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강관 임권이 육조 당상의 출근 감독의 중지와 수원 부사를 파직시킬 것을 청하다
석강에 나아갔다. 시강관(侍講官) 임권(任權)이 아뢰기를,
"지금 육조 당상(六曺堂上)의 출근 여부를 의정부로 하여금 규찰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는 경대부(卿大夫)를 대우하는 도리에 있어 잗단 일인 것 같습니다. 당상관(堂上官)은 예부터 공좌부(公座簿)227) 가 없었는데, 하물며 육경(六卿)이야 말해 뭐하겠습니까? 육경은 삼공의 다음으로 스스로 마음을 가다듬어 직무에 이바지해야 하는 것이니 따로 법을 세워 규찰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이 말이 지당하다. 육경은 삼공의 다음이므로 스스로 각자의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만일 태만한 경우가 있으면 정부에서 총괄해서 다스릴 뿐이다. 따라서 이렇게 대우하는 것은 사체에 편치 못한 일이다. 그러나 이미 대신과 의논해서 이 법령을 만든 것이다."
하매, 임권이 아뢰기를,
"육경이 된 자가 어찌 아무런 생각이 없겠습니까? 스스로 태만한 마음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만약 나랏일에 마음을 다하지 않는다면 절로 물론이 있게 되는 것입니다."
하고, 또 아뢰기를,
"수원(水原) 사람이 아들로서 부모를 죽이고 손자로서 조부모를 죽였으니 이는 인륜의 큰 변괴로 온 나라가 경악할 일입니다. 즉각 형전(刑典)을 시행해서 사방에 돌려 보여야 합니다. 전에는 이런 큰 변괴가 아니라도 반드시 읍호(邑號)를 강등시켜 현(縣)으로 만들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단지 군(郡)으로 강등시키고 백성도 다른 데로 떼어붙이지 않았는가 하면, 김창(金琩)도 그대로 유임(留任)시켰습니다. 대저 교화의 근본은 조정에 있는 것으로 김창으로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이렇게 극악한 큰 변이 자신의 치하(治下)에서 발생했으니 어떻게 뻔뻔스럽게 직에 있을 수 있겠습니까? 지난 일을 헤아려 보건대 파출시키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대신과 이조(吏曹)에서 수원은 큰 고을이고 또 이 사람이 합당하다고 했기 때문에 그대로 유임시킨 것이다. 읍호를 강등시키는 것은 현이나 군이나 뭐가 다른가?"
하매, 전경(典經) 허항(許沆)이 아뢰기를,
"대저 경내(境內)에 도적(盜賊)이 발생해도 반드시 읍재(邑宰)를 죄주는 법인데, 하물며 인륜의 큰 변이 자기의 치하에서 발생했는데야 말할 필요가 뭐 있겠습니까? 따라서 어찌 책임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 그대로 유임시키는 것은 온당치 못한 일입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9책 57권 29장 B면【국편영인본】 16책 522면
- 【분류】윤리-강상(綱常) / 왕실-경연(經筵) / 사법-법제(法制)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인사-임면(任免)
- [註 227]공좌부(公座簿) : 출근부(出勤簿).
○壬子朔/御夕講。 侍講官任權曰: "今六曹堂上坐不坐, 令議政府檢察, 其待卿大夫, 恐或煩瑣也。 堂上官古無公座簿, 況六卿, 亞於三公, 自當策勵供職, 不必別立法, 檢察也。" 上曰: "此言至當。 六卿, 三公之副, 自當各修其職。 如有緩怠, 則政府摠治而已。 待之如此, 事體則非便。 然已議諸大臣, 而有此令矣。" 任權曰: "爲六卿者, 豈無計慮? 自當無怠忽之心。 若不盡力國事, 則自有物論。 且曰水原人以子而殺父母; 以孫而殺祖父母, 人倫大變, 國家驚愕。 卽示典刑, 至於傳示四方。 但前者, 雖不至如此大變, 必降邑號爲縣(監), 而今乃只降爲郡, 民亦不割屬, 仍任金琩, 大抵, 敎化之本, 在於朝廷。 雖非金琩之所能爲, 如此極惡大變, 出於治下, 安敢靦然在職? 揆諸往事, 罷黜亦當。" 上曰: "大臣及吏曹, 以水原爲大邑, 此人可當, 故仍任之耳。 降號則縣與郡何異?" 典經許沆曰: "大抵, 境內雖盜賊竊發, 必罪其邑倅。 況人倫大變出於治下, 豈無其責? 仍任則未便。"
- 【태백산사고본】 29책 57권 29장 B면【국편영인본】 16책 522면
- 【분류】윤리-강상(綱常) / 왕실-경연(經筵) / 사법-법제(法制)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인사-임면(任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