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상세검색 문자입력기
중종실록 78권, 중종 29년 11월 29일 신묘 2번째기사 1534년 명 가정(嘉靖) 13년

조덕수가 승정원에 나아가 아뢴 말이 앞뒤가 다르니 잡아가두도록 하다

승문원 정자 조덕수(趙德壽)가 부름에 따라 승정원에 나아가 아뢰기를,

"신은 성품이 본디 우직하여 사관(史官)은 들은 대로 직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정전(思政殿)에서 전책(殿策)의 과차(科次)321) 를 정할 때 김안로 【당시 시관이었다.】 가 월자책(月字策)을 보고서 ‘입론(入論)이 바르지 못하다.’하자 상께서 이를 듣고 내관(內官) 박기(朴杞)에게 명하여 그것을 뜯어 보게 했는데, 이는 바로 검열(檢閱) 나세찬이 지은 것이었습니다. 신은 곧바로 초책(草冊)에 ‘김안로가 입론이 바르지 못하다고 하였다.’고 적고, 또 ‘이는 검열 나세찬이 지은 것이다.’라고 적었습니다. 주서(注書) 송세형(宋世珩)이 어전에서 물러나와 신이 초책에 쓴 글을 보고서 또다시 그 초책에 적었는데, 그것을 신이 보니 ‘입론이 바르지 못하다.’고 한 시관의 성명을 빼버렸고, 또 세찬의 성명도 적지 않았습니다. 단지 소주(小註)에 ‘시관이 시권(試券) 하나를 읽고 「비록 가작(佳作)이긴 하나 취할 것이 못된다.」고 하였다.’라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신에게 ‘만일 김안로가 입계하였다면 당연히 그의 성명을 적어야겠지만 입계하지 않은 일을 반드시 김안로라고 적을 필요는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신의 우직스런 생각으로는, 송세형은 비록 일을 처리하는 데 능숙하지만 이 일을 기록하는 데 있어서 그 성명을 빼버렸으니, 국가가 만세토록 전해야 될 일을 이와같이 기록한 것은 신으로서는 항상 용심(用心)이 바르지 못해서라고 여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뒤에 벗들과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세찬의 대책의 사연에 대하여 위에서 시비를 명백하게 밝혀 보신다면, 조정에 방애되는 점이 매우 많을 것이다.’ 했습니다. 그러므로 세찬의 사건은 후세에 누구의 짓인지 환히 알게 해야 할 것인데 만일 상께서 이 일에 대하여 전교하지 않으셨는데도 사관이 그 성명을 기록하지 않는다면 뒷날 어떻게 그 시비를 알 수 있겠습니까. 비록 좌석을 같이하여 대면(對面)하는 사이라 하더라도 사람의 마음은 똑같지가 않습니다. 시행하는 일이 만약 바르지 못하다면 그 사람이 부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신이 들은 것은 단지 송세형김안로란 이름을 적을 필요가 없다고 한 말일 뿐입니다. 그리고 신이 본관(本館)으로 돌아갔을 때에 직필하는 일을 나무라거나 못하게 한 관원은 본래 있지 않았습니다.

다만 하관(下官)은 상관(上官)에게 초책을 보이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에 검열 이윤경(李潤慶)에게 초책을 보였습니다. 그랬더니 ‘기록한 것이 매우 타당하다.’ 하였고, 박붕린(朴鵬鱗)에게 초책을 보이니 ‘저술한 대책이 어찌 이와 같은가?’ 하였고, 나세찬에게 보여주며 ‘김안로가, 대책을 짓는 데 있어 입론이 바르지 못하다고 하였다.’ 하자, 세찬이 ‘다른 사람이 지은 것은 이와 같은 것이 없단 말인가? 이렇게 적을 수밖에 없었단 말인가?’라고 하였습니다. 그뒤에 신래(新來)들이 투자(投刺)할 일 때문에 세찬의 집에 갔더니 세찬이 들어오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신은, 이는 반드시 이 일에 대하여 말하고자 해서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답하기를 ‘한림(翰林)의 직책이란 사사로이 만날 수 없으니 공청(公廳)에서 만나는 것이 옳다.’고 하면서 들어가 만나지 않았습니다. 직필하는 것을 못하게 나무랐다는 말은 필시 세형김안로란 성명을 굳이 쓸 필요가 없다고 한 말일 것입니다. 또 세형은 처음 신의 초책을 보고 불평하는 기색이 있길래 신은 무슨 불쾌한 것이 있는 것 같다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 신에게, ‘김안로라고 굳이 쓸 필요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이제 조덕수(趙德壽)가 아뢴 것을 보니, 세형이 ‘입계(入啓)한 말이 아니면 기록할 필요가 없으며 비록 가작(佳作)이라고 하여도 족히 취할 것이 못된다.’고 한 말은 옳다. 세찬이 힐문할 때 반드시 그 곁에는 직서(直書)하는 것을 나무란 관원이 있었을 터인데 덕수가 오히려 비호하면서 엉뚱하게 대답하고 곧바로 계달하지 않았음을 대간과 시종들이 이미 아뢰었는데, 오늘 또다시 대간들이 아뢰었다. 만일 친히 문초할 때도 솔직히 진술하지 않는다면 조옥(詔獄)에서 추문하게 하여 다시 직필하는 것을 못하게 나무란 사람을 물을 것이니, 바른 대로 진술하라."

