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헌부가 경복궁의 수리에 대해 아뢰다
헌부가 아뢰기를,
"듣건대 경복궁을 수리하라고 명하셨다 합니다. 그 궁궐은 바로 법궁(法宮)이니 당연히 수리해야 합니다. 그러나 근래 해마다 큰 흉년이 들었는데 더구나 금년은 가을 가뭄에 곡식이 타서 손상되어 백성들이 밥을 먹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만일 간단히 보수할 곳이라면 모르지만, 경회루(慶會樓) 못가의 퇴락한 곳 같은 데는 많은 군인을 사역시켜야 합니다. 이들에게 돌을 떠다가 수리하게 해야 한다면, 지금은 그 시기가 아닌가 합니다. 또 비현합(丕顯閤)은 선왕조에서 창건한 것이니 보수는 할 수 있겠지만 그 제도를 고쳐서는 안 됩니다."
하니, 전교하였다.
"경복궁을 수리하는 일은 그곳이 법궁이기 때문에 나중에는 환어(還御)하여야 할 곳이므로 궁궐이 비었을 때에 수리하게 하는 것이다. 경회루는 중국 사신과 객인(客人)들을 접견하는 곳인데 퇴락한 곳이 매우 많다. 무진년204) 에 중국 사신이 왔기 때문에 얼음이 얼었을 적에 급급히 수리한 탓으로 곧바로 퇴락하였다. 지금 궁궐이 비었고 날씨 또한 따스하다. 이제 수리하지 않으면 점점 퇴락해서 공력(功力)이 반드시 많이 들 것이므로 수리하게 한 것이다. 이 일은 위에서 전교하지 않더라도 해당 관청에서 스스로 조치해서 수리하여야 할 일이다 비현합은 평상시 야대(夜對)하는 곳인데 너무 협착하기 때문에 시종(侍從)들이 가까스로 들어가 앉을 수 있다. 이래서 그안을 넓히려 함이요 특별히 고쳐 지으려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지금 대간(臺諫)이 폐해가 있고 또 그 시기가 아니라 하여 수리하지 말기를 청하니, 모두 아뢴 대로 하도록 하라. 그러나 잠깐이면 수리할 곳이면 정지할 수 없다."
- 【태백산사고본】 30책 59권 26장 B면【국편영인본】 16책 584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건설-건축(建築) / 왕실-종사(宗社) / 농업-농작(農作)
- [註 204]무진년 : 1508 중종 3년.
○憲府啓曰: "聞, 景福宮命爲修理。 彼闕乃法宮, 所當修理, 然近來連歲凶荒, 況今秋旱, 禾穀焦傷, 民將不得粒食。 若暫爲修補處則已, 至於慶會樓池邊頹落處, 多役軍人, 使之浮石而修理則恐非其時。 且丕顯閤乃先王朝所創, 但可修補, 不可改其制度也。" 傳曰: 景福宮修理事, 彼乃法宮, 終當還御, 故令空闕時修理耳。 慶會樓則天使及客人接見處, 而頹圮甚多。 在戊辰年, 因天使之來, 氷凍時, 急急修理。 以此, 旋卽頹落。 今當空闕, 而日氣且暖。 今若不修理, 漸爲頹落, 功力必多, 故令修理耳。 此則自上雖不敎之, 該司自當措置, 而修理之事也。 丕顯閤則常時夜對, 以其狹窄, 故侍從僅得容坐。 以此, 欲廣其內, 非欲各別改造也。 今者, 臺諫以有弊, 而非其時, 請勿修理, 竝依啓可也。 然暫爲修理處則不可停也。"
- 【태백산사고본】 30책 59권 26장 B면【국편영인본】 16책 584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건설-건축(建築) / 왕실-종사(宗社) / 농업-농작(農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