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간이 정원의 파직과 이조의 당상·문학 김진조 등의 체직을 청하다
대간이 아뢰기를,
"정원(政院)은 후설(喉舌)의 지위에 있으므로 형상(刑賞)에는 마음대로 간여할 수 없는데, 접때 홍실(洪實)의 죄안(罪案)을 이미 조정(朝廷)과 함께 의결하였는데도 정원이 마음대로 개율(改律)341) 을 청하였으니 이것은 매우 옳지 않습니다. 전일 무사(武士)의 정시(庭試)342) 때에 급분(給分)343) 하기도 하고 직부(直赴)하게도 하였으므로 은수(恩數)가 이미 지나쳤는데, 정원이 도리어 급분은 쓸모 없다고 아뢰어 함부로 상주는 폐단을 열었으니, 형상의 큰 권병(權柄)을 어찌 이렇게 간여할 수 있습니까? 이 버릇이 자라면 뒷폐단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니, 다 파직하여 뒷사람을 경계하소서.
사죄(私罪)344) 를 범하여 작산(作散)345) 하면 2년을 지내야 서용(敍用)하는 것은 나라의 법전에 실려 있으므로 변동하여 고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접때 병조 좌랑(兵曹佐郞) 조종경(趙宗敬)이 궐직(闕直)하였기 때문에 죄에 걸려 파직된 지 두세 달을 넘지 않았고 서용하라는 명도 없는데 이조(吏曹)가 마음대로 저희 요관(僚官)에 주의(注擬)하였으며, 상께서 힐문하신 때에 곧 대죄(待罪)하지 않고 말을 굽혀서 꿰맞추어 저희가 그른 줄 알면서도 그대로 수행하였습니다. 이조는 권세가 중한 곳이고 전선(銓選)은 한결같이 공정하게 해야 할 터인데, 근자에는 법을 요동하는 폐단이 많이 있으니 매우 옳지 않습니다. 당상(堂上)과 낭관(郞官)을 본부(本府)346) 가 바야흐로 추문(推問)하니, 먼저 체차(遞差)347) 하소서.
양양 부사(襄陽府使) 김사결(金事結)은 당참 예물(堂參例物)을 빙자하여 사장(私裝)을 많이 장만하였으므로 본부가 바야흐로 추문합니다마는, 이 일은 반드시 그 서리(胥吏)와 사간(事干)348) 을 추문해야 하겠으니, 그 직임에 있게 하고서 추문할 수 없습니다. 가소서.
대저 논박받아서 체차된 것은 다른 예(例)와 같은 것이 아닌데, 전 대사헌(大司憲) 성운(成雲)은 예조 참판(禮曹參判)이 되고 전 지평(持平) 박수량(朴守良)은 병조 정랑(兵曹正郞)이 되고 전 정언(正言) 김희열(金希說)은 좌랑(佐郞)이 되고 전 헌납(獻納) 김진조(金振祖)는 문학(文學)이 되었습니다. 이것은 까닭없이 천전(遷轉)된 것일지라도 이보다 더할 수 없게 한 것이므로 이조가 주의(注擬)를 잘못한 것을 본부가 바야흐로 추문하니, 다 개정(改正)하소서. 또 문학 김진조는 다른 직임이라면 괜찮겠으나 보양(輔養)의 직임349) 에는 합당하지 않습니다. 대저 근자에는 동궁(東宮)의 요속(僚屬)을 전혀 삼가 가리지 않으니 이것이 매우 옳지 않습니다. 김진조를 가소서."
