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이 세자에 대한 양법 사건의 관련자로 경빈을 지목하여 대신들에게 알려주다
자전이 이유청 등에게 전교하기를,
"동궁(東宮)에 있었던 요괴로운 짓과 경복궁(景福宮)침실(寢室)에 쥐를 버린 일을 듣고 내가 매우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래서 즉시 추문하려고 했으나 즉시 추문하지 않은 것은 조정에서 추문하기를 청하였다는 말을 듣고 죄인을 가려낼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었다. 지금 듣건대 여러날 추국했어도 가려내지 못했다고 하니 내 마음이 매우 편치 못해서 말하는 것이다."
하고, 이어 언문(諺文)115) 으로 의심스러운 사상(事狀)을 써서 하시(下示)하기를,
"동궁에 매달려 있던 쥐에 대해서는 전일 세자궁(世子宮) 시녀들의 초사(招辭)와 같다. 3월 1일 경복궁 침실에 버려져 있던 쥐에 대해서는 별로 의심이 가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경빈(敬嬪)이 오랫동안 혼자 앉아 있었고 그의 계집종 범덕(凡德)은 뜰 밑을 두번이나 왕래하였다. 계집종이 왕래한 일에 대해서 경빈이 스스로 변명하기 위해 ‘나의 계집종이 두 번이나 뜰 밑을 왕래했지만 어찌 그가 쥐를 여기에다 버렸겠는가?’ 했고, 계집종이 왕래한 일은 바로 경빈이 스스로 한 말이었다. 쥐를 보았을 때도 경빈 혼자 있었으니 다른 사람이 여기에다 버렸다면 경빈이 의당 보았어야 했다. 그 쥐가 꾸물거릴 때 상께서 나와서 보고 ‘이 쥐를 집어다 버리라.’ 하자, 시녀가 즉시 치마로 싸서 내다 버렸다. 그때 경빈이 갑자기 ‘그 쥐는 상서롭지 못하다.’ 했다. 달리는 의심할 만한 사람이 없고 그 사상(事狀)은 이와 같다. 그러나 이는 작은 일이 아니라서 갑자기 말할 수 없는 것이기에 어렵게 여겨 감히 발설하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 경빈이 ‘사람들이 모두 나를 의심한다.’ 하면서 욕지거리를 하고 있다. 지난 3월 28일 신시(申時)116) 에 경빈의 딸 혜순 옹주(惠順翁主)의 계집종들이 인형(人形)을 만들어 놓고 참형(斬刑)에 처하는 형상을 하면서 ‘수레가 몇 대나 왔는가? 쥐 지진 일을 발설한 사람은 이렇게 죽이겠다.’ 하고, 이어 온갖 욕설을 했는가 하면 저주(咀呪)하느라고 매우 떠들썩했다고 한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그들을 추문했더니 자복(自服)하는 사람도 있었고 자복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술법을 하는 사람을 궁중에 머물게 하는 것은 온편치 못하기 때문에 대궐 밖으로 쫓아내고 다 추문하지 않았다. 그리고 전일 추문한 바 은이(銀伊)와 내관(內官)의 일은 전혀 이 일에 관계되지 않았고 궁중 사람들도 모두 그들의 애매함을 알고 있다. 따라서 근일 결정한 공사(公事)가 매우 지당한 것으로, 지금 다시 추문하는 것은 매우 애매하다. 경빈의 계집종 3인을 즉시 추문할 일로 이미 상께 아뢰었다."
하매, 이유청 등이 회계(回啓)하기를,
"전교(傳敎)하신 뜻이 이와 같으니 이는 종묘 사직의 대계(大計)를 염려해서 지시하신 것입니다. 신 등은 감동스럽기 그지없습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9책 58권 48장 A면【국편영인본】 16책 564면
- 【분류】사법-치안(治安) / 왕실-종친(宗親)
○慈殿傳于李惟淸等曰: "東宮妖術之事及景福宮寢室棄鼠之事, 予聞而驚愕。 卽欲推之, 而不卽推之者, 聞朝廷之請推, 意謂推出也。 今聞, 累日推詰而未得云, 於予心深有未安, 故言之耳。" 仍以諺文, 書其可疑之狀, 而下示曰:
東宮所懸之鼠, 則與前日世子宮侍女等招辭相同, 而三月初一日, 景福宮寢室所置之鼠, 則別無他人, 而敬嬪良久獨在, 其婢凡德, 於階下往來者二度, 而其往來之事, 敬嬪欲自發明, 而乃言曰: ‘吾婢於階下, 雖兩度往來, 然豈吾婢持去而置之乎?’ 其婢子往來之事, 乃敬嬪所自言, 而見鼠之時, 亦敬嬪獨在, 若有他人持而置之, 則敬嬪所可見也。 當其鼠運行之時, 上出而見之, 命取此鼠而棄之。 侍女卽裹鼠出去之時, 敬嬪遽言曰: ‘其鼠不祥矣。’ 他無可疑之人, 而其事狀如此。 但不小之事, 不可卒言, 故難之而未敢發耳。 今者敬嬪以爲: ‘衆人皆以我爲疑。’ 云, 而罵叱之。 去三月二十八日申時, 其女子惠順翁主婢子等假作人形, 爲斬刑之狀曰: ‘車, 幾兩來乎? 欲以發說灼鼠之人, 如此殺之。’ 仍多般叱罵, 有所詛祝, 而甚爲喧囂。 予聞而推其人, 則或有服招者; 或有不服者。 以此爲術之人, 留在宮中未便, 故黜送而未盡推耳。 且前日所推銀伊及內官之事, 全不干於此事, 宮中人皆知其曖昧。 近日所定公事, 甚當, 今若更推則至爲曖昧矣。 且敬嬪婢三人, 其卽推之事, 已啓于上矣。
惟淸等回啓曰: "傳敎之意如此。 此念宗社大計, 而指示也, 臣等不勝感動。"
- 【태백산사고본】 29책 58권 48장 A면【국편영인본】 16책 564면
- 【분류】사법-치안(治安) / 왕실-종친(宗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