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헌 대사간 등이 불교가 흥함을 염려하여 상차하다
대사헌 유세린(柳世麟), 대사간 윤풍형(尹豊亨) 등이 상차하였다.
"윤만천의 일을 보고 처음에는 무지한 백성이 내지라 핑계하여 자기를 자랑하고 남에게 뽐내기만 한 것이므로 법으로 조치하여 뭇 사람들의 의혹을 풀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내지를 받은 것이라는 분부를 듣고는 놀랍고 염려되어 기가 꺾여서 마음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대저 이교(異敎)가 일어나는 것은 임금의 은택이 끊어진 뒤를 틈타서 오도(吾道)와 더불어 뿌리가 깊이 박히고 널리 퍼지는 것인데, 그러면 임금은 그 나라를 잃고 신하는 그 집을 잃어 뒷날의 참혹한 화를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옛 성현이 이를 범이나 승냥이, 독약처럼 보고 막고 물리치되 미치지 못할세라 염려하듯이 한 것은 참으로 이 때문입니다. 지금은 성상이 위에 계시어 밝은 공과 정일한 학문이 백왕(百王)보다 뛰어나시어 정도(正道)가 밝아지고 간사하고 더러운 것이 숨을 죽였습니다. 모든 신민이 성화(聖化)에 목욕하고 지치(至治)를 노래하여 모두가 성심(聖心)의 순일함을 받들었는데, 어찌 오늘날에 다시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 생각하였겠습니까. 어리석은 백성들은 아는 것이 없고 오랜 버릇에 젖어, 혹 10년 동안 부처를 받들면 풍년을 맞을 수 있다고도 하고, 정릉(貞陵)·원각사(圓覺寺)를 회복하면 태평을 가져올 수 있다고도 합니다. 중들이 거리를 마구 다니고 백성이 절을 찾아가며 향·떡·차·과일이 부처 앞의 탁자에 벌여 놓여 있고 번당(幡幢)078) 의 그림이 절에서 밝게 빛납니다. 재물을 다 없애어 백성에게는 한 끼의 저녁거리가 없는데 놀고 먹는 중에게는 앉아서 누리는 즐거움이 있는 것이 예전에 비하여 오늘날에는 더욱더 심합니다. 더구나 내지가 한 번 내려졌으니 어리석은 백성들이 더욱 의혹하지 않겠습니까. 이것이 그치지 않는다면 어찌 한때의 간쟁하는 자만이 직분을 다하지 못한 것이겠습니까. 사책(史冊)에 적혀 천년토록 씻지 못할 부끄러움을 남겨서, 즉위하신 30년 동안에 날로 진보한 공이 하루 아침에 떨어진 것입니다. 성념(聖念)이 여기에 미치면 어떻게 생각하시겠습니까? 엎드려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이제부터라도 지난날의 허물을 살피고 장래의 걱정거리를 끊으며, 뿌리를 뽑고 근원을 막아 덕을 밝히고 교화를 도타이 하여, 백성들의 의혹을 깨우치고 선비들의 마음을 위안하소서. 그러면 국가와 오도가 다행하겠습니다."
- 【태백산사고본】 42책 83권 58장 B면【국편영인본】 18책 29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사법(司法) / 사상-불교(佛敎) / 왕실-종친(宗親)
- [註 078]번당(幡幢) : 사사(社寺)에 세우는 기. 불가(佛家)에는 번과 당이 있는데, 번은 설법(說法) 등이 있을 때에 부처·보살의 덕을 나타내는 것으로 꼭대기에 종이·헝겊 따위를 가늘게 오려서 달아 불당(佛堂)에 장식하는 것이며, 당은 불화(佛畫)를 그려 절 문앞에 세우는 것이다.
伏見萬千供佛之事, 初意以爲, 小民無知, 托爲內旨, 欲以矜己誇人而已。 當究竟置法, 以解衆惑, 而及聞承內旨之敎, 駭惕沮喪, 罔知所以爲心。 夫異敎之生, 乘王澤旣斬之後, 與吾道爲竝, 植固波漫, 君而必喪其國, 臣而必喪其家, 流禍之慘, 有不可勝言。 古之聖賢, 視之如豺虎、毒藥, 辭而闢之, 猶恐不及者, 良以此也。 今者聖上在上, 緝熙之功, 精一之學, 高出百王, 正道昭明, 邪穢屛息。 臣民小大, 沐浴聖化, 歌詠至治, 咸戴聖心純一。 豈料今日, 復有是哉? 愚民無識, 狃於舊習, 或謂奉佛十年, 可獲豐稔, 或謂復貞陵、圓覺, 則可致太平。 緇徒橫行街里, 黔黎趨叩於寺刹。 香餠、茶果, 羅列於佛卓, 幡幢、繪畫, 炳耀梵宮。 殫財殫貨, 民無一夕之資, 游手游食, 僧有坐享之樂。 揆諸往時, 在今尤熾。 何況中旨一降, 愚民滋惑。 若此不已, 則豈惟一時諫諍者, 莫能爲之職歟? 書于史冊, 有千載不洩之羞, 而卽位三十年, 日躋之功, 一朝而墜矣。 聖念及此, 以爲何如? 伏願殿下, 繼自今, 省前日之愆, 絶將來之患。 拔本塞源, 明德敦化, 以啓民惑, 以慰士心, 則國家幸甚, 吾道幸甚。
- 【태백산사고본】 42책 83권 58장 B면【국편영인본】 18책 29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사법(司法) / 사상-불교(佛敎) / 왕실-종친(宗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