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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종실록 74권, 중종 28년 4월 2일 갑술 1번째기사 1533년 명 가정(嘉靖) 12년

헌부가 사면의 문제점을 간원이 황여헌의 탄핵을 아뢰니 전교하다

헌부가 아뢰기를,

"폐조 때 폐단을 일으킨 사람의 범죄가 비록 무겁더라도 오랜 세월이 지났기 때문에 죄를 씻어주는 것은 그런 대로 가하다 할 수 있습니다. 진석중(秦石中)·이구두금(李仇豆金)·김수명(金壽命)·김옥동(金玉同) 등은 【몰래 왜인(倭人)에게 금(金)을 준 자임.】 죄를 입은 지 오래되지 않았는데 모두 양이(量移)하는 은전을 입었습니다. 그때 대간이 여러날 논계하였는데 이제 아주 방환(放還)시켰으니 악을 징계하는 뜻이 없습니다. 방환시키지 마소서."

하고, 간원은 아뢰기를,

"전(前) 울산 군수(蔚山郡守) 황여헌(黃汝獻)은 재임할 때 거리낌없이 탐학한 짓을 하여 관고(官庫)를 텅 비게 했을 뿐만이 아닙니다. 수령으로서 본군 사람인 노비를 많이 사들였고 또 향인(鄕人) 및 재인(才人)·백정(白丁)들을 데려다가 본가에 숨겨두고 은밀히 사역을 시켰습니다. 또 민간의 큰 소를 등록하게 한 다음 동향(同鄕)의 친구에게 준다고 핑계하여 공공연하게 관가(官價)로 억매(抑買)하여 주었다가 그후 체직하여 돌아올 때 술책을 써서 그 소를 도로 빼앗았는데, 부정(釜鼎)과 잡물도 이렇게 한 예가 아주 많습니다.

또 수령으로 있을 때 자기의 시골집을 지을 적에는 태봉(胎峯)과 고향 사람의 분묘(墳墓)에 있는 소나무를 꺼림없이 모조리 베었고, 부임하여 있는 고을의 공장(工匠)을 마치 공해(公廨)를 지을 때처럼 많이 부렸습니다. 또 술책으로 농어민(農漁民)의 전답을 빼앗은 것이 얼마인지 모릅니다. 관에 있을 때와 시골에 있을 때 모두 백성을 해쳤으니 추구하여 통렬히 다스리소서."

하니, 헌부에 답하기를,

"이 사람들은 모두 공신이다. 당초에 ‘만약 공으로 죄를 감한다면 유배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죄가 무겁기 때문에 공으로 감할 수 없다.’ 하기에 유배한 것이다. 그 후에 그들의 상언(上言)에 의하여 양이하였고 이제 또 대신들이 의논하여 놓아주었으므로 윤허하지 않는다."

하고, 간원에 답하였다.

"황여헌의 일은 아뢴 대로 하라."

사신은 논한다. 황여헌이 장오죄(贓汚罪)를 범한 것은 마땅히 무거운 법으로 처단해야 한다. 요직에 있는 자가 뇌물을 받고 법을 굽혀 신구(伸救)해서 큰 죄를 면하게 하고 단지 이산(理山)으로 귀양만 보냈으므로 여론이 분하게 여겼다. 황여헌은 젊어서 문과에 올랐고 또 문묵(文墨)의 기예가 있어 사가 독서(賜暇讀書)에 뽑혔고, 시종으로 출입하였으므로 사람들 모두가 추앙(推仰)하였다. 그런데 곧이어 소행이 이러하니, 기예란 취할 만한 것이 못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위인이 탐독(貪黷)하고 부끄러움이 없어서 이욕을 보면 마치 미치광이나 무지막지한 사람처럼 전혀 수치를 몰랐으며, 성품마저 괴휼(詭譎)스러워서 사람들이 그 속을 헤아릴 수가 없었다.


  • 【태백산사고본】 37책 74권 15장 A면【국편영인본】 17책 406면
  • 【분류】
    사법-행형(行刑) / 사법-탄핵(彈劾) / 외교-왜(倭)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역사-편사(編史)

○甲戌/憲府啓曰: "廢朝時作弊之人, 罪犯雖重, 累歷年紀, 蕩滌猶可言也, 秦石中李仇豆金金壽命金玉同等, 【潛囑倭人納金者也。】 被罪不多年, 皆蒙量移之恩。 其時臺諫累日論啓, 今也永被放還, 殊無懲惡之意, 請勿放。" 諫院啓曰: "前蔚山郡守黃汝獻, 在任時, 貪饕無忌, 非徒使官庫一空, 以守令多買本郡人奴婢, 又潛誘鄕人及才人、白丁, 接置本家, 潛隱役使, 又籍錄民間大牛, 托贈同鄕相交之人, 公然以官價抑買, 而給之, 及其遞來也, 以術還奪其牛, 如釜鼎雜物, 類此頗多。 且以守令造鄕家時, 赭盡胎峯及鄕人墳墓松木, 無所忌憚, 多役本郡工匠, 如營公廨。 又以術漁奪民田, 不知紀極。 在官在鄕, 俱害於民, 請推考痛治。" 答府曰: "此人等皆功臣。 當初若功減, 則不至於流, 而以其罪重, 不可功減云, 故流之耳。 其後因其上言, 而量移之, 今又與大臣議而放之, 故不允。" 答院曰: "黃汝獻事, 依啓。"

【史臣曰: "汝獻罪犯贓汚, 宜置重典, 納賂安者, 撓去伸救, 獲免大罪, 只竄理山, 物論憤之。 汝獻少登文科, 且多文墨之技, 被選賜暇書堂, 出入侍從, 人皆雅重。 未幾所行如此, 才技之不足取, 亦可知矣。 爲人貪黷無恥, 臨其利欲, 如狂如癡, 恬莫羞恥。 性且詭譎, 人莫敢測。"】


  • 【태백산사고본】 37책 74권 15장 A면【국편영인본】 17책 406면
  • 【분류】
    사법-행형(行刑) / 사법-탄핵(彈劾) / 외교-왜(倭)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역사-편사(編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