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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종실록 84권, 중종 32년 3월 5일 갑신 3번째기사 1537년 명 가정(嘉靖) 16년

천사의 말에 따라 오배 삼고두의 예를 정하다

문례관 임필형(任弼亨)이 와서 복명하니 사정전에서 인견하였다. 임필형이 아뢰기를,

"이달 3일, 신이 천사를 황해도 봉산군(鳳山郡) 검수참(劍水站)에서 만나, 유생들이 영조(迎詔)113) 하도록 하는 일을 대신들이 의논한 뜻대로 말을 하니, 천사가 ‘중국과 똑같이 하는 것이니 좋은 일이라 하겠다.’ 하였습니다.

오배(五拜)114) 하는 예에 관해서도 대신들의 의논과 전교하신 뜻대로 말을 하니, 사신이 ‘오배와 삼고두(三叩頭)115) 는 곧 천하가 다같이 시행하는 예이다. 관찰사들에게는 다만 지나가게만 되기 때문에 몸만 굽히게 하는 것이지만, 서울에서는 조서를 펼쳐 보게 되는데 어찌 오배의 예를 행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당신의 나라가 우리 조정을 공경하여 섬기므로 마땅히 삼가 오배의 예를 거행해야 한다. 우리 조정이 당신 나라에서 예를 거행한 것을 물을 때에 오배의 예를 거행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예를 다하였다고 여기겠는가. 항상 우리 조정에 질정(質正)한 것이 어떤 것이었기에 이 예를 거행하지 않으려고 하느냐. 태자(太子)가 탄생하여 조서를 반포하는 것은 곧 특별한 예인데, 늘 전례만을 끌어대는 것은 옳지 않다. 홍무(洪武)116) ·영락(永樂)117) ·경태(景泰)118) 시대의 예가 각각 달라도 모두 《대명회전(大明會典)》에 실려 있다. 이는 천하가 다같이 거행하는 예이니 그대로 하지 않을 수 없다.’ 했습니다.

신이 ‘대개 영조례(迎詔禮)란 통틀어 말을 한 것인데, 태자를 낳았을 적의 영조는 어찌 따로 다른 관례가 있겠느냐. 우리 전하께서 지극한 정성으로 사대(事大)하시는데, 어찌 감히 조서를 가지고 오는 사신의 말을 어기겠느냐. 다만 성지(聖旨)119) 를 받들어 반포한 의주를 예로부터 준행하고 있는데, 우리 소국에서 함부로 고치기가 매우 미안하기 때문에 이와 같이 말했을 뿐이다.’ 하니, 천사가 ‘우리 조정이 당신 나라를 깊이 애호하여 특별히 우리들을 보낸 것이니 당신 나라가 마땅히 매우 존경해야 할 것인데, 예대로 다하지 않으면 되겠느냐. 영조는 천하에 큰 일이니 국왕께서 마땅히 마음을 다해야 할 것인데 우리들이 말을 한 다음에야 억지로 거행한다면 되겠느냐. 당신 나라에서 임의대로 하라. 마음이 화평해지게 되면 거행하는 예도 역시 화평하게 되는 법이다.’ 했습니다.

또 하는 말이 ‘조서는 우리들이 도로 가지고 가는 것이 좋겠느냐, 당신 나라에서 모셔 두기를 청하겠느냐?’ 하기에, 신이 답변하기를 ‘대인(大人)께서 조정에서 우리 나라를 깊이 애호하여 특별히 조사(詔使)를 보내게 된 것이라고 하였는데, 이 조서는 우리 나라의 큰 보배이니 여기 두고 간다면 어찌 우리 소국이 빛나지 않겠느냐.’ 하니, 천사가 ‘전례가 있었는가?’ 하기에, 신이 ‘이전에도 역시 있었다.’고 대답하니, 천사가 ‘이는 사실 나라의 큰 보배이다. 우리들이 각로(閣老)120) 와 조서를 놓아둘 것인가에 대해 의논하여, 당신의 나라가 요청한다면 놓아 두라는 것으로 이미 아뢰어 윤허를 받고 왔다. 조서를 반포한 다음 우리들이 하처(下處)121) 로 가지고 돌아온 뒤에, 전하께서 친히 청하거나 또는 대신을 보내어 가져가는 것이 좋겠다. 그러나 만일 전하께서 친히 청하여 가져가게 된다면 온 나라에 크게 광채가 날 것이다.’고 했습니다.

신이 또 ‘의주를 고쳐서 써와야 하느냐?’ 하니, 천사가 ‘다른 사항은 다 옳지만 다만 오배(五拜) 삼고두(三叩頭)의 예는 고쳐 써야 한다.’고 하기에, 신이 또 ‘만일 의주를 고쳐서 써야 한다면 칙서(勅書)는 이미 우리 나라와는 관계 없는 것이 되니 칙서를 받는 의식에 관한 것도 마땅히 삭제해야 할 것이다.’ 하고, 또 ‘칙서를 대인께서 바로 하처로 보내고 싶다고 하였는데, 칙서를 보내는 절차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 하니, 사신이 ‘이는 칙서가 아니고 곧 상주(上奏)하여 준허(准許) 받은 등황(謄黃)122) 이다. 우리들이 거느리고 온 두목(頭目)을 시켜 태평관으로 보내겠다.’라고 하였습니다."

