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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종실록74권, 중종 28년 5월 24일 병인 2번째기사 1533년 명 가정(嘉靖) 12년

홍문관 부제학 권예 등이 복성군의 제거를 아뢰니 전교하다

홍문관 부제학 권예 등이 차자를 올리기를,

"의(義)가 있는 곳에서는 은애(恩愛)를 행할 수 없습니다. 성왕(聖王)은 사사로운 은애 때문에 천하의 공의(公義)를 해치지 않았으므로 난신 적자가 두려워했던 것입니다. 지금은 대역부도한 일이 적괴(賊魁)의 계모에 의해 발생, 종묘 사직의 변고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조정의 상하가 그저 고개를 수그린 채 묵묵히 앉아 그 욕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고도 나라에 사람이 있으니, 혈기(血氣)가 있는 사람이면 통분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이 없거든, 하물며 나라의 먼 장래를 걱정하는 사람이겠습니까?

상의 전교에 이미(李嵋)는 전후의 범죄에 간여한 바가 없었다고 하였습니다. 박씨가 지난날 후궁(後宮)으로 있을 적에 은혜를 믿고 교만 방자하여 인심(人心)을 끌어 모으고 권간(權奸)들과 결탁했습니다. 이것이 단지 총애를 오래도록 독점하기 위한 것뿐이었겠습니까? 그의 마음은 를 위해 기반을 구축하여 바라서는 안 될 것을 엿본 것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인(國人)이 둘로 갈라져서 은밀히 손을 마주잡고 시세를 살피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정해년224) 에 이르러 흉모가 발생했고, 그 역모의 정상을 성감(聖鑑) 앞에 숨길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권간들이 은밀히 법을 농락하여 천주(天誅)에서 벗어나게 했으므로, 분수에 벗어난 야망이 갈수록 점점 더 불어났습니다. 그리하여 심복이 된 주구(走狗)들이 내외(內外)에 잠복해 있으면서 다투어 사력(死力)을 다했으므로 종묘 사직이 위기에 직면했었습니다.

다행히 하늘이 역적의 마음을 꾀어 역모의 자취가 절로 드러남으로써 패몰되었고, 잔당(殘黨)들이 모두 죄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괴수는 죽음에서 벗어났으므로 간사함 무리들이 스스럼없이 붙좇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뒷날 미(嵋)를 위해 계교를 세운다면 반드시 오늘보다 더 참혹한 일이 벌어질 것입니다. 그때 가서 뉘우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대신(大臣)은 국가를 위하여 도모함에 있어 사직(社稷)을 편안히 하는 것을 급선무로 삼아 자기 몸은 돌볼 겨를이 없이 해야 되는 것입니다. 어제 옥사를 결단할 때 공론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서는 구차스럽게 종묘 사직의 대계를 위해서라고 하고, 전하가 를 법에 의거하여 처치하려 하지 않음을 헤아리고는 왜곡되게 순종하는 말을 하여 상의 뜻에 영합했습니다. 이렇게 머뭇거리며 이쪽과 저쪽의 눈치만 살피면서 전혀 가부(可否)가 없으니 전하께서는 누구와 나라를 다스리려고 하십니까? 추국(推鞫)하는 추관들도 옥사(獄辭)에 관련된 자들을 다시 끝까지 힐문하지 않고 갑자기 옥사를 결단함으로써 고의로 완만하게 했습니다. 신하들이 이러하니 종묘 사직을 어느 지경에 가져다 놓게 될지를 모르겠습니다. 통곡할 만한 일입니다. 삼가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위로는 조종(祖宗)께서 부탁하신 중책(重責)을 생각하시고 아래로는 신민(臣民)들의 통분한 심정을 따르시어, 사사로운 애정 때문에 대의를 폐기해서는 안 됩니다."

하니, 전교하였다.

"전에 있었던 작서의 변에는 박씨가 간여되었었다. 그러나 이번의 이 일은 간사한 무리들이 박씨에게 아부하려는 뜻에서 한 일이요 미(嵋)는 조금도 간여되지 않았다. 따라서 안치시키는 것은 엄중한 처벌이다. 박씨가 이미 세상을 떠났으니 빌붙을 데가 없어졌으므로 간사한 자들의 기대도 끊겼으니, 저절로 진정될 것이다."


  • 【태백산사고본】 37책 74권 63장 A면【국편영인본】 17책 430면
  • 【분류】
    정론-간쟁(諫諍) / 사법-치안(治安) / 변란-정변(政變)

○弘文館副提學權輗等上箚曰:

義之所在, 恩有不行。 聖王不以私恩, 害天下公義, 故亂臣賊子懼。 今者大逆不道, 出於賊魁之謀。 廟社之變, 一至於此, 而朝廷上下, 低回循默, 坐受其辱。 猶爲國有人乎? 枝附雖除, 禍根尙在, 凡有血氣者, 莫不痛憤。 況爲國長慮者乎? 上敎以爲: ‘未嘗干預前後之犯。 朴氏曩侍後庭, 怙恩驕煽, 收聚人心, 要結權奸, 豈但欲久專寵眷? 其造意, 不過以爲地。 覬覦非望, 故國人中分, 陰拱觀望。 至於丁亥凶謀、逆狀莫逃於聖鑑, 而權奸竊弄, 使逭天刑, 非分之望, 愈久愈滋, 腹心(瓜牙)〔爪牙〕 , 陰伏內外, 競效死力, 宗社之危, 僅如一髮。 幸天誘其衷, 逆迹自敗, 黨孽伏辜, 兇首連誅, 群邪、衆奸, 歸心自如, 異日爲計, 必有慘於今日者。 噬臍之悔, 寧可追乎? 大臣謀國, 以安社稷爲急, 不暇願其身, 昨日斷獄之際, 知公論之不可遏, 則苟曰宗社之計, 度殿下不欲置於法, 則曲爲順辭, 以迎上旨, 依違兩端, 一無可否。 殿下誰與爲國? 推鞫之官, 獄辭所逮, 不復究詰, 倉卒讞決, 故緩後獄。 有臣如此, 不知置宗社於何地。 可爲痛哭。 伏願殿下, 上念祖宗付托之重, 下循臣民憤惋之情, 不以小忍, 廢大義。

傳曰: "前有灼鼠者, 朴氏干預也, 今爲此事者, 姦類阿附於朴氏之意也。 無一預, 而安置極矣。 朴氏已去, 無所附托, 人心絶望, 自當鎭靜也。"


  • 【태백산사고본】 37책 74권 63장 A면【국편영인본】 17책 430면
  • 【분류】
    정론-간쟁(諫諍) / 사법-치안(治安) / 변란-정변(政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