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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종실록 83권, 중종 32년 2월 29일 무인 2번째기사 1537년 명 가정(嘉靖) 16년

문례관 임필형이 복명하여 천사의 거동을 아뢰다

문례관(問禮官) 임필형(任弼亨)이 복명하기를,

"천사의 말과 거동이 대체로 이상하여 헤아려 알 수 없습니다. 천사가 처음에 강을 건너와 막차(幕次)에 들었을 때 의주 목사(義州牧使) 장언량(張彦良)이 뵈러 들어가 재배하였으나 답례하지 않았고, 진연(進宴) 때에도 장언량이 뵈러 들어가 한참 서있었으나 천사가 앉도록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음식상을 바치려 하므로 장언량이 앉아야겠다고 생각하여 스스로 앉았더니, 천사가 ‘앉도록 허락하지 않았는데 고을의 관원이 스스로 앉는 것은 무엇 때문이냐.’고 하므로 장언량이 곧 일어섰는데 천사가 찬찬히 보더니 도로 앉도록 허락하였습니다. 술을 권할 때에도 장언량이 잇달아 석잔을 바쳤으나 천사가 다 앉아서 받고 잔을 돌려 권하지 않았으며, 뒤에 다시 술을 권할 때에도 잇달아 석 잔을 바쳤으나 또 잔을 돌려 권하지 않았습니다. 그 행동이 매우 거만하였으나, 원접사(遠接使)를 대접하는 예는 매우 공순하여, 읍(揖)하면 반드시 답읍하고 술을 권하면 반드시 일어서고 또 잔을 돌려 권하였으니, 그 예를 한 가지로 가리켜 말할 수 없습니다. 의주(義州)에 이르러서는 예가 끝나자, 정사가 곧 부사의 방에 갔다가 얼마 안 되어 돌아오고, 그리고 나서 부사가 뒤따라 정사의 방에 잠시 들어 갔다가 곧 나왔으며, 정사가 또 뒤따라 부사의 방에 가곤 하여, 오가는 것이 경솔하여 대인다운 거동이 전혀 없었습니다. 또 말이 자못 많은데, 말한 것에 대하여 미처 회답하지 못하면 통사(通事)를 불러 머리를 흔들고 손을 저으며 거듭 말하므로, 통사들도 다 전할 수 없어 ‘말이 몹시 번거로와서 상세히 전할 수 없다.’고 합니다. 가는 곳마다 잔치를 베푸는데, 음식이 잗단 것이라도 반드시 그 이름을 묻습니다. 관인을 보면 반드시 어떤 벼슬에 있느냐고 묻고, 문관을 보면 반드시 어느 해에 급제했으며 무슨 과(科) 몇 등, 몇 째로 입격(入格)했느냐고 묻습니다. 의주 영위사(義州迎慰使) 오결(吳潔)이 선사하는 물건의 단자를 정사에게 바쳤더니, 처음에는 ‘내일 오 대인(吳大人) 【부사.】 과 의논하여 하겠다.’고 하더니 그 뒤에는 또 ‘우리가 국왕을 못 뵈었는데 어떻게 이 물건을 받겠느냐.’ 하고, 부사는 ‘정사로부터 조처가 있을 것이다.’ 하였습니다. 두목(頭目)들이 조금이라도 거스르는 잘못이 있으면 반드시 용서하지 않고 매질하며 단속해서 다스리는 것이 매우 엄하므로, 두목 들이 많더라도 횡행하지 못합니다. 강을 건널 때에도 사람과 말이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잔치가 파한 뒤에는 정사와 부사가 반드시 의자를 끌어다가 탁자 【잔치 때에는 반드시 음식 탁자가 있다.】 밖에 나앉아 해당 관원을 시켜 탁자 위에 있는 잔치에 쓴 도구를 치운 뒤에야 각각 방으로 가서, 두목들이 함부로 집어가지 못하게 합니다. 천사가 길을 갈 때에 30리 사이에서 평교자(平轎子)를 타기도 하고 덮개가 있는 교자를 타기도 하며, 말을 타기도 하여 자주 바꾸었습니다. 정사는 밤에 반드시 글을 읽거나 글씨를 썼으며, 부사는 들어가 곧 잤습니다."

하니, 강현(姜顯)이 말하기를,

"전에는 천사가 오면 다 서울에 들어가 체류하겠다는 뜻을 말하였는데, 이번 천사는 말하지 않았소?"

하니, 임필형이 말하기를,

"이번 천사는 서울에 가서 체류하겠다는 뜻을 말하지 않았으나, 의주에 있을 때에 ‘조서를 받들고 가는데 어찌 한나절이라도 헛되이 길에서 머물겠는가.’ 하였습니다."

하였다. 강현이 말하기를,

"천사의 주례(酒禮)는 의주(儀註)와 같았소?"