하니, 전교하기를,
"홍실의 일은, 계복(啓覆) 때에 오살 과실살(誤殺過失殺)350) 로 조율한 것을 좌우가 다 의심스럽게 여겨서 의논하였으므로, 정원이 율명(律名)이 의심스럽다 하여 다시 의논하기를 계청(啓請)한 것이다. 다만 이 일을 즉시 아뢰었다면 괜찮았을 것인데, 이미 물러가서 아뢰었으므로 옳지 않은 듯하나, 어찌 마음대로 간여하였다고 할 수 있겠는가? 무사의 급분에 있어서 5획(畫)351) 은 기사(騎射)352) 에서 한 번 맞힌 획수(畫數)이므로 바로 가려지니, 유자(儒者)의 급분과 같지 않다. 역시 마음대로 간여한 것이 아니니 파직하는 것은 지나치다. 이조가 사죄로 작산하고 서용하라는 명이 없는데도 주의한 것을 위에서 힐문하니, 회계(回啓)하기를 ‘이조·병조의 낭관은 반드시 다 가려서 차출해야 하나 감당할 만한 사람이 없으므로 어쩔 수 없이 의망(擬望)하였다.’ 하였고, 또 낭관의 천망(薦望)은 낭관이 하고 당상은 간여하지 않으나, 당상이 간여하지 않더라도 그 잘못된 것대로 따라서는 안 될 것이다. 다만 부(府)353) 가 바야흐로 추문하니 반드시 먼저 갈 것 없다. 김사결은 당참 예물이 이미 그른데, 더구나 사장을 장만한 것이랴? 다만 지금 바야흐로 농사철이므로 수령(守令)을 체차하면 민사(民事)에 방해되거니와, 추문하여 정상을 알아내고 나서 죄주어도 늦지 않은데, 어찌 반드시 갈아야 하겠는가? 대간의 일은 이조가 그것이 좌천의 예가 아니기 때문에 준직(準職)354) 으로 주의하였으나, 당직(當職)을 제수(除授)하기도 하고 강직(降職)을 제수하기도 하였는데 어찌 반드시 개정해야 하겠는가? 김진조는 대간이 된 지 오래지 않아서 갈렸으니, 이번에 논박받은 것이 어찌 그에게 관계된 것이겠는가? 더구나 전에 대간이 되었는데 어찌 문학이 될 수 없겠는가?"
하매, 다시 아뢰었으나 윤허하지 않았다.
- 【태백산사고본】 26책 51권 3장 B면【국편영인본】 16책 313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인사-임면(任免) / 인사-관리(管理) / 사법-재판(裁判)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註 341]개율(改律) : 여기서는 법률을 고친다는 뜻이 아니라, 다시 조율(照律:죄를 벌할 구체적 법조문을 찾아 적용하는 것)한다는 뜻이다.
- [註 342]
정시(庭試) : 임금이 친림(親臨)하여 궐정(闕庭)에서 보이는 시험.- [註 343]
급분(給分) : 분을 주다. 분은 시험 성적을 셈하는 단위. 지금의 시험 점수 몇 점이라 하는 점과 같다. 이를테면 문과(文科)의 강서(講書)에서는 일서(一書)에 대하여 우열에 따라 반분부터 5분까지를 주고, 무과의 기사(騎射)에서는 한 번 맞히면 5분을 준다. 정시에서 분수(分數)를 받은 자는 다음 과거의 초시에서 그 분수를 가산하게 된다.- [註 344]
사죄(私罪) : 공죄(公罪:공무를 집행하다가 과실로 지은 죄)가 아닌 죄.- [註 345]
작산(作散) : 한산(閑散)이 되다. 즉, 벼슬살이를 아주 그만두지는 않고 실직(實職)이 없는 처지가 되는 것.- [註 346]
본부(本府) : 사헌부(司憲府)를 가리킴.- [註 347]
체차(遞差) : 갈아 차임(差任)함.- [註 348]
사간(事干) : 사건에 관계되는 사람.- [註 349]
