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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종실록 79권, 중종 30년 1월 14일 을해 1번째기사 1535년 명 가정(嘉靖) 14년

죄인 홍섬이 자신의 실수를 상소로써 변명하니 이에 대해 전교하다

수인 홍섬이 상소하기를,

"신은 성품이 경박하여 예교(禮敎)를 지키지 못하고 언어가 거칠고 잗달아서 걸핏하면 뉘우치고 한탄합니다. 신이 이제 한 일을 보면 신은 참으로 소인입니다. 그러나 일이 그럴 듯하지만 사실은 반드시 그러하지는 않으며, 형적(形迹)은 밝히기 어려우나 정리(情理)는 가릴 수 있습니다. 생각하건대, 옛사람은 대악(大惡)에 있어서는 대의(大義)에 따라 친족을 멸하는 것도 의심 없이 하였습니다. 홍여의 대악이 불행히도 신의 가문중에서 나왔으므로 가문이 모두 부끄러운 마음을 품고 그 고기를 먹고자 하는데, 더구나 신은 팔촌인 먼 친척이므로 인정도 의리도 전혀 없으니, 신이 이 일 때문에 분을 품는다는 것은 정리로 보아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홍여의 죄를 정할 때에 신이 시종(侍從)으로 있었는데 통분하여 논계한 것이 사책(史策)에 실려 있습니다. 신이 비록 변변찮은 사람이나 어찌 대악을 위해 조금이라도 불쾌한 마음을 품을 리가 있겠습니까. 신은 젊어서 급제하여 청현을 두루 지내어 상의 은혜가 지극히 중하므로 만분의 일이라도 보답하고자 할 뿐, 무슨 다른 마음을 갖겠습니까. 신이 허항의 집에 가서 조리 없이 잡된 말을 한 것은 실로 술에 취하였기 때문이며, 취하지 않았다면 그런 실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대개 사람은 술에 취하면 성정(性情)이 어지러워져서 말이 조리가 없어집니다. 광릉(光陵)038) 께서 신숙주(申叔舟)와 대작(對酌)하시다가 많이 마시어 취하게 되었을 때에 신숙주의 말이 공손하지 않았는데, 내사(內史)를 보내어 과연 크게 취하였다는 것을 알고 죄주지 않으셨는데, 더구나 신이 말한 것이겠습니까. 취중에 한 말이라도 어세(語勢)가 혼란하여, 듣는 사람이 위협하여 동요시키려는 것으로 의심하는 일은 간혹 있으니, 이 때문에 죄를 받는다면 실로 마음에 달게 여기겠으나, 신이 대악의 먼 친척으로 분을 품었다 하여 마침내 신이 죄를 받게 된다면, 신은 진정 가슴이 창날에 찔리는 듯 아플 것입니다. 신이 홍여의 집을 멀리하여 끊은 뜻은 홍여의 일이 일어나서 면대하였을 때의 사필(史筆)을 상고하면 환희 알 수 있습니다. 신이 전에 ‘송순이 「글자의 획과 인물이 연숙(軟熟)한 것 같다.」고 하였는데, 송순도 나랏일에 있어서 직접 본 것을 숨겼으니, 정직하지 못하다.’ 하였습니다. 이 말을 정언(正言) 박충원(朴忠元)도 들었으니, 하문(下問)하시면 환희 알 수 있습니다. 신의 말이 거짓되지 않으니, 성감(聖鑑)은 환희 살피소서."

하니, 정원에 전교하였다.

"이제 홍섬의 상소를 보니 ‘그럴 듯하지만 사실 꼭 그러하지는 않으며, 형적은 밝히기 어려우나 정리를 가릴 수 있습니다.’ 하였다. 이제 홍섬을 추문(推問)하는 뜻은 홍여의 일로 늘 원망하고 분한 마음을 품었다가 허항의 집에 가서 사림에게 관계되는 말을 하였기 때문에 추문하는 것인데, 홍섬홍여의 일을 추문하는 것으로 생각하여 변명하고, 허항의 집에 가서 사림에 관계되는 말을 한 것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으니, 물은 것과 답한 것이 같지 않다. 형신(刑訊)을 가하는 것은 이미 윤허하였으니 이 뜻을 알아서 추문하라."


  • 【태백산사고본】 40책 79권 14장 B면【국편영인본】 17책 568면
  • 【분류】
    사법-치안(治安) / 변란-정변(政變)

○乙亥/囚人洪暹上疏曰:

臣稟性輕薄, 不遵禮敎, 言語冗雜, 動得悔吝。 以臣今所爲之事觀之, 如臣者, 誠小人也。 然事涉疑似, 而實未必然; 跡雖難明, 而情則可辨。 竊念古人於大惡, 以大義滅親而不疑。 洪礪大惡, 不幸出於臣族, 門族咸懷愧恥, 欲食其肉。 況臣以八寸疎族, 情義俱闕。 謂臣因此懷憤, 人情所不近。 當洪礪定罪之時, 臣在侍從, 痛憤論啓, 戴在史策。 臣雖無狀, 爲大惡, 而懷一毫不快, 寧有是理? 臣少登科第, 歷仕淸顯, 上恩至重, 欲報萬一, 有何他心? 臣到許沆家, 無理雜語, 實由醉酒。 若不醉酒, 必無是失。 凡人醉酒, 則性情錯亂, 言語乖戾。 光陵申叔舟對酌, 多飮而致醉, 言侵不遜。 遣內史, 果知大醉, 不之罪。 況臣所言, 雖發於醉酒, 語勢混淆, 人疑恐動, 理或然也。 以此受罪, 實所甘心, 謂臣以大惡遠族, 而懷憤, 遂成臣罪, 則臣實痛傷, 若受鋒刃。 臣之疎絶家之意, 考諸洪礪事發面對時史筆, 則可以悉燭。 臣嘗曰: "謂: ‘字畫人物, 同於軟熟。’ 亦當國事, 諱目覩之言, 不直矣。" 正言朴忠元, 聞臣此言, 下問則亦可悉燭。 擧此兩端, 足以易辨臣情。 臣言不誣, 聖鑑洞照。

傳于政院曰: "今觀洪暹上疏, 曰: ‘事涉疑似, 而實未必然; 跡雖難明, 而理則可辨。’ 今推之意, 以洪礪事, 常懷怨憤, 到許沆家, 發干涉士林之言, 而推之矣, 洪暹意其推洪礪之事, 而發明不答, 到許沆家, 觸士林之言, 問答辭意不同矣。 加刑則已允下矣, 曉此意而推之, 可也。


  • 【태백산사고본】 40책 79권 14장 B면【국편영인본】 17책 568면
  • 【분류】
    사법-치안(治安) / 변란-정변(政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