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사 김세필이 돌아와 경사의 일을 아뢰다
정조사(正朝使) 김세필(金世弼)이 경사(京師)로부터 돌아오니, 상이 인견(引見)하고 이르기를,
"중조(中朝)의 일이 어떠하던가?"
하매, 김세필이 아뢰기를,
"황제가 남경(南京)에 있어 소식을 듣지 못하였습니다. 다만 조정에서 외국인을 맞는 일은 황제가 경사에 있을 때처럼 하고, 순수하러 나간 일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영왕(寧王)169) 이 반(反)했으나 고제(高帝)의 유조(遺詔)에 따라 법에 의해 처단하지 않고 금고(禁錮)시켜 한 지방에 구금시켰습니다. 주명(朱明)은 곧 황제의 양자(養子)로서 주씨(朱氏)로 사성(賜姓)한 자인데, 황제의 남행에 수행하던 중 황제가 그를 잡아 북경으로 보내고 그의 부모 및 인척집을 모두 적몰하라 명했습니다. 주명은 가장 총애를 받았는데 지금 이렇게 되니, 사람마다 괴이하게 생각하면서도 왜 그렇게 되었는지 그 까닭을 모릅니다. 또 변경 장비를 잘못하여 달자(㺚子)가 틈을 엿보아 노략질을 자행하며 장성(長城) 한 모퉁이를 헐고 기탄없이 출입하므로 거의 편한 날이 없어, 사람들은 모두들 조만(朝晩)간에 적이 반드시 이를 것이라고 스스로 의심하여 편안히 살지를 못합니다. 서반(序班) 이흠(李欽)이 이르기를 ‘들으니 그대 나라에서 왕세자의 책봉을 청하러 온다고 하는데 마침 지금 황제께서 남경(南京)에 계시어서 환어(還御)하실 때를 기약하기 어려우니, 사신이 필시 여기에 오래 머물러 있어야 할 것이다.’ 하였으니, 매우 염려가 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황제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가?"
하매, 김세필이 아뢰기를,
"활쏘고 말타는 기예(技藝)입니다. 달자의 변을 들으면 반드시 자신이 직접 정벌하려 할 것이므로 비록 변방에 경보가 있어도 황제에게 아뢰지 않는 것이 많습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9책 38권 57장 A면【국편영인본】 15책 635면
- 【분류】외교-명(明) / 왕실-국왕(國王)
- [註 169]영왕(寧王) : 명 태조 제17자.
○正朝使金世弼, 還自京師。 上引見曰: "中朝之事如何?" 世弼曰: "帝在南京, 未聞消息。 但朝廷接外國人, 如帝在京師, 而不言其出巡也。 寧王反, 以高帝遺詔, 不置於法, 而但禁錮拘囚于一方也。 朱明, 乃帝之假子, 賜姓朱氏。 隨帝南行, 帝執送北京, 其父母及姻親家, 皆命籍沒。 朱明最見寵遇, 而今乃如此, 人人怪之, 不知何故而然也。 且邊禦失備, 㺚子乘隙, 恣行摽擄, 毁長城一隅, 出入無忌, 殆無寧日。 人人皆自疑朝夕敵必至, 莫敢寧居也。 序班李欽云: ‘聞爾國, 今年來請冊封王世子, 適今帝在南京, 還期難必, 使臣必久留于此。’ 大可慮也。" 上曰: "帝之所好則何事?" 世弼曰: "弓馬之技也。 若聞㺚子之變, 則必欲自往征之, 故雖有邊報, 多不聞于帝也。"
- 【태백산사고본】 19책 38권 57장 A면【국편영인본】 15책 635면
- 【분류】외교-명(明) / 왕실-국왕(國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