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이 무방하다는 말이 퍼진 것 때문에 대사헌 김극성 등이 사직하였으나 윤허하지 않다
대사헌 김극성(金克成) 등이 아뢰기를,
"대저 임금의 말과 거동은 낱낱이 사관(史官)이 써서 사방에서 본받고 후세에 교훈을 끼치니, 신들이 ‘인리(人吏)는 때려죽여도 무방하다.’는 전교를 들었다면 곧 분부가 잘못된 것을 먼저 간쟁(諫諍)해야 할 것인데, 어찌 한갓 성상소(城上所)를 시켜 예사로 아뢰고 말았겠습니까? 참으로 그런 분부를 듣지 못하였기에 곧 아뢰지 않았습니다. 오늘 예궐(詣闕)하여 사관(史官)에게 물어 비로소 지난 4일에 사헌부의 성상소가 일을 아뢴 뒤에 곧 정원에 전교하시기를 ‘인리는 때려죽여도 무방하다는 것은 위에서 전한 분부가 아니다.’ 하였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신들이 용렬하여 상께서 이런 분부가 계셨는데도 여러 날 동안 듣지 못하였으니, 이것은 참으로 신들이 직무를 잘하지 못한 수치이므로 재직(在職)하기 미안합니다."
하고, 성상소 김연(金緣)이 홀로 아뢰기를,
"때려 죽여도 무방하다는 말이 상께서 분부하신 것이 아니면 신이 본디 아뢰지 않아야 할 것이거니와, 신뿐이 아니라 사간원(司諫院)의 성상소도 곁에서 신이 아뢴 말을 함께 들었습니다. 다만 신이 요즈음 감기를 앓아서 소리가 나오지 않으므로 말을 아뢸 즈음에 분명하지 못하여 승지와 사관이 잘못 듣고 잘못 아뢰게 만들었으니 이것도 신의 죄인데다가, 더구나 대간은 승지·사관과 시비를 다투어 가리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재직할 수 없으니 신의 벼슬을 가소서."
하니, 전교하기를,
"내 생각으로는 내가 말한 것이 아닌데도 지평 김연이 운운한 것이 있다면 헌부가 반드시 와서 아뢸 것인데, 이제 3∼4일이 되어도 그러지 않았으므로 어제 불러서 물었다. 어제 아뢴 것을 보니, 다시 가감할 말이 없으면 사중(司中)에서 다시 의논을 모으지 않고 성상소가 홀로 아뢴다 하였다. 사중에서는 간여하지 않았으니 사직하지 말라."
하고, 이어서 김연에게 전교하였다.
"과연 내가 말한 것이 아니라면 성상소가 어떻게 아뢰었겠는가? 네가 아뢴 것이 아니라면 승지와 사관이 잘못 아뢰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승지와 사관은 이미 추고하라고 명하였다. 사직하지 말라."
- 【태백산사고본】 32책 64권 57장 A면【국편영인본】 17책 94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왕실-국왕(國王) / 정론-정론(政論) / 역사-편사(編史)
○甲辰/大司憲金克成等啓曰: "大抵人君一言一動, 史官書之, 取則於四方, 垂訓於來世。 臣等若聞人吏打殺無妨之傳敎, 則卽當失, 爭所敎之失, 豈徒令城上所例, 啓而止乎? 實未聞此敎, 故不卽啓之矣。 今日詣闕, 問諸史官, 始聞去初四日府城上所啓事。 後卽傳于政院曰: ‘人吏打殺無妨, 非自上所傳之敎。’ 臣等庸劣, 上有此敎, 而累日未聞。 此實臣等不職所致, 在職未安。" 城上所金緣獨啓曰: 打殺無妨之誤, 非上所敎, 則臣固不當啓也。 非徒臣也, 司諫院城上所亦在傍, 與聞臣所啓之辭矣。 但臣近患寒疾, 聲音不出。 啓辭之際, 未能分明, 以致承旨、史官誤聞而謬啓。 此亦臣之罪也。 況臺諫不宜與承旨、史官, 爭辨其是非。 不可在職, 請遞臣職。" 傳曰: "予意以爲, 非予之所言, 而持平金緣有所云云, 則憲府必來啓也。 今至三四日, 猶不爾也, 故昨日召問之耳。 及見昨日所啓, 更無加減之辭, 則司中更不完議, 而城上所獨啓云; 司中則不干, 其勿辭。" 仍傳于金緣曰: "果非予之所言, 則城上所, 何以啓之乎? 爾之所不啓, 則必承旨、史官誤聞而誤啓也。 以此承旨、史官, 已命推之。 勿辭。"
- 【태백산사고본】 32책 64권 57장 A면【국편영인본】 17책 9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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