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간이 흉모의 잔당과 연루자의 처벌을 아뢰다
대간이 아뢰었다.
"박씨의 흉모는 오로지 이미(李嵋) 때문에 생겨난 것입니다. 한 집안의 일인데 이미가 간여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상의 분부에 미는 간여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공론을 억제하셨지만, 그가 간여하지 않았는지의 여부를 위에서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당초에 미가, 어미가 총애받고 있다는 것을 믿고 교만 방자하여 동궁(東宮)에게 불경(不敬)스런 짓을 했다는 소문이 밖에까지 흘러 나왔었습니다. 모자(母子)의 흉모가 이미 그때부터 시작되어 작서의 변에서 드러났습니다. 오늘에 이르러서는 흉모만 다 드러났을 뿐이 아니라 죄인들의 공초(供招)에서도 매우 분명하게 드러났으니, 미가 몰랐을 리가 있겠습니까?
복주(伏誅)된 죄인들도 박씨만을 위해서 이런 흉모를 저질렀겠습니까. 박씨도 미가 없었다면 어떻게 엿볼 마음을 품을 수 있었겠습니까. 춘추법(春秋法)에도 수악(首惡)은 반드시 베어야 한다고 했으니 미가 천주(天誅)를 피할 수 있겠습니까?
근일의 변고는 과거의 사책에서도 못듣던 것으로, 조정의 사대부(士大夫)뿐만이 아니라 아래로 길 가는 무식한 사람에 이르기까지 이 사람을 듣고는 통분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이 없음은 물론, 눈물을 흘리기까지 합니다. 사람들의 마음이 이러하고 하늘에 계신 조종(祖宗)의 영혼도 보이지 않는 가운데서 큰 형벌 내릴 것을 생각하고 계실 것입니다. 하물며 정현 왕후(貞顯王后)께서는 직접 흉변(凶變)을 보셨고 의심없이 결단하셨으며, 이제 새로 하늘에 올라가시어 흉인들의 모의를 굽어보고 계십니다. 그런데 이토록 극악한 일이 발생하였으니 그 마음이 어떠하겠습니까. 성념(聖念)이 진실로 여기에 미치신다면 더욱 구차스레 적자(賊子)를 비호할 수 없는 것이요, 모름지기 대의로 결단하여 종묘 사직을 편안하게 해야 될 것입니다.
홍여(洪礪)는 자복하지 않고 죽었다고 하더라도 죄인들의 초사(招辭)에 모두 홍여를 상세히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그 흉모가 박씨와 미(嵋)에게서 나와 홍여에게서 이루어진 것이 틀림없습니다. 홍여는 스스로 틀림없이 죽을 줄 알고 아비와 할아비를 죄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장(杖)을 참으면서 자복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자복하지 않았다 해도 정상(情狀)이 이미 환히 드러났습니다. 그 아비 서주(敍疇)와 할아비 숙(淑)도 아울러 율(律)에 의거, 처결하소서.
그리고 박씨의 소출인 두 옹주(翁主)도 친자(親子)의 정을 끊고 폐서인(廢庶人)해야 하고, 광천위(光川尉) 김인경(金仁慶)도 아울러 외방으로 내쳐 흉악한 잔당들을 제거하소서. 박수림(朴秀林)·박인형(朴仁亨)·박인정(朴仁貞)은 모두 역적의 무리이니 아울러 먼 변방으로 유배시키소서. 권간(權奸) 이항(李沆)은 부귀를 길이 보전하기 위해 종처럼 박씨를 섬겼고 꼬리치며 비위맞추기 위해 못하는 짓이 없었습니다. 이 역시 역당(逆黨)의 괴수로서 독을 품고 해치려는 마음을 풀지 않고 은연중 다져가고 있습니다. 근래 인심이 안정되지 못하고 흉변이 계속 발생하는 것은 모두가 이들이 아직 생존해 있기 때문입니다. 속히 이들을 드러내어 주멸(誅滅)함으로써 위의(危疑)스러움을 진정시켜야 합니다.