하였다. 덕수가 또 다시 아뢰기를,

"송세형은 신의 기록을 보고 불평하는 기색은 있었지만 이는 김안로의 성명을 적지 말라는 것일 따름이었습니다. 세찬면신(免新)322) 한 뒤 2∼3일 동안 그 밑에 있던 관원들은 모두 신래들이어서 연좌(連坐)된 사람이 없었으니, 그 곁에 어찌 직필하는 것을 나무랄 사람이 있겠습니까. 금지한 사람은 오직 송세형뿐입니다."

하니, 전교하였다.

"말의 앞뒤가 서로 다르다. 처음에는 ‘이윤경(李潤慶)은 「기록한 것이 매우 좋다.」고 했고 박붕린(朴鵬鱗)은 「대책을 어찌 이와 같이 짓는가.」 라고 하였다 하더니, 지금은 연좌됐던 사람이 없다고 하면서 동료들을 비호하여 바른대로 계달하지 않고 있다. 대간에서 아뢴 것과 앞뒤가 서로 다르게 아뢴 말의 연유에 대하여 전지를 받들라. 그리고 즉시 당직 낭관(當直郞官)을 불러들이고 덕수는 잡아가두라."


  • 【태백산사고본】 39책 78권 47장 A면【국편영인본】 17책 555면
  • 【분류】
    사법-탄핵(彈劾) / 사법-치안(治安) / 변란-정변(政變) / 인사-선발(選拔)

  • [註 321]
    과차(科次) : 과거에 급제한 사람의 성적 순위. 이상(二上)·이중(二中)·이하(二下)·삼상(三上)·삼중(三中)·삼하(三下)·차상(次上)·차중(次中)·차하(次下)의 9등으로 규정하고 이 가운데서 삼하 이상을 급제로 하였다.
  • [註 322]
    면신(免新) : 새로 관직에 나오는 관원이 재직(在職) 관원을 집으로 초청하여 음식을 대접하는 것. 면신례(免新禮) 또는 면신벌례(免新罰禮)라고도 한다.

○承文院正字趙德壽承招, 詣承政院啓曰: "臣性本愚直, 意以謂史官, 隨所聞直書, 乃於思政殿(殿)〔製〕 策科次時, 金安老 【時爲試官。】 見月字策曰: ‘立論不正。’ 上聞之, 命內官朴杞, 開封視之, 乃檢閱羅世纘所製也。 臣卽書于草冊曰: ‘曰立論不正。’ 又書曰: ‘檢閱羅世纘所製也。’ 注書宋世珩, 自御前而退, 見臣所書, 而又書其草冊。 臣見之, 則其以立論, 爲不正之試官, 沒其姓名, 世纘姓名, 亦不書。 但書小註曰: ‘試官讀一試券曰: 「雖佳作, 不足取也。’ 乃謂臣曰: ‘若入啓之事, 則當書姓名, 不啓之事, 不必書。’ 云。 臣愚直之意以謂, 世珩雖處事多能, 而至於書此事, 沒其姓名, 當國家流傳萬世之事, 如是書之, 於臣心, 常自謂用心不正。 後於朋友談話之間, 以謂世纘之策, 自上明燭是非, 有妨於朝廷者, 甚多云, 故世纘之事, 後世昭然知某之所爲。 若自上不傳敎, 史官沒其姓名, 後世安知其是非乎? 雖同席對面之間, 人心不一。 所爲之事, 若不正, 則其人之不正, 可知也。 臣之所聞, 只宋世珩不必書之言而已。 臣歸本館, 訶禁之員, 本無也。 但下官例示草冊于上官, 故示草冊于檢閱李潤慶則曰: ‘所書甚可。’ 示草冊于朴鵬鱗則曰: ‘製策何以如是耶?’ 示羅世纘而言曰: ‘金安老云: 「製策立論不正。」’ 世纘曰: ‘他人所作, 無如此者乎? 不得已如是書之乎?’ 其後以新來投刺事, 往世纘家, 世纘請入。 臣意必欲言此事, 乃答曰: ‘翰林不可私謁, 公廳可見。’ 仍不入見。 訶禁之言, 必是世珩不必書之言也。 且世珩初見臣草冊, 有不平之色。 臣心以謂有所不快。 已而謂臣曰: ‘不必書云。’" 傳曰: "今觀趙德壽所啓, 世珩所謂非啓之辭, 不必書。 雖佳作, 不足取也之言, 是矣。 世纘詰問之時, 必傍有訶禁之員, 而德壽庇護, 問東答西, 不直啓達。 臺諫、侍從已啓, 今日臺諫又啓。 若於親問時, 不直招, 則當推於詔獄, 更問訶禁之人, 直招之可也。" 德壽又啓曰: "宋世珩見臣所書, 有不平之色, 勿令書而已。 世纘免新後二三日, 其下員皆新來, 無連坐之人, 其傍豈有訶禁之人乎? 禁止者獨宋世珩而已。" 傳曰: "所言前後各異。 初則曰: ‘李潤慶云: 「所書甚可。」 朴鵬鱗曰: 「製策何以如是耶?」’ 今則無連坐之人。 庇護同僚, 不直啓達。 以臺諫所啓及前後各異辭緣, 捧傳旨, 卽招當直郞官, 捉囚德壽可也。"


  • 【태백산사고본】 39책 78권 47장 A면【국편영인본】 17책 555면
  • 【분류】
    사법-탄핵(彈劾) / 사법-치안(治安) / 변란-정변(政變) / 인사-선발(選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