하니, 상이 일렀다.

"오배 삼고두의 예는 대신들의 의논이 불가하다고 했으니, 그것은 천사의 말 한 마디로 즉시 따르는 것은 고례(古禮)를 개정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천사의 말이 ‘이는 온 천하가 시행하는 예이므로 시행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니, 이제 다시 논란하지 말고 따르는 것이 옳겠다. 조서를 모셔 두게 하는 일은 이전에는 대신들을 시켜 모셔 두기를 청했지만 이번의 것은 특별히 이례적인 은덕을 보인 것이라고 하니, 내가 친히 모셔 두기를 청하고자 한다."


  • 【태백산사고본】 42책 84권 2장 B면【국편영인본】 18책 36면
  • 【분류】
    외교-명(明)

  • [註 113]
    영조(迎詔) : 조서 가지고 오는 사신을 맞이하는 것.
  • [註 114]
    오배(五拜) : 다섯 번 절을 하는 것.
  • [註 115]
    삼고두(三叩頭) : 세 번 머리를 조아리는 것.
  • [註 116]
    홍무(洪武) : 명 태조(明太祖)의 연호.
  • [註 117]
    영락(永樂) : 명 성조(明成祖)의 연호.
  • [註 118]
    경태(景泰) : 명 경제(明景帝)의 연호.
  • [註 119]
    성지(聖旨) : 명나라 황제의 분부를 말함.
  • [註 120]
    각로(閣老) : 재상의 별칭.
  • [註 121]
    하처(下處) : 머무르는 집.
  • [註 122]
    등황(謄黃) : 천자(天子)의 조서(詔書)를 뜻함. 천자의 조서가 내리면 해당 성(省)의 독무(督撫)가 누런 종이에 등서하여 소속 주현(州縣)에 반포한 데서 생긴 말. 《청회전사례(淸會典事例)》.

○問禮官任弼亨來復命, 引見于思政殿弼亨曰: "今月初三日, 臣見天使於黃海道 鳳山郡 劒水站, 儒生迎詔事, 以大臣議得意言之, 天使曰: ‘與中國同, 可謂好矣。’ 五拜之禮, 亦以議得及傳敎之意言之, 天使曰: ‘五拜三叩頭, 乃天下通行之禮。 觀察使, 則但經過, 故只躬身, 而王京則開詔矣, 何不行五拜禮乎? 爾國敬事朝廷, 所當奔走行之。 朝廷若問爾國行禮, 而不行五拜云, 則可謂盡禮乎? 每爲質正於朝廷者何事, 而欲不行此禮乎? 生太子頒詔, 卽是別禮, 而每引舊例, 不可也。 洪武永樂景泰之禮各異, 而皆在《大明會典》。 此天下通行之禮, 不可不行也。’ 臣曰: ‘大凡迎詔之禮, 摠言之也。 生太子迎詔, 豈別有新例乎? 殿下至誠事大, 凡事豈敢違詔使之言乎? 只以奉聖旨頒降儀註, 自古遵行, 而小邦擅改, 至爲未安故云耳。’ 天使曰: ‘朝廷深愛爾國, 別遣俺等, 則爾國所當聳動, 而不盡其禮可乎? 迎詔, 天下大事, 國王所當盡心, 而俺等强說而後, 行之可乎? 爾國任意爲之也。 心得其平, 則行禮亦得其平矣。’ 又曰: ‘詔書, 俺等當齎去乎? 爾國請留之乎?’ 臣答曰: ‘大人云: 「朝廷深愛我國, 別遣詔使。」, 而此詔爲鎭國之寶, 則留此而還, 豈不有光於小邦乎?’ 天使曰: ‘有前例乎?’ 臣答曰: ‘前亦有之。’ 天使曰: ‘此果鎭國之寶也。 俺等與閣老, 議其留詔與否, 而爾國請之, 則留之事, 已奏準而來矣。 詔書旣頒, 而俺等齎還下處後, 或殿下親請, 或遣大臣持去可也。 然若殿下親請持去, 則大有光於一國矣。’ 臣又曰: ‘儀註改書而來乎?’ 天使曰: ‘他事則皆是, 而獨五拜三叩頭之禮, 改書可也。’ 臣又曰: ‘若改書儀註, 則勑書旣不干我國矣。 受勑之儀, 亦當刪去可也。’ 臣又曰: ‘勑書, 大人欲直送下處云, 其送勑節次, 何以爲之?’ 天使曰: ‘此非勑書, 乃奏準謄黃也。 欲使俺等率來頭目, 送于大平館也。’" 上曰: "五拜三叩頭之禮, 大臣之議, 以爲不可。 以天使之一言, 而卽從之, 似改古禮也。 今天使曰: ‘此天下通行之禮, 不可不行。’ 云, 今不更難而從之可也。 留詔之事, 前則令大臣等請留矣, 今則別致異恩云, 予欲親自請留也。"


  • 【태백산사고본】 42책 84권 2장 B면【국편영인본】 18책 36면
  • 【분류】
    외교-명(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