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옥과 기강에 관해 논의하다
조강에 나아갔다. 영사 장순손이 아뢰기를,
"무릇 큰 죄에 대한 일은 반드시 하문한 뒤에 아뢰지만 작은 일은 바로 아뢸 수 있는 것입니다. 집에 있으면서 마음에 항상 탄식스러운 점이 있어 아뢰고 싶어도, 두려운 마음에 감히 아뢰지 못한 것이 있습니다. 살리기 좋아함은 성인(聖人)의 큰 덕이라 상께서도 늘 형옥(刑獄)에 잘못이 있을까 염려하셔야 됩니다. 유세창(柳世昌)은 나이 17세의 무식한 사람으로 자기가 범한 죄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있는데 모두 사죄에 해당시켰습니다. 대체로 차라리 죄진 자를 살려 주어 상법(常法)을 어기는 것은 그래로 무방한 것인데 상께서 이 뜻을 모르실까 하여 감히 아룁니다. 김구(金絿)와 박훈(朴薰)은 동시에 죄를 받았으나 상께서 이미 그들을 방면하셨습니다. 그런데 최산두(崔山斗)는 그 죄가 김구와 박훈 같지 않은데도 홀로 방면의 은혜를 입지 못하였으니, 이처럼 애매한 일이 없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김구와 박훈은 이미 다 방면하였는데 최산두만 방면하지 않은 일은 생각이 미치지 못한 것이다."
하였다. 순손이 아뢰기를,
"신은 정사룡이 문장에 능하고 또 하향(下鄕)할 뜻을 가졌으므로 아뢰었습니다. 소세양은, 문신 출신의 중국 사신이 나올 경우에 관반을 반드시 신중하게 가려야 하는데, 한 사람이 사고가 생기면 궁색한 처지에 이를까 하여 아뢰었던 것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정사룡은 논박받고 체직된 지 과연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만약 중국 사신이 나온다면 평소에는 버렸다가 일이 닥쳐서 서용하는 것도 옳지 않기 때문에 대신의 말을 옳게 여겨 서용한 것이다. 이제 동반에 서용하도록 명했지만 전조(銓曹)로 하여금 알아두게 한 것일 뿐, 일부러 자리를 비워서 서용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였다. 순손이 아뢰기를,
"평소에 반드시 그들을 흥기시켜야 합니다. 지난날 황필(黃㻶)이 ‘나 같은 사람은 가뭄의 나막신 같은 꼴이다.’ 했는데, 사람에게 한 가지 재능이라도 있으면 서용해야 됩니다. 이희보는 체직시키는 것이 온당하지 않다는 대간의 말이 타당하지만, 중국 사신은 반드시 한림원에서 선발되어 나올 것으로 원접사 혼자는 상대할 수 없고 반드시 여럿이 가서 조력해야 합니다. 희보가 제술(製述)은 특출하게 뛰어난지 모르겠으나, 고문(古文)을 많이 알아 지난날 부족한 일이 있을 때는 많이 조력했기 때문에 아뢴 것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이희보는 임지(任地)가 멀지 않고 또 중국 사신이 나오는 시기를 알 수가 없으니 임시해서 체직하여 부르게 하라."
하였다. 사간 이임(李任)이 아뢰기를,
"요즘 재변이 잇따랐는데 혜성(彗星)과 성운(星隕)은 예전에도 드물던 것입니다. 《춘추(春秋)》에 이변(異變)을 기록했는데 그 중에서도 별이 떨어지는 것을 가장 중하게 보았습니다. 옛일로 보면 별이 떨어질 때는 반드시 그 응험이 있었으니, 조정에 장차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겠습니다. 어찌 아무런 단서가 없이 이렇겠습니까. 환하게 밝은 데에서 허물이 있는가 반성해야 할 뿐 아니라, 또한 밤낮으로 깊은 궁궐 남모르는 곳에서도 과감하게 반성해야 합니다. 인심이 사납고 기강이 무너진 것이 쇠미한 시대라도 어찌 지금 같았던 때가 있었겠습니까. 아랫사람이 위를 능멸하고 국법을 업신여겨 심한 경우는 자제가 그 부형을 능멸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처벌받은 자는 범죄한 사실이 분명한데도 도리어 조정을 원수로 여기며, 조금만 탄핵이나 논박을 당하면 스스로 반성하지 않고 도리어 탄핵하고 논박한 사람을 원망합니다. 근래 계본을 보니 거자(擧子)가 입문관을 구타했다는데, 입문관은 시관(試官)이나 다를 것이 없는 사람입니다. 또 도둑이 1백여 년이나 전해 내려온 일영대(日影臺)429) 를 뜯어 훔쳐갔으니, 만약 조금이라도 국법이 있다면 어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습니까. 기강을 힘써 세우지 않는다면 나라가 나라꼴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하니, 상이 일렀다.
