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선의 방비를 더욱 엄격히 하도록 하다
상이 사정전(思政殿)에 나아가 삼공 및 병조 판서 홍숙(洪淑) 등을 인견(引見)하고, 상이 이르기를,
"요즘 일후(日候)를 보니 한기(旱氣)가 점차 심해진다. 전번에는 비올 기미가 있기에 목마른 듯이 바랐었는데 끝내 비가 오지 않으니 지극히 염려된다. 전일에 헌부가 아뢰기를 ‘마땅히 피전 감선(避殿減膳)하여 재변을 초래한 까닭을 생각해야 한다.’ 하였는데, 이 말이 지극히 온당하다. 다만 일본 사신을 접대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여겨 대신에게 의논하니, 대신의 뜻도 나의 뜻과 같았으므로 과연 피전을 하지 않았으나 마음이 미안하다."
하매, 영의정 남곤(南袞)이 아뢰기를,
"한재가 해마다 있었으나 금년처럼 심한 해는 없었습니다. 이미 그럴만한 까닭이 없는데도 피전의 일에 대해서 두세 번씩이나 하문하시니, 이 또한 하늘의 견책(譴責)에 응답할 것을 생각하시는 일입니다. 지금 마침 일본 사신이 와 있는데 만일 피전으로 인해 그들을 접대하는 예(禮)가 전보다 소홀해진다면 반드시 자기들을 접대하는 것이 박(薄)하다고 할 것입니다. 그들이 어찌 우리 나라가 재변을 당해 근신하는 뜻을 알겠습니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국가의 대사(大事)는 제사(祭祀)와 융사(戎事)에 있는 것이므로 내가 항상 정성으로 제사지내지 않을까봐 염려해 왔는데, 전번에 간관의 계(啓)로 인해서 추문(推問)해보니, 제단(祭壇)에서 활을 쏜 자는 곧 유미(柳湄)였다. 유미는 비록 무인(武人)이기는 하나 무식한 재상이 아닌데 감히 이런 짓을 하였으니 불경(不敬)하기 이를 데 없다. 그리고 또 왜선 3척이 평안도 광량(廣梁)에 나타났다고 하니, 이것이 어찌 남방에 나타난 것이겠는가? 아마도 이는 도(道)를 나누어서 내침한 왜구(倭寇)일 것이다."
하매, 남곤이 아뢰기를,
"이 일은 혹 뜬소문을 듣고 걱정하는 것이 아니십니까? 신이 중림(中林)을 추힐(推詰)해보니 진실로 왜적은 아니었습니다. 만일 참으로 표류한 자들인데 한 사람만 포로가 되고 나머지는 모두 도망하여 돌아가서 이런 뜻을 말한다면 처치하기가 또한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전일에 이런 뜻으로 아뢰었던 것입니다. 그후 성중(盛重)의 말을 들어보니 지극히 간사하였습니다. 다만 광량에 나타난 것은 틀림없이 다른 왜선일 것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중림의 공초(供招)와 성중의 말을 관찰해 보면 크게 서로 어긋나니 아마 도(道)를 나누어서 침입한 왜구인 듯하다. 그러나 평안도는 내지(內地)이므로 비록 장졸(將卒)을 별도로 보내지 않더라도 조치할 수 있을 것이다."
하매, 남곤이 아뢰기를,
"신은 병사(兵事)를 모르므로 비록 생각한 바가 있어도 모두가 오활한 듯합니다. 지금 왜선이 비록 평안도에 나타났다고는 하나, 틀림없이 지난해 회령포(會寧浦)에 침범한 왜선처럼 강제로 화친하려는 자이니 꼭 장졸을 별도로 보낼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병선(兵船)이 치밀(緻密)하게 제조되지 못하고 빠르지 못하면 무사(武士)가 아무리 많더라도 또한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더구나 본도(本道)271) 는 본디부터 날래고 용맹 있는 군사가 많은 곳이니, 그들로 하여금 추포(追捕)하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신이 듣건대, 안주 목사(安州牧使) 황보겸(皇甫謙)은 수로(水路)에 익숙하기가 이종인(李宗仁)과 다름이 없는데, 지금 막 장수(將帥)로 지정되어 수토(搜討)하고 있다 하니 힘을 다해 포획하라는 뜻으로 글월을 내려 하유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상이 ‘그리하라.’ 하였다. 홍숙(洪淑)이 아뢰기를,
"병사 이지방(李之芳)의 장계를 보건대 ‘정주 목사(定州牧使) 유홍(柳泓)과 안주 목사 황보겸을 장수로 정하고, 하번(下番)한 군사의 전수(全數)를 징발한다.’ 하니, 지금 한창 농사철인데 어찌 폐단이 없겠습니까? 그래서 본조(本曹)가 무재(武才)가 있는 자를 뽑아서 추포하게 하도록 하였습니다. 또 야인(野人)도 혐원(嫌怨)을 가진 자가 있으므로 우리의 힘이 분산될까 염려된 때문입니다."
하고, 또 홍숙이 아뢰기를,
"경기도는 본디부터 방비가 있는 곳이 없으므로 본조가 조방장(助防將) 4인을 보낼 것을 계청하였습니다. 그러나 본조의 뜻은 당상관(堂上官)을 더 보내서 그로 하여금 통솔하게 하려 함이었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이는 왜적이 아니고 다만 우리 변경(邊境)을 침입했을 뿐인데, 조방장을 보낸다면 우리의 국력만 소비될까 염려된다. 그리고 충청도 병사의 장계에 ‘왕래하는 상선(商船)을 금지하려 한다.’ 하였으니, 이 일은 어떠한가?"
