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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종실록 42권, 중종 16년 8월 12일 신묘 2번째기사 1521년 명 정덕(正德) 16년

무비를 수정할 것에 관해 팔도의 관찰사·절도사·수사에게 유서를 내리다

무비(武備)를 수정(修整)할 것을 팔도의 관찰사(觀察使)·절도사(節度使)·수사(水使)에게 유서(諭書)를 내렸는데 그 말은 다음과 같았다.

"미리 대비하여 근심이 없으면 나라의 떳떳한 이로움이 있고, 일을 평소에 정하지 않으면 급변에 대응하기 어렵다. 그런 까닭에 변방을 방비하는 것은 평일에 있고 변란이 입박한 때를 기다리지 않는 것이며, 환란을 막는 것은 무사할 때에 있고 급변이 있기를 기다리지 않는 것이다. 만약 이것을 어긴다면 어지러워지지 않는 일이 없다. 당(唐)나라는 중엽부터 영토가 날로 줄어들었으며, 송(宋)나라는 말년에 이르러 무략(武略)을 굳세게 하지 않았다. 고요하고 편안함에 게을러져서 시들어지고 약해진 채 하루하루를 탈없이 지내다가 마침내 떨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어찌 거울삼을 경계가 아니겠는가? 생각건대 우리 나라의 북쪽에는 더러운 야인(野人)이 있고, 남쪽에는 방망이 상투를 튼 왜국(倭國)이 있어서 때를 타서 가만히 나타나 번번이 마음껏 횡포를 자행(恣行)하니 매번 용병(用兵)을 할 수는 없으나 조만간에 용병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부덕한 몸으로 외람되게 대업을 계승하였는데 시운(時運)의 밝고 흡족함을 만나서 문신(文臣)들은 편안하고 무신들은 즐거이 지내니 조야(朝野)는 안일과 환락에 익숙하고, 곤외(梱外)177) 의 임무를 맡은 자들은 자신을 환양(豢養)하는 데만 익숙하여 있다. 그 위에 수해와 한재(旱災)가 자주 일어나서 나라의 저축이 다 없어지게 되었다. 전쟁이 조금 정식(停息)되니 병혁(兵革)이 갑자기 피폐하여 깨어졌다. 군대는 기율(紀律)이 없고, 졸병들은 노둔하고 잔약한 자가 많다. 군사의 위용(威容)은 서지 않고 방어와 수비는 어설프다. 장수는 군졸을 알지 못하고, 군졸은 장수를 알지 못한다.

그리하여 점차로 상하가 노단(路亶)178) 의 지경에 이르게 되면 다시는 떨칠 수 없을 것이니, 갑자기 변란의 경보(警報)가 있으면 누가 능히 막겠는가? 만약 수만의 대병을 일으킨다면 나라가 어떻게 그들을 먹일 것인가? 백성들이 굶어죽게 되면, 다시 병역을 싫어하여 함께 일어나 도적이 되어 화가 장차 안에서 일어날 것이다. 말이 이에 이르니 진실로 한심하다. 여러 번 중외에 칙명을 내려 엄중하게 무비(武備)를 독려하였으나, 세월이 이미 오래건만 지금까지 성과가 없다. 나의 훈칙(訓勅)이 방법을 바로 얻지 못하였기 때문인가, 아니면 받들어 실행하는 데 마음을 다하지 않기 때문인가? 깊이 그 까닭을 생각하노니 그 허물이 어디에 있는가? 비록 나라를 수호해 가는 일이 오로지 무(武)에만 있는 것은 아니나 병(兵)을 버리고는 남의 침모(侵侮)를 방어할 수가 없다.

바라건대 경(卿)은 나의 지극한 마음을 본받아서 병사(兵事)에 유의하고, 편장(偏將)·비장(稗將)을 선택하여 항오(行伍)을 가르치며, 성곽과 누보(疊堡)를 수리하고 기(旗)와 둑기(纛旗)를 선명하게 하며, 전마(戰馬)에도 힘을 쓰고 널리 자량(資糧)을 축적하며, 활과 살과 갑옷과 투구는 견고하고 예리하기를 기도하며 수(殳)179) ·과(戈)180) ·극(戟)181) ·모(矛)182) 는 날카롭고 잘들게 하라. 인석(藺石)183)거답(渠答)184) 은 반드시 갖추어 두며, 호락(虎落)185)구탈(區脫)186) 은 반드시 완비하라. 그 강역(疆域)을 바르게 하고 그 성벽을 반드시 험고하게 하며, 그 대오와 척후를 명백하게 하고, 그 봉수(綘燧)를 개설(開設)하라. 몸소 친히 조련(調鍊)하여 항상 적이 닥친 것처럼 하라. 혹은 발사(茷舍)187) 를, 혹은 구유(貙劉)188) 를 행하여, 쳐서 취(取)하고 공격해 찌르는 방법을 익히며, 위의(威儀)와 존비(尊卑)의 등급을 베풀어서 어른과 젊은 사람으로 하여금 예(禮)가 있게 하고 빠른 것과 더딘 것이 절도가 있게 하라. 기강은 반드시 서고 호령은 반드시 엄하며 상벌은 반드시 삼가고, 공적(功績)은 반드시 밝혀서 장려하게 하라.