"요즘 재변이 잇따랐고 성변(星變)도 전에 없이 심하다. 비록 어떤 일에 대한 감응이라고 지적할 수는 없지만 어찌 까닭없이 발생했겠는가. 근래 사간원과 홍문관의 차자에서 말한 것이 타당하다."
- 【태백산사고본】 38책 76권 18장 B면【국편영인본】 17책 476면
- 【분류】과학-천기(天氣) / 왕실-경연(經筵) / 사법-행형(行刑) / 인사-임면(任免) / 풍속-풍속(風俗)
- [註 429]일영대(日影臺) : 해가 뜰 때와 해가 질 때의 그림자를 보아 동서(東西)를 판별하는 기구를 받치던 판.
○丁亥/御朝講。 領事張順孫曰: "凡大罪之事, 必下問後當啓, 小事則可啓, 而臣在家, 心當竊嘆, 欲啓而恐懼未敢者有之矣。 且好生, 聖人之大德, 自上每慮刑獄之間, 有誤事可矣。 柳世昌, 時十七歲無識之輩, 不自知其所以犯罪, 而皆抵極罪。 大抵寧失不經無妨, 恐上不知此意, 故敢啓之。 金絿、朴薰, 一時被罪, 而自上已放之, 崔山斗則其罪, 不至如金絿、朴薰, 而獨未蒙放, 無如此曖昧者矣。" 上曰: "金絿、朴薰則皆已放, 崔山斗獨未放事, 未及計矣。" 順孫曰: "臣以鄭士龍能文, 而有下鄕之意, 故啓之, 蘇世讓則文臣, 天使來, 則館伴必極擇, 一人有故, 則恐至於窘, 故啓之。" 上曰: "鄭士龍, 被論而遞, 果未久, 然若天使出來, 則常時棄之, 而臨事用之不可, 故以大臣之言, 爲是, 而用之。 雖已命敍東班, 使銓曹知之而已, 非必作闕敍之也。" 順孫曰: "常時必使之興起。 前者黃㻶有云: ‘如我則旱時之屐子。’ 人有一能, 則擧用可也。 李希輔則遞來未便, 臺諫之啓當矣, 然天使必選於翰林院以來, 遠接使不可獨當, 必多往助之。 希輔製述, 則雖未知其特出, 然多識古文, 前日有所不及, 亦多助之, 故啓之。" 上曰: "李希輔所在非遠, 且不知天使來期早晩, 臨時遞來亦可。" 司諫李任曰: "近來災變疊出, 彗星星隕, 前古所罕。 《春秋》記異, 星隕最大。 以古觀之, 星隕之時, 必有其應, 不知朝廷之間, 將有何事也。 豈無端而若是乎? 不惟省愆於顯明之地, 亦當日夜猛省於宮闕幽暗之中也。 人心暴戾, 紀綱陵夷, 雖在衰世, 安有如此之時? 下人陵上, 不有國法, 甚則爲子弟者, 亦陵其父兄。 至於受罪之人, 情犯昭著, 反以朝廷爲讎, 少遭彈論, 不自內顧, 反怨彈論之人。 近來見啓本, 以擧子打入門官。 入門官, 與試官無異矣。 盜竊百餘年, 相傳日影臺。 若少有國法, 則豈至若是乎? 不務於立紀綱, 則國非其國矣。" 上曰: "近來災變連出, 星變則前古所無。 雖不可指爲某事之應, 然豈虛生乎? 近來司諫院。 弘文館箚子, 所言至當。"
- 【태백산사고본】 38책 76권 18장 B면【국편영인본】 17책 476면
- 【분류】과학-천기(天氣) / 왕실-경연(經筵) / 사법-행형(行刑) / 인사-임면(任免) / 풍속-풍속(風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