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환·조옥곤 등이 재해와 이변과 무사의 양성에 대해 아뢰다
석강에 나아갔다. 참찬관 이환(李芄)이 아뢰기를,
"요사이 재변이 겹쳐 일어나고 있습니다. 평안도에는 여역(癘疫)과 해의 변괴가 있었고, 함경도에는 눈이 쌓이고 바다가 넘쳤고 제주(濟州)에서는 세찬 바람으로 험한 파도가 일고 겨울에 뇌성하였는가 하면 개가 요사스럽게 새끼를 낳기도 하였는데 이것이 모두 일시에 생겼으니, 반드시 그 반응이 있을 것입니다. 양계(兩界)에서는 피인(彼人)들을 구축(驅逐)한 이후에 또 왕산적하(王山赤下)를 죄주었으니 반드시 변방 사단이 있을 것 같은 데 아직 없습니다. 이는 조정(朝廷)이 당당하기 때문에 감히 사단을 만들지 못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함경도는 바다가 넘치고 눈이 쌓이는 재변을 만나 죽은 자가 1백 30여 명이나 되고, 눈 속에 파묻힌 자는 얼마인지를 모릅니다. 국가에서 비록 민중들을 옮겨 변방을 채우기는 합니다. 그러나 토병(土兵)하나가 부방병 1백명에 해당되는데 죽은 사람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변방의 수비가 허술해질 것이 염려스럽습니다. 지금 무반(武班)의 반열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도 변방의 수령(守令)될 만한 자가 없으니, 만약 사변이 있을 경우 차서를 뛰어넘어 갑자기 승진시킨다면 어떻게 진압할 수 있겠습니까? 평소에 미리 양성해 두는 것이 더없이 다행한 일입니다.
요사이 무사(武士) 중에 쓸만한 사람들이 흔히 어버이 때문에 내지(內地) 수령에 제수되는데, 노쇠하게 된다면 어디다 쓰겠습니까? 옛적에는 선전관(宣傳官)들이 더러는 육진(六鎭)695) 의 부사(府使)로 나가기도 하고, 내금위(內禁衛)가 더러는 양계(兩界)의 수령으로 나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내금위는 도리어 옛적의 별시위(別侍衛)만도 못하고 지금의 선전관들은 도리어 내금위만도 못하며, 또한 무인(武人)으로서 활쏘기 익히기를 업(業)으로 하는 자가 있음을 볼 수 없으니 진실로 한심스럽습니다. 만일 전조(銓曹)가 특별히 무재 있는 사람을 임용한다면 반드시 업(業)을 연마하게 될 것입니다"
하고, 특진관 조옥곤(趙玉崐)은 아뢰기를,
"국가에서 사람을 임용할 적에는 반드시 시험해본 다음에야 그의 현명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니, 마땅히 해조(該曹)로 하여금 미리 나이 젊은 무신들을 뽑아 혹은 도총부(都摠府)와 훈련원(訓鍊院)에 임용하고 혹은 육진(六鎭)의 판관(判官)에 임용하여 반드시 현명 여부를 시험하도록 하되, 그 중에 현명한 사람을 거두어 물망(物望)을 키워서 임용한다면, 사졸들이 또한 장차 장수가 될 것을 알아차리고 두려워서 복종하게 될 것입니다."
하고, 특진관 유담년(柳聃年)은 아뢰기를,
"오랑캐들을 구축(驅逐)한 뒤에 또한 왕산적하(王山赤下)를 죽였는데, 부형(父兄)의 원한을 갚으려 하는 것은 사람의 상정(常情)인 법이어서, 피인(彼人)들의 변이 마땅히 조석간에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전일에 홍숙(洪淑)이 병조 판서 때 뽑은 무재가 임용할 만한 사람은 이미 다 임용했으니, 이번에 또한 마땅히 무사들을 뽑아 물망을 키워 위급할 때에 대비해야 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요사이 재해와 이변이 매우 많은데, 재변은 까닭없이 생기지 않는 법이니 마땅히 경계하고 두려워해야 한다. 무사의 재질이 장수될 만한 사람은 마땅히 뽑아 미리부터 물망을 키워야 한다."
하매, 이환이 아뢰기를,
"변방의 만호(萬戶)와 권관(權管)을 모두 가려서 맡길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만일 출신(出身)인 사람을 차임(差任)하여 보낸다면, 반드시 장래를 생각하여 감히 불법한 짓을 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8책 56권 16장 A면【국편영인본】 16책 482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군사-군정(軍政)
- [註 695]육진(六鎭) : 우리 나라 최북단(最北端)인 함경도의 경원(慶源)·온성(穩城)·종성(鍾城)·회령(會寧)·부령(富寧)·경흥(慶興)의 여섯 고을에 설치한 국방의 요새(要塞).
○戊午/御夕講。 參贊官李芄曰: "近來災變疊臻, 平安道有癘疫、日變, 咸鏡道雪積、海盪, 濟州風波、冬雷, 犬産有妖, 皆出於一時, 必有其應。 兩界自驅逐後, 又罪王山赤下, 必有邊事, 而尙無焉。 抑以朝廷堂堂, 故不敢搆釁耶? 咸鏡道遭海雪之災, 死者一百三十餘人, 而其陷於雪中者, 不知其幾何也。 國家雖徙民實邊, 然土兵一當百, 而物故至此, 邊備踈虞可慮。 方今在武班之列, 亦無可爲邊地守令者, 脫有事變, 越次驟陞, 豈能鎭壓哉? 平時預養幸甚。 近者武士可用者, 多爲親除內地守令, 及其衰老, 何所用之? 古者, 宣傳官或出爲六鎭府使; 內禁衛或出爲兩界郡守, 而今之內禁衛, 反不如古之別侍衛; 今之宣傳官, 反不如古之內禁衛, 又未見武人有習射、肄業者, 良可寒心也。 銓曹若特用有才者, 則必鍊其業矣。" 特進官趙玉崐曰: "國家用人, 必試之然後, 可知其賢否也。 當令該曹, 預抄年少武臣, 或用於都摠府、訓錬院; 或用於六鎭判官, 必試其賢否, 收其賢者, 養望而任之, 則士卒亦知其將爲將帥, 而畏服矣。" 特進官柳聃年曰: "驅逐之後, 又殺王山赤下。 欲報父兄之怨者, 人之常情, 彼人之變, 朝夕當起。 前者, 洪淑爲兵曹判書時, 抄武才可用者, 今已盡用, 今亦當抄武士養望, 以備緩急。" 上曰: "近者, 災異甚多。 變不虛生, 所當戒懼。 武士之才堪將帥者當抄, 預養其望。" 芄曰: "邊方萬戶、權管, 雖不可盡擇, 然若以出身者差遣, 則必計前程, 而不敢爲不法矣。"
- 【태백산사고본】 28책 56권 16장 A면【국편영인본】 16책 482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군사-군정(軍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