今已言之, 而彼亦當來云, 似不可停也, 臨時暫行成禮似當。"


  • 【태백산사고본】 42책 84권 24장 A면【국편영인본】 18책 47면
  • 【분류】
    외교-명(明) / 왕실-종친(宗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