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춘문에 익명서가 매인 화살이 꽂히다
좌승지 유여림(兪汝霖) 등이 아뢰기를,
"건춘문(建春門)의 수문장(守門將) 전헌경(全憲卿)이 와서 고하기를 ‘화살에다 글발을 매어 쏜 것이 건춘문 벽 위에 꽂혔다.’ 했습니다. 이는 반드시 익명서(匿名書)여서 전파해서는 안되고 마땅히 즉각 소각해야 하는데, 다만 대궐 문에다 쏜 것이기 때문에 아룁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이는 반드시 익명서로, 과연 간사한 사람이 전일에 대간(臺諫)을 공동(恐動)하려한 자처럼 한 짓이다. 다만 지난날 젊은 무리들이 용사(用事)341) 할 때에는 대궐 뜰에 화살을 쏜 자가 있었는데, 그때 역시 대내(大內)에 들여오도록 하여 보았었다. 그 익명서를 들어 공사(公事)를 만들 것은 없다. 그러나 내관(內官)과 사관(史官)이 가서 가져오도록 하여 아뢰라."
하였고, 유여림 등 전원이 의계(議啓)하기를,
"신 등이 입계(入啓)한 것은 대궐 문에다 쏜 것이기 때문입니다. 법이 전파할 수 없게 되었으니, 즉시 그곳에서 소각함이 어떠하리까?"
하니, 전교하기를,
"그가 위에서 장차 그 익명서를 보게 될 것이라 여겨 쏜 것이니, 아뢰는 말이 진실로 지당하다. 내관과 사관이 건춘문으로 가서 즉각 가져다 소각하도록 하라."
하였고, 정원이 아뢰기를,
"건춘문의 요령장(搖鈴將)과 군사들이 금단(禁斷)하지 못했으니, 추고(推考)하기 바랍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간사한 사람이 틈을 노리다 쏜 것이어서, 사세가 알아차리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일이 뒷날의 폐단과 관계 있는 것이니 추고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7책 54권 68장 A면【국편영인본】 16책 439면
- 【분류】사법-치안(治安)
- [註 341]용사(用事) : 권력을 멋대로 부리는 것.
○庚辰/左承旨兪汝霖等啓曰: "建春門守門將全憲卿來告云: ‘有矢繫書射着于建春門壁上。’此必匿名書, 不可傳播, 當卽燒毁也。 但以其射闕門之事, 故啓之。" 傳曰: "此必匿名書。 果奸人, 如前日恐動臺諫者之所爲也。 但前於年少輩用事時, 有以矢射于闕庭者。 其時亦令入內而見之, 不可據其書, 爲公事也。 然其令內官, 及史官往取而啓。" 汝霖等僉議啓曰: "臣等入啓者, 爲射闕門故也。 法不得傳播, 卽於其處燒毁何如?" 傳曰: "彼謂自上將見其書, 而射之, 啓之固當。 其令內官及史官, 往建春門, 卽取而焚之。" 政院啓曰: "建春門搖鈴將及軍士等不能禁之, 請推。" 傳曰: "奸人乘隙而射, 勢難知之。 然事關後弊, 其推之。"
- 【태백산사고본】 27책 54권 68장 A면【국편영인본】 16책 439면
- 【분류】사법-치안(治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