나라에 큰 변이 발생하면 대신은 당연히 종묘 사직을 편안케 하는 데 급급하여 자신을 돌볼 겨를이 없이 힘써야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광필(鄭光弼)은 수상(首相)으로서 근래 면대(面對)가 있을 적에 빈청(賓廳)에 있으면서 병을 핑계하고 입대(入對)하지 않다가 위에서 강력하게 지시한 다음에야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왕법에 따라 미(嵋)가 복주(伏誅)케 되어서는 또 견성군(甄城君)의 일을 인용, 내용이 같지 않은 일을 같게 만들어 은밀히 대역(大逆)을 죄에서 벗어나게 함으로써 상의 뜻에 영합했습니다. 그의 마음 속에 품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겠습니다. 전고에 없었던 이런 변고를 당하여 혈기가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통분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이 없건만, 광필에게만 이런 마음이 없단 말입니까? 소위가 이런데 어떻게 정승(政丞)의 자리에 있을 수 있겠습니까. 속히 체직시키소서."
- 【태백산사고본】 37책 74권 65장 B면【국편영인본】 17책 431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사법-치안(治安) / 변란-정변(政變) / 인사-임면(任免)
○戊辰/臺諫啓曰: "朴氏凶謀, 專爲嵋而發。 一家之事, 豈可謂嵋不干預? 上敎以爲: ‘嵋不干預, 以抑公論。’ 其不干與否, 自上亦安得知之? 當初嵋恃母寵驕恣, 有不敬東宮之事, 流聞於外。 其母子之謀, 已兆於此時, 而著現於灼鼠, 及至今日。 非但凶謀畢露, 罪人所供, 亦甚昭昭, 嵋豈有不知之理? 伏誅罪人等, 豈只爲朴氏? 而造此凶謀, 朴氏若無嵋, 則亦安得生此覬覦之心? 春秋之法, 必誅首惡。 嵋豈得苟逭天誅? 近日之變, 前史所未聞。 非但朝中士大夫, 下至行路無知之人, 聞之莫不痛憤, 或至泣下。 群情如此, 祖宗在天之靈, 亦思丕刑於冥冥之中。 況貞顯王后親見兇變, 斷之不疑。 新陟在上, 俯視凶人之謀, 又至此極, 其何以爲心耶? 聖念倘及於此, 尤不可苟庇賊子。 須斷以大義, 以安宗社。 洪礪雖不服而死, 罪人等招辭, 皆引礪甚詳, 其謀出於朴與嵋, 而成於礪明矣。 礪自知必死, 欲脫其父及祖之罪, 忍杖不服。 雖云不服, 情狀著現, 其父叙疇, 祖淑, 竝依律處決。 朴氏所出兩翁主, 絶不爲親, 廢爲庶人, 光川尉 金仁慶, 竝黜于外, 以除凶孽。 朴秀林、朴仁亨、仁貞, 皆逆黨, 竝配遐裔。 權奸李沆, 欲長保富貴, 奴事朴氏, 狐媚苟合, 無所不至, 亦逆黨之魁, 毒螫之心, 潛畜未解。 近來人心之不定; 兇變之繼作, 皆由此等人尙存故也。 亟示顯誅, 以鎭危疑。 國有大變, 大臣當以安社稷爲急, 不暇願爲身謀。 鄭光弼以首相, 近於面對, 在賓廳, 託病不欲入對, 自上强之, 然後乃入。 及嵋之當伏王法, 又引甄城、靈山之事, 欲使其不同者, 而同之, 陰脫大逆, 迎合上意。 其中心所存, 不知其何如也。 値此前古所無之變, 凡有血氣者, 莫不痛憤, 光弼獨無此心乎? 所爲如此, 安可忝竊相位? 請速遞。"
- 【태백산사고본】 37책 74권 65장 B면【국편영인본】 17책 431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사법-치안(治安) / 변란-정변(政變) / 인사-임면(任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