하니, 임필형이 말하기를,

"대개 비슷하나, 잔을 들 때마다 서로 고(告)하고 술을 권할 때마다 두 사신이 반드시 자신이 먼저 두 잔이나 석 잔을 잇달아 마신 뒤에야 술을 권한 사람이 마시도록 허락하였는데, 이것이 의주와 같지 않았습니다."

하니, 강현이 말하기를,

"천사가 일로에서 여악을 썼소?"

하므로, 임필형이 말하기를,

"정주(定州)에 이으러 잔치할 때에 원접사가 여악을 쓰기를 청하니, 천사가 처음에는 쓰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으나, 다시 청하니 쓰는 것을 허락하였습니다. 여악이 들어오고 나서는 천사가 보고 즐겼으며, 두목들도 늘어서서 즐겨 보았는데 좋아하는 빛이 있는 듯하였습니다."

하였다. 강현이 말하기를,

"이번 천사는 놀러 다니며 구경하기를 좋아하는 듯합니다."

하니, 임필형이 말하기를,

"가는 곳마다 모든 산천의 이름을 써 달라고 요구하여 보고, 지나는 곳에 조금이라도 볼 만한 곳이 있으면 반드시 멈추어 구경하고 가니, 놀러 다니며 구경하기를 좋아하여서 하는 듯합니다."

하자, 상이 일렀다.

"의주 등에 관한 일은 대신에게 의논해야 하겠다."


  • 【태백산사고본】 42책 83권 65장 A면【국편영인본】 18책 33면
  • 【분류】
    외교-명(明)

○問禮官任弼亨復命曰: "天使言語擧動, 大抵異常, 不可測識矣。 天使初越江入幕次, 義州牧使張彦良入謁, 行再拜, 天使坐而不答。 進宴時, 彦良入謁, 立之良久, 而天使不許坐。 將進饌案, 彦良意謂當坐, 而乃自坐之, 天使曰: ‘不許坐而州官自坐, 何耶?’ 彦良卽起立, 天使熟視之, 卽還許坐。 至行酒時, 彦良連進三杯, 天使皆坐而受之, 不行回杯。 後復行酒, 又連進三杯, 又不回杯。 其體似甚倨慢, 而其所以待遠接使之禮, 則甚爲恭順, 揖必答揖, 行酒則必起立, 而又行回盃。 其禮亦不可指一言之也。 旣到義州, 行禮纔畢, 正使卽歸副使房, 未旣卽還。 旣而, 副使隨到正使房, 纔入卽出, 正使又隨到副使房。 往還輕率, 殊無大人儀度。 且其言語頗多, 其所言未及回答, 又招通事, 搖頭揮手, 重言複說。 通事等, 亦不得盡傳而曰: ‘其言太煩, 不堪詳傳也。’ 到處設宴, 凡饌品, 雖細碎之物, 必問其名, 見官人, 則必問其何等官耶? 若見文官, 則必問何年出身, 第幾等、第幾人入格乎? 義州迎慰使吳潔, 以人情物件單子, 進呈正使, 則初曰: ‘明日與吳大人 【副使也。】 議而爲之也。’ 其後又曰: ‘俺等不見國王, 何以受此物乎?’ 副使曰: ‘正使當有處置。’ 頭目等, 少有違忤之失, 必不恕而笞之, 撿治甚嚴, 故頭目雖多, 不得橫行, 越江時, 人馬亦不甚多。 宴罷後, 則正副使, 必挐椅出坐于卓面外, 【宴享時, 必有饌卓。】 令該官撤盡卓上宴具, 然後各就房, 不使頭目等, 放恣攫取也。 天使在路上三十里之間, 或乘平轎子, 或乘有居轎子, 或乘馬, 如此再三。 正使則夜必看書、或書寫, 副使則入卽臥睡。" 姜顯曰: "前時天使之來, 皆言其入京留連之意。 此天使不言之乎?" 弼亨曰: "此天使, 則不言其到京留連之意也。 但在義州時曰: ‘奉詔而行, 豈得半日浪留於路上乎?’" 曰: "天使酒禮, 與儀註同乎?" 弼亨曰: "大槪相似, 而但每杯必相告, 每行酒, 兩使必先自連飮二杯, 至三杯, 乃許飮行酒之人。 此與儀註之禮不同也。" 曰: "天使於一路, 用女樂乎?" 弼亨曰: "至定州宴享時, 遠接使請用女樂, 天使初不許用, 更請之, 乃許用也。 女樂旣入, 天使觀而樂之, 頭目等, 亦列立而耽觀, 似有慕悅之色。" 曰: "此天使似好遊觀之事也。" 弼亨曰: "到處凡山川之, 名皆求書而觀之, 所經之地, 小有可觀之處, 則必駐翫而行, 遊觀之事, 必好爲之也。" 上曰: "儀註等事, 可議于大臣也。"


  • 【태백산사고본】 42책 83권 65장 A면【국편영인본】 18책 33면
  • 【분류】
    외교-명(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