보양(輔養)의 직임 : 세자(世子)를 보도하고 교양하는 직임이라는 뜻으로, 세자 시강원(世子侍講院)의 벼슬을 말하는 것이다.- [註 350]
오살 과실살(誤殺過失殺) : 오살은 사람을 죽이려다가 오인(誤認) 또는 동작이 빗나감으로 말미암아 다른 사람을 죽인 것이고, 과실살은 이를테면 짐승을 쏘거나 돌을 던졌는데 뜻하지 않게 사람에게 맞아 죽는 등, 이목(耳目)이나 생각이 미치지 못하여 죽일 목적이 아니었는데 사람을 죽이게 된 것을 말한다. 이런 죄를 처벌하는 법규는 《대명률(大明律)》 형률(刑律) 희살 오살 과실살 상인(戲殺誤殺過失殺傷人)조에 보인다.- [註 351]
획(畫) : 시험 성적을 셈하는 단위, 여기서는 분(分)과 같은 뜻으로 썼다. 급분(給分) 참조.- [註 352]
기사(騎射) : 무과(武科) 시취(試取)의 한 과목. 다섯 과녁을 35보 간격으로 벌여 세우고 말을 달리며 활을 쏘아 맞힌다.- [註 353]
부(府) : 사헌부를 가리킴.- [註 354]
준직(準職) : 품계(品階)에 상당하는 관직(官職).○臺諫啓曰: "政院在(候)〔喉〕 舌之地, 刑賞不可擅預, 而頃者, 洪實罪案, 已與朝廷議決, 而政院擅請改律, 此甚不可。 前日武士庭試時, 或給分; 或直赴, 恩數已過, 而政院反啓, 給分無用, 以開濫賞之弊, 刑賞大柄, 安可如是干預乎? 此漸若長, 後弊不可防, 請皆罷職, 以戒後來。 犯私罪作散, 經二年乃敍, 載在國典, 不可撓改。 頃者, 兵曹佐郞趙宗敬以闕直, 坐罪罷職。 不過數月, 又無敍命, 而吏曹擅擬其僚, 自上詰問時, 不卽待罪, 曲辭彌縫, 以遂其非。 吏曹權重之地, 銓選當一以公, 近者多有撓法之弊, 甚不可。 堂上、郞官, 本府方推, 請先遞差。 襄陽府使金事結, 憑藉堂參, 例物多辦私裝, 本府方推。 但此事, 必推其人吏, 事干則不可使在其職, 而推之。 請遞之。 大抵, 被駁遞差, 非如他例, 而前大司憲成雲爲禮曹參判, 持平朴守良爲兵曹正郞, 正言金希說爲佐郞, 獻納金振祖爲文學。 此雖無故遷轉, 不過如此, 吏曹擬注之失, 府方推之, 請皆改正。 且文學金振祖, 若他任則可, 不合輔養之任。 大抵, 近者, 東宮僚屬全不愼擇, 此甚不可, 請遞振祖。" 傳曰: "洪實事, 啓覆時以誤殺, 過實殺照律事, 左右皆疑, 而議之, 故政院以律名可疑, 啓請更議。 但此事, 若卽啓則可矣, 旣退而啓, 似不可, 然豈可謂擅預哉? 武士給分, 五畫乃騎射一中畫, 故直辨。 其與儒者給分, 不同耳, 亦非擅干, 罷之過也, 吏曹以犯私罪作散, 無敍命而注擬, 自上詰問, 回啓以爲: ‘吏、兵曹郞官, 必皆擇差。 無可當人, 故不得已擬望。’ 且郞官薦望, 郞官爲之, 而堂上不干。 設使堂上不干, 亦不可因其失而從之。 但府方, 推不必先遞。 金事結堂參例物已非, 況營辦私裝乎? 但時方農月, 遞差守令, 有妨民事。 推得其情, 然後罪之, 未晩, 何必遞之? 臺諫事, 吏曹以其非左遷例, 故淮職注擬, 然或授當職; 或授降職, 何必改正? 金振祖爲臺諫未久而遞, 今所被論, 豈干於彼。 況曾爲臺諫, 豈不得爲文學乎?" 再啓, 不允。
- 【태백산사고본】 26책 51권 3장 B면【국편영인본】 16책 313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인사-임면(任免) / 인사-관리(管理) / 사법-재판(裁判)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註 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