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덕정에서 열무하는 일로 대사간 조방언 등과 논하다
조강에 나아갔다. 대사간 조방언(趙邦彦)·집의 윤인경(尹仁鏡)이 전의 일을 논하였다. 방언이 또 아뢰기를,
"듣건대, 칠덕정(七德亭)에서 열무(閱武)694) 하는 일이 있다고 합니다. 날씨가 점점 추워져 길이 얼어붙어 미끄러우니 친행(親幸)하시기는 지극히 곤란할 것 같습니다."
하니, 임금이 이르기를,
"칠덕정은 열무하는 곳인데 근래에는 하지 않았다. 어제 가서 살펴보도록 명하였더니 할 만하다고 하였다. 또 도성(都城)에서 그리 멀지도 않으니 모화관(慕華館)에서 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하매, 영사 남곤이 아뢰기를,
"겨울이 이미 깊었는데도 눈이 오지 않고 비가 내렸으며 날씨 또한 고르지 않습니다. 이는 신 등이 섭리(燮理)를 잘하지 못한 소치라 매우 미안합니다. 열무는 나라를 가진 자로서는 폐할 수 없는 일이요, 이제 칠덕정의 거사는 무비(武備)를 위한 것입니다. 그러나 근래 음양(陰陽)이 화(和)하지 못해서 날씨가 고르지 않았습니다. 지난 밤에는 눈과 비가 섞여 내렸기 때문에 길이 얼어붙어 미끄러우니 친행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하니, 임금이 이르기를,
"근래 군정(軍政)이 해이하여 병마(兵馬)가 정돈되지 않았고 따라서 사졸(士卒)들이 범률(犯律)을 모른다. 그래서 자주 열무를 실시하여 사졸들로 하여금 훈련 동작의 절차를 알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눈과 비가 이처럼 내렸으니 도로를 수치(修治)하는 폐단 또한 헤아리지 않을 수 없으므로 모화관에서 열무해야 하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1책 41권 6장 A면【국편영인본】 16책 3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왕실-행행(行幸) / 정론-간쟁(諫諍) / 과학-천기(天氣) / 군사-병법(兵法)
- [註 694]열무(閱武) : 임금이 친히 열병(閱兵)하다.
○戊辰/御朝講。 大司諫趙邦彦、執義尹仁鏡論前事。 邦彦又曰: "聞有七德亭閱武之擧。 日候稍寒, 途道凍滑, 親幸至難。" 上曰: "七德亭乃閱武之地, 而近來不爲。 昨日命觀審則可爲云, 且去都城不遠, 其與慕華館無異。" 領事南袞曰: "冬節已深, 不雪而雨, 氣候亦甚不調, 此, 臣等不能燮理之所致也, 心甚未安。 閱武者, 有國之所不可廢。 今之七德亭之擧, 爲武備也, 然近來, 陰陽不和, 氣候不調, 去日之夜, 雨雪交作, 途道凍滑, 恐未可也。" 上曰: "近來, 軍政解弛, 兵馬不整, 士卒不知犯律, 故欲數敎閱, 使知坐作、進退之節也。 然雨雪如此, 道路修治之弊, 亦不可不計, 當於慕華館閱之。"
- 【태백산사고본】 21책 41권 6장 A면【국편영인본】 16책 3면
- 【분류】왕실-경연(經筵) / 왕실-행행(行幸) / 정론-간쟁(諫諍) / 과학-천기(天氣) / 군사-병법(兵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