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부가 정세준 등의 체직을 청하다. 숙용 김씨의 온천행을 금하다
헌부가 이영준(李英俊)의 일을 아뢰고, 또 아뢰기를,
"정세준(鄭世俊)은 전에 한성 판관(漢城判官)으로 있던 것을 상주 판관(尙州判官)으로 옮겼으나, 이 고을은 한길 가에 있는 번극(煩劇)한 곳이기 때문에 부임하지 않으려고 전임(前任)의 해유(解由)453) 를 내어 주지 않은 것을 핑계삼아 가지 않았는데, 이제 도로 한성 판관을 제수하는 것은 매우 옳지 않습니다. 대저 근일 수령에 제수된 자가 그 고을이 잔폐(殘弊)하거나 원도(遠道)이거나 번극하면 다들 회피하려고 꾀하는 것이 버릇이 되었으므로 징계하지 않을 수 없으니, 파직하여 뒷사람을 징계하고서. 또 금천 현감(衿川縣監) 권연(權戀)은 혼망(昏妄)하여 치사(治事)하지 못할 뿐더러 때때로 나가되 국고(國庫)를 봉서(封署)454) 하지 않으므로 관저(官儲)가 모두 비어 고을이 장차 폐기되려 하니, 가소서."
하고 간원이 박호겸(朴好謙)의 일을 아뢰고, 또 아뢰기를,
"숙용(淑容) 김씨(金氏) 【성종의 후궁이다.】 가 온정(溫井)에서 목욕하는 일로 충청도에 내려가려 합니다. 조종조부터 선왕의 후궁 중에 어찌 병을 고친 사람이 없겠습니까마는, 멀리 외방(外方)에 나간 예가 없으니, 참으로 여염에 출입하기를 어렵게 여긴 것입니다. 조종조에 없던 일이니 짐작하여 하소서."
하니, 전교하기를,
"이영준은 아뢴 대로 윤허한다. 나머지는 윤허하지 않는다. 숙용 김씨가 목욕하는 일은 그 아들 무산군(茂山君)이 상언(上言)하여 청하였고, 또 김씨의 병은 기거를 못한 지 이제 이미 오랬는데 온갖 약이 효험이 없다는 말을 들었으므로 허가하였으나, 나도 선왕의 후궁이 나다니는 것을 온편치 못하게 생각한다. 무산군을 명초(命招)하여 ‘목욕하는 일은 대간이 그 부당함을 아뢰었고, 이제 과연 농사철인데 왕자군(王子君)이 선왕의 후궁을 모시고 왕래하는 것은 옳지 않은 데가 있으며 경중(京中)에서라도 오목수(五木水)455) 와 벽해수(碧海水)456) 의 목욕을 하면 병을 고칠 수 있으니, 내려가지 말라.’고 이르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6책 51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16책 320면
- 【분류】과학-지학(地學) / 정론-간쟁(諫諍) / 인사-임면(任免) / 인물(人物)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왕실-궁관(宮官)
- [註 453]해유(解由) : 관물(官物) 관리에 하자가 없어 그 책임을 해제하는 문서. 전곡(錢穀)과 그 밖의 물품을 출납하는 책임이 있는 관원이 교체될 때에는 후임자에게 관계 문서를 작성하여 인계하며 이것을 호조(戶曹)에 신보(申報)하고, 호조는 이상이 없으면 이조(吏曹)·병조(兵曹)에 통보하는데, 이 때에 해유라는 문서를 쓴다. 해유가 없으면 실직(實職)에 천보(遷補)되지 못한다.
- [註 454]
봉서(封署) : 봉함하고 서압(署押)함.- [註 455]
오목수(五木水) : 괴(槐)·유(柳)·도(桃)·상(桑)·저(楮) 등 다섯 가지 나무를 달인 물. 저를 곡(穀)으로 하는 설도 있다.- [註 456]
벽해수(碧海水) : 바닷물. 짠물.○憲府啓李英俊事, 又啓: "鄭世俊前以漢城判官, 遷尙州判官。 以此邑, 乃路傍煩劇之地, 謀欲不赴, 不出前任解由, 托此爲辭, 而不歸, 今乃還除漢城判官, 甚爲不可。 大抵, 近日除守令者, 或殘弊、或遠道、或煩劇、則皆謀避成習, 不可不懲, 請罷之, 以懲其後。 且衿川縣監權戀, 非徒昏妄, 不能治事。 時或出歸, 不封署國庫, 官儲一空, 邑將廢棄, 請罷之。" 諫院啓朴好謙事, 又啓? 淑容 金氏 【成宗後宮。】 以沐浴溫井事, 將下歸于忠淸道。 自祖宗朝, 先王後宮, 豈無治病之人? 然無有遠歸外方之例, 誠以出入閭閻爲難也。 祖宗朝所無之事, 請斟酌爲之。" 傳曰: "李英俊依允, 餘不允, 淑容 金氏沐浴事, 其子茂山君上言請之。 又聞, 金氏之病, 不得起居, 今已久矣, 而百藥無效, 故許之矣。 予意, 亦以先王後宮出行, 爲未便矣。" 命招茂山君諭之曰: "沐浴事, 臺諫啓其不當, 而今果農時, 王子君陪先王後宮往來, 有不可。 雖在京中, 若爲五木水及碧海水沐浴, 則可以療病, 其勿下去。"
- 【태백산사고본】 26책 51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16책 320면
- 【분류】과학-지학(地學) / 정론-간쟁(諫諍) / 인사-임면(任免) / 인물(人物)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왕실-궁관(宮官)
- [註 4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