한마디로 말해, 나라의 근본을 공고하게 하고 군(軍)의 실정(實情)을 자세히 알아서 일이 있기 전에 계책을 세워 대비함이 있고, 일이 일어난 때에 처리하되 갖춤이 있다면, 비록 변고가 있을지라도 잘 이겨 성취하지 못하는 것이 없을 것이다. 나와 더불어 함께 이렇게 할 자는 오직 지방관이 있을 뿐이다. 아아, 위태한 것은 편안한 데서 나오고, 어지러운 것은 다스려질 때에 생기는 것인데, 일을 당해서 가만히 손끝을 마주잡고 앉아서 안연히 개의(介意)하지 않는다면, 필연의 화를 양성하게 되고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니, 그렇게 된 뒤에 놀라서 도모한들 어찌 장차 미칠 수 있겠는가? 나라를 지키는 계책이 이미 잘못된 뒤에 어찌 자신을 위한 계책만이 이(利)로울 수 있겠는가? 항상 편안한 데 있어서 뜻밖의 일을 염려하라는 훈계를 생각하고, 환난을 생각하여 미리 대비할 계책을 생각하라는 가르침을 준수하여 방략(方略)을 기획하며, 위무(威武)를 넓힌다면 변방의 지킴은 저절로 견고하여지고, 나라의 형세 또한 편안할 것이다. 이에 마음의 힘을 다하여 나의 뜻을 약간 개진(開陳)한다. 그래서 이에 교시(敎示)하는 것이니, 생각건대 의당 내 마음을 잘 알 것이다." 【이보다 앞서 남곤이 무고(武庫)의 화재로 인하여 아뢴 바가 있었으므로 유서(諭書)를 내린 것이다. 부응교(副應敎) 표빙(表憑)이 지었다.】


  • 【태백산사고본】 21책 42권 56장 A면【국편영인본】 16책 58면
  • 【분류】
    군사-군정(軍政) / 군사-금화(禁火) / 역사-고사(故事)

  • [註 177]
    곤외(梱外) : 병사(兵使)·수사(水使)를 일컬음.
  • [註 178]
    노단(路亶) : 단점이 드러난다는 뜻.
  • [註 179]
    수(殳) : 날 없는 창.
  • [註 180]
    과(戈) : 짧고 외갈래의 창.
  • [註 181]
    극(戟) : 두 갈래진 창.
  • [註 182]
    모(矛) : 세 갈래진 창.
  • [註 183]
    인석(藺石) : 적을 공격하기 위해 성위에 쌓아둔 돌.
  • [註 184]
    거답(渠答) : 적의 인마(人馬)를 막기 위해 부설하는 능형(菱形)의 쇠.
  • [註 185]
    호락(虎落) : 대나무를 엮어 세운 울타리.
  • [註 186]
    구탈(區脫) : 적을 정탐하기 위해 만든 토굴.
  • [註 187]
    발사(茷舍) : 야숙(野宿)·노영(露營).
  • [註 188]
    구유(貙劉) : 입추(立秋) 때 행하는 제사 이름이나 여기서는 사냥을 뜻함.

○以武備修整事, 下諭書于八道觀察使、節度使、水使, 其辭曰:

備預無虞, 有國常利。 事不素定, 難以應變。 是以, 備邊在平日, 不竢臨時。 禦患在無事, 不竢有急。 苟違於斯, 未或不亂。 自中葉, 疆域日蹙, 至季年, 武略不競。 偸處恬逸, 委靡姑息, 卒抵不振, 豈非鑑戒? 惟我國家, 北有膻醜; 南有椎結, 乘時竊發, 輒肆憑陵, 勢不得每至用兵, 有遲有速, 要不能免。 予以否德, 叨承大業。 運遭熙洽, 文恬、武嬉, 朝野習於安娛, 梱圉狃於豢養。 加以水旱頻年, 儲峙罄匱。 戰爭稍息, 兵革頓弊。 師無紀律, 卒多鈍眊。 軍容不立, 防戌疎略。 將不知兵, 兵不知將, 漸至路亶, 不可復振。 卒有風塵之警, 誰能爲禦? 若興數萬之衆, 國胡以饋? 民罹餓莩, 復憚征役。 竝興爲盜, 禍且中起。 興言及此, 良用寒心。 屢勑中外, 嚴厲武備, 日月已久, 迄無成效。 將予訓勅, 未得方歟? 抑亦奉行, 不盡心歟? 深思其繇, 厥咎安在? 雖爲國, 不專在武, 然去兵, 無以禦侮。 惟卿, 體予至懷, 留心兵事。 選擇偏裨, 訓敎行伍。 坏葺城堡, 鮮明旗纛。 比物戰馬, 廣蓄資糧。 弓矢甲胄, 期於堅銳; 殳矛戈戟, 欲其銛利。 藺石、渠答必具, 虎落、區脫必完。 正其疆場, 險其走集。 明其伍候, 斥其烽燧。 身親組練, 常如敵至。 或因茇舍、或因貙劉。 習攻取擊, 剌之方陳。 威儀、尊卑之等, 俾少長有禮, 疾徐有節。 綱紀必擧, 號令必嚴。 賞罰必謹, 功實必責。 大要, 鞏結邦本, 諳熟軍情, 先事而謀之, 有其備; 事至而處之, 有其具, 雖有變故, 蔑不克濟。 與我共此, 其惟方面。 嗚呼! 危生於安, 亂生于治。 當局陰拱, 澹不介意, 釀成有必然之禍, 馴致不可爲之地。 廼駭以圖, 豈將有及? 謀國旣已非矣, 身計庸獨利乎? 尙宜念, 居安慮外之訓, 遵思患預防之計, 規畫方略, 恢弘威武, 邊圉自固, 國勢亦安。 懋乃心力, 小抒予意。 故玆敎示, 想宜知悉。 【先是, 南袞因武庫火, 有所啓, 故下諭書。 卽副應敎表憑之製也。】


  • 【태백산사고본】 21책 42권 56장 A면【국편영인본】 16책 58면
  • 【분류】
    군사-군정(軍政) / 군사-금화(禁火) / 역사-고사(故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