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대해 전교하다
전교하였다.
"우리 조종조(祖宗朝)에서 선비를 뽑던 길은 넓지 않다고 할 수 없으나 그 선비를 뽑는 법에는 본디 정해진 규모가 있었다. 접때 말하는 사람이 ‘사체에 밝고 쓰기에 마땅한 인재를 얻으려면, 옛 현량과(賢良科)·효렴과(孝廉科) 등을 본떠서 중외(中外)로 하여금 재행(才行)이 겸비되고 덕기(德器)가 성취된 사람을 널리 천거하게 하여 따로 한 과시(科試)를 설행(設行)하면 아마도 죄다 실제로 쓸만한 사람을 얻어서 내 정치를 돕고 직사(職事)를 꼭 잘해 낼 수 있을 것이라.’ 하였는데, 이제와서는 대신·대간이 다 말하기를 ‘천거는 조종의 제도가 아니며 당초 천거할 때는 공정하지 않은 폐단이 자못 있었고 책시(策試)하여 뽑을 때에도 편사(偏私)가 많았으므로, 국가에서 과시를 설행하는 뜻에서 그 이름과 실속을 비교하면 크게 서로 어긋나니 혁파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 한다. 천거 별시(薦擧別試)는 파방(罷榜)하고 무과(武科)는 여전히 파방하지 말라."
사신은 논한다. 과거의 제도는 유래가 오래다. 그러나 왕자의 마음은 다만 일정한 자격에 구애없이 어진 사람을 쓰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 선왕의 일을 보면, 어진 사람을 찾는 방도에 있어서 항식(恒式)을 벗어나지 않았으나 비상한 명이 있기도 하였다. 따로 과거의 명목을 만들지만 않았을 뿐이고, 그 인재를 얻는 실제에 있어서는 주(周)나라의 향거리선(鄕擧里選)과 다름없이 과거에서 뽑힌 선비와 같이 뽑아 썼으니, 도리어 아름답지 않은가? 이제 현량과에 든 사람이 죄다 착하지는 못하나 저들이 이처럼 이름을 얻었다면 그 스스로 닦는 것이 의당 어떠하겠으며 스스로 힘쓰는 것은 어찌 마음을 놓고 게을리하여 남의 웃음을 살 수 있겠는가? 또 왕자가 사람을 쓰는 데에 있어서는 그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버리는 것이니, 이 과거에 든 사람에게 각각 마땅한 직임을 맡겨서 능한 사람은 쓰고 능하지 못한 사람을 물리친다면 무엇이 안 될 것이 있겠는가? 처음에는 설치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마침내는 혁파하지 않을 수 없어, 한해도 넘지 못하여 스스로 설치했다가 스스로 혁파하니, 우리 임금이 뒷날에 비평을 받지 않을 수 없을 듯하다.
- 【태백산사고본】 19책 37권 65장 A면【국편영인본】 15책 603면
- 【분류】인사-선발(選拔) / 역사-고사(故事)
○傳曰: "惟我祖宗朝取士之路, 不爲不廣, 而其取士之法, 自有定規。 日者言者以爲, 欲得明體適用之才, 宜倣古賢良、孝廉等科, 令中外廣薦才行兼備、德器成就者, 別設一科, 則庶可盡得實用, 以輔予治, 而期修職業矣。 及今大臣臺諫皆曰: ‘薦擧非祖宗之制, 而當初薦擧之時, 頗有不公之弊, 策取之日, 亦多偏私, 其於國家設科之意, 較其名實則大相紕繆, 不可不罷云。’ 薦擧別試則罷榜, 武科則仍舊勿罷。"
【史臣曰: "科擧之法, 其來尙矣。 然而王者之心, 但欲立賢無方。 以我先王之事觀之, 求賢之方, 不出於恒式, 而亦有非常之命, 但未別立科目而已。 其得人之實, 則無異於成 周之鄕擧里選, 而與科目之士, 同於擢用, 顧不美歟? 今之得與於賢良之目者, 雖未盡善, 然而彼之得名如此, 則其自修也, 宜如何, 自力也, 豈可放心怠惰, 以取人笑哉? 且王者之用人, 取其所長, 棄其所短, 則以此科目之人, 各當其任, 能者進之, 不能者退之, 則安有不可哉? 始不能不設, 而終不得不罷, 曾未踰年, 自我設之, 自我罷之, 臣恐吾王之不得無譏於後日也。"】
- 【태백산사고본】 19책 37권 65장 A면【국편영인본】 15책 603면
- 【분류】인사-선발(選拔) / 역사-고사(故事)