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항 등이 양제 간택에 이의를 제기하자 이를 삼공에게 의논케 하다
대사헌 허항과 대사간 성윤(成倫) 등이 아뢰기를,
"지난번 박씨(朴氏)가 기염을 부릴 때에 종처럼 아첨하고 성원(聲援)하던 자들이 외정(外庭)에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았으며 심지어 종척(宗戚) 중에도 서로 몰래 결탁하여 요술(妖術)을 몰래 가르쳐, 무고(巫蠱)를 하기도 하고 호혹(狐惑)을 부리기도 하는 등 못하는 짓이 없었습니다. 이들은 영춘군(永春君)과 남천군(南川君) 등의 아내를 괴수로 삼았기 때문에 작서(灼鼠)의 변이 일어나자 나라 사람들이 모두 ‘인척(姻戚)들뿐만 아니라 또한 영춘군 등의 집에서도 몰래 가르친 일이 많았다.’ 하였습니다. 일이 많은 때가 되어 천벌(天罰)은 모면하였지만 공론의 울분은 갈수록 더욱 격렬해지고 있습니다. 윤개(尹漑)는 영춘군의 사위로서 기회를 노리며 처가에 숨어 살면서 한 집의 일을 주장해서 모두 알고 있었으니, 공론이 용납하지 않는 것은 실로 이 때문입니다. 당초 양제(良娣)를 간택한다는 명이 내려지자마자, 그의 누이인 문성정(文城正)의 첩과 자기 딸을 바치려는 계획을 백방으로 도모하니, 사부(士夫)들은 더럽게 여겨 ‘가문(家門)의 죄가 관계되는 바가 크니 어찌 간택에 참여될 수 있겠는가.’ 하면서 비웃지 않는 자가 없습니다. 그러나 민간에서는 간택될 것이라는 소문이 떠돌았는데 과연 그렇게 되었으니, 누군들 놀라고 탄식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국가에서 정숙한 여자를 간택하여 세자를 섬기게 하려면 진실로 대대로 법이 있는 가문에서 간택해야 합니다. 어찌 요사(妖邪)한 가문에서 간택할 수 있겠습니까. 두 집 【영춘군(永春君)과 문성정(文城正).】 의 간사함을 합하여 간교한 자의 딸을 궁안에 들여놓으니 조정에 계책이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식자들은 한심하게 여기고 물론은 울분하고 있으니, 내리신 명을 속히 거두어 종사(宗社)를 편안하게 하소서."
하니, 양사에 답하기를,
"윤개의 딸이 양제에 합당하지 않다는 의논은 마땅하다. 당초에는 이러한 뜻을 전혀 몰랐고 간택하는 처녀 중에 당시 윤개가 문관으로서 당상(堂上)의 반열에 있어 용렬한 가문이 아닌 듯하므로 결정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결정하기 전이라면 의논할 것도 없지만 이는 이미 결정된 일인데 개정한 전례가 없으니 대신에게 의논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삼공을 불러 의논한 뒤에 결정해야겠다."
하고, 이어 정원에 전교하였다.
"윤개의 딸이 양제에 합당하지 않다는 일을 대간이 아뢰었다. 이는 미리 알지 못한 소치이다. 전일 최상(崔祥)의 딸은 결정하기 전에 아뢰었으므로 즉시 다른 곳으로 혼인하게 하였지만, 이번 일은 이미 결정하였으니 대신들과 의논하여 결정해야 한다. 그러므로 이제 삼공을 불렀으니 이런 내용으로 의논하라."
- 【태백산사고본】 41책 81권 61장 B면【국편영인본】 17책 658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왕실-비빈(妃嬪)
○大司憲許沆、大司諫成倫等啓曰: "頃在朴氏熾煽之時, 如奴諂事, 恢張聲援者, 外庭不可勝數, 而至於宗戚之中, 相與潛結暗締, 陰授妖術, 爲蠱爲狐, 無所不爲者, 以永春君、南川君等妻爲魁, 故及灼鼠之變發, 國人皆以爲非但姻黨, 亦永春等家, 陰敎爲多。 當時多事, 雖逭天誅, 公論鬱抑, 久而愈激。 尹漑以永春之壻, 狙伏妻家, 憑藉主張一家之事, 皆所與知。 公論不容, 實由於此。 當初加擇良娣, 命令纔下, 旋與其妹文城正之妾, 圖謀納女, 布置百端, 士夫唾鄙, 以爲門罪大關。 豈應與選? 莫不嗤笑, 閭閻傳譁, 謂爲當入, 到今果然。 孰不駭嘆? 國家加選良淑, 給事東宮, 固在於家世有法, 焉用妖邪之門乎? 合兩家之邪穢, 納蛇虺於房闈, 朝廷之計安在? 有識寒心, 人情憤鬱。 請速收成命, 以安宗社。" 答兩司曰: "尹漑之女, 不合良娣事, 所諭當矣。 但其初全不知此意, 而揀還處女中, 尹漑時在文官堂上之列, 非如迷劣人家門, 故定之爾。 然如其未定前, 則雖不議可也, 但此已定而改之, 無前例, 故不得已議于大臣。 今當命招三公, 議之而後發落也。" 仍傳于政院曰: "尹漑女子不合良娣事, 臺諫啓之。 此不預知所致也。 前者崔祥女子, 啓之於未定之前, 卽許婚矣, 此則議定, 不得已與大臣議而發落, 故今已命招三公。 其以此意議之。"
- 【태백산사고본】 41책 81권 61장 B면【국편영인본】 17책 658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왕실-비빈(妃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