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조 판서 고형산에게 군비를 정제하여 불시의 변에 대비하도록 당부하다
병조 판서(兵曹判書) 고형산(高荊山)을 명소(命召)277) 하여 분부하기를,
"무릇 병관(兵官)을 두는 까닭은 군무(軍務)의 중한 일을 반드시 먼저 규획(規劃)하고 처치하여 급하게 변이 있으면 곧 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다. 요즈음 중국과 우리 변방에 말썽이 일어날 조짐이 없지 않은데, 뜻밖에 변이 생기면 토병(土兵)을 쓸 수 있기는 하나 경군(京軍)도 쓰지 않을 수 없으므로 군비(軍備)를 정제하여 불시의 변에 대비해야 하니, 습진(習陣) 때의 대장(大將)과 부장(部將) 등은 문신(文臣)·무신(武臣)을 가리지 말고 정하게 뽑아서 의망(擬望)하여 미리 진법(陣法)을 익히고 변에 응하는 법을 익혀서 뒷날 임기(臨機)하여 천거해 쓸 밑거리로 삼도록 하라. 또 군사는 반드시 말이 있어야 변에 임하여 쓸 수 있는데, 지금 군사가 된 자는 군장(軍裝)은 대강 갖추었으나 기마(騎馬)·복마(卜馬)는 모두 없으므로, 일이 있을 때를 당하면 반드시 남의 말을 빼앗아서 갈 것이며, 경오년278) 의 왜변(倭變) 때를 보면 군사에게 말이 없었으니, 습진(習陣)한 뒤에는 점고(點考)하되, 미리 효유(曉諭)하여 각각 말을 장만하여 마치 헤아릴 수 없는 변이 조석에 다가와 있는 듯이 하도록 하라. 또 전에는 습진할 때에 의례 소각(小角)을 불었는데, 박원종(朴元宗)이 아뢰기를 ‘소각의 소리는 멀리 들리지 못하므로 대각(大角)을 불기를 청한다.’ 하였으므로, 그 뒤로는 이 전례를 따라 썼으나, 진서(陣書)에 실려 있는 것에 어그러지니, 이제 진법에 따라 소각을 부는 것이 어떠한가?"
하매, 고형산이 아뢰기를,
"신도 그 뜻을 알므로 바야흐로 시취(試取)합니다. 성종(成宗)조(朝)의 고사(故事)에 따라 시사(試射)하여 당상(堂上)으로 올려서 장수의 직임을 예비하며, 당번 군사는 도총부(都摠府)와 병조(兵曹)의 당상 각각 1원(員)이 교외(郊外)에서 때를 정하지 말고 점검하며, 당번 군사의 기마·복마에 관한 법이 법전에 실려 있기는 하나 근래 해이한 지 이미 오래이므로, 기일을 정해서 점검하면 소요할 폐단이 없지 않을 것이니 기한을 너그럽게 하여 점검해야 하겠습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0책 39권 21장 A면【국편영인본】 15책 650면
- 【분류】군사-군정(軍政) / 군사-병법(兵法) / 교통-마정(馬政)
○命召兵曹判書高荊山, 敎曰: "凡所以爲兵官, 以軍務重事, 必先規畫處置, 若急有變, 便可卽應。 今者中原及邊方, 不無邊釁之兆。 若變生不虞, 則雖可以土兵用之, 京軍亦不可不用。 須豫整軍備, 以待不時之變。 習陳時, 大將及部將等, 無擇文武, 精揀擬望, 俾預習陣應變之術, 而爲他日臨機擧用之資可也。 且軍士, 必須有馬, 臨變可用。 今爲軍士者, 軍裝雖得粗備, 騎卜馬俱闕, 若値有事之時, 則必奪人馬而行。 以庚午年倭變時觀之, 軍士無馬。 習陣後可點考, 須預曉諭, 使各備馬, 如不測之變, 在於朝夕可也。 且前日習陣時, 吹小角, 而朴元宗啓曰: ‘小角之聲, 不能遠聞, 故請吹大角。’ 其後因循用之, 有違陣書所載, 今依陳法, 吹小角何如?" 荊山啓曰: "臣亦知其意, 故時方試取矣。 依成宗朝故事, 試射陞爲堂上, 以備將帥之任, 當番軍士, 都摠府、兵曹堂上各一員, 於郊外, 不定時點檢。 番軍士騎卜馬之法, 雖在令典, 近來廢弛已久, 若刻期點檢, 則不無騷擾之弊。 須寬限點檢。"
- 【태백산사고본】 20책 39권 21장 A면【국편영인본】 15책 650면
- 【분류】군사-군정(軍政) / 군사-병법(兵法) / 교통-마정(馬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