하매, 홍숙이 아뢰기를,
"호조(戶曹)도 또한 조선(漕船)이 해를 입을까 염려하여 이미 조운(漕運)을 정지시켜 놓았습니다."
하고, 남곤은 아뢰기를,
왜선(倭船)이 오래 머물 수 없으므로 가을이 되면 응당 돌아갈 것이니, 가을 동안에는 왕래하는 상선을 금지하는 것이 무방합니다."
하였다. 홍숙이 아뢰기를,
"충청도에 하유한 지가 이미 오래되었는데 변장(邊將)들이 왜선을 이미 본토로 돌려보내고 방비를 혹 풀어버리지나 않았는지 모르겠으니 지금 다시 하유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평안도의 변방 경보는 비록 믿을 수는 없으나, 더욱 엄격히 방비하게 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하고, 이유청은 아뢰기를,
"번거롭게 자주 하유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재변에 대한 전교를 들으니 신은 매우 미안합니다. 제관(祭官)이 제단(祭壇)에서 활을 쏜 일은 모르겠습니다. 유미(柳湄)가 재소(齋所)에서 활을 쏘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모를 사람은 아닌데, 이미 궁시(弓矢)를 가진 것부터 잘못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봉함(封緘)해 온 그 답서(答書)를 보니, 유미는 곧 포도장(捕盜將)이기 때문에 가지고 간 것이라고 하였으나, 제관은 의당 성경(誠敬)을 다할 뿐이다."
하매, 이유청이 아뢰기를,
"유미는 기능(技能)에 구사(驅使)되어 잘못인 줄을 몰랐던 것입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4책 48권 37장 A면【국편영인본】 16책 236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과학-천기(天氣) / 외교-왜(倭) / 사법-탄핵(彈劾)
- [註 271]본도(本道) : 평안도를 가리킴.
○上御思政殿, 引見三公及兵曹判書洪淑等。 上曰: "近見日候, 旱氣漸甚。 頃有雨徵, 望之如渴, 而竟不得雨, 至爲可慮。 前者憲府云: ‘當避殿、減膳。’ 以思召災之由, 是言至當矣。 但以接待日本使臣爲難, 而議于大臣, 則亦如予意, 故不果爲之, 然未安於心。" 領議政南袞曰: "旱災無歲無之, 然未有甚於今年也, 旣無所以然乎? 避殿之事再三下問, 是亦思答天譴之事。 適有日本使臣來到, 若以避殿, 凡所接待之禮, 異於前則必以爲待己之薄, 豈知我國謹災之意乎?" 上曰: "國之大事, 在祀與戎, 予常慮祭不以誠。 頃因諫官之啓, 推問之則射于祭壇者, 乃柳湄也。 湄雖武人, 非無識宰相, 而乃敢如是, 不敬甚矣。 且有倭船現形于平安道 廣梁者三隻云, 此豈現形於南方者耶? 恐是分道來寇也。" 袞曰: "此事無乃聞浮言, 而勤耶? 臣推詰中林則實非賊倭。 若實是漂流者, 而只一人被擄, 餘皆逃還, 說以是意則處置亦難, 故前日啓以是意, 及見盛重, 所言則至爲奸詐。 但現形廣梁者, 必是他倭船也。" 上曰: "以中林供招、盛重所言觀之, 大相乖戾, 似是分道入寇。 然平安道則內地, 雖不別遣將卒, 亦可措置也。" 袞曰: "臣不知兵事, 雖有所思, 似皆迂闊。 倭船雖云現形于平安道, 必如前年犯會寧浦欲劫和者耳, 不必別遣將卒。 且兵船不緻、不捷則武士雖多, 亦何用哉? 況本道, 素多驍勇軍, 使之抄率追捕則何如? 臣聞, 安州牧使皇甫謙諳於水路, 與李宗仁無異。 今方定爲將帥搜討云, 下書, 諭以盡力捕獲之意何如?" 上曰: "可"。 洪淑曰: "觀兵使李之芳狀啓, 以定州牧使柳泓、安州牧使皇甫謙定爲將帥, 下番軍士全數徵發云。 今方農時, 豈無其弊? 故本曹令抄出有武才者, 使之追捕。 且野人亦有嫌怨者, 恐力分故耳。" 淑曰: "京畿素無防備之地, 故本曹請遣助防將四人矣。 然曹意則欲加遣堂上官, 使之統領。" 上曰: "此非賊倭, 但欲侵入我邊而已。 遣將助防, 恐勞我國之力也。 且忠淸兵使狀啓云。 ‘欲禁往來商船。’ 此事何如?" 淑曰: "戶曹亦慮漕船被害, 已令停寢漕運矣。" 袞曰: "倭船不可久留。 風高則當入歸, 待風高間, 禁往來商船無妨。" 淑曰: "下諭忠淸道已久。 邊將等無乃以倭船已還本土, 防備或解乎? 今更下諭何如? 平安道邊警, 雖不可信, 然使之益嚴防備無妨。" 惟淸曰: "不必煩數下諭也。 且聞災變之敎, 臣甚未安。 祭官射于祭壇之事, 則未之知也。 柳湄非不知, 不可射於齋所者也, 其持弓矢, 旣爲失矣。" 上曰: "觀其緘辭所答, 湄乃捕盜將, 故持去云, 然祭官則但當盡誠敬而已。" 惟淸曰: "湄爲技能所使, 不知其非也。"
- 【태백산사고본】 24책 48권 37장 A면【국편영인본】 16책 236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과학-천기(天氣) / 외교-왜(倭) / 사법-탄